05. 인간들은 찰나를 사는 주제에 어찌나 이것저것 열정적으로 하는지
花然@_____justdream
그런 미운 소릴 하면 ... 하면...
(끄응 앓는 소릴 잠시했다. 당신은 제가 어떤 행동을 해도 기꺼워하니 상벌에 대한 개념이 생길수가 없었다. 물론 벌을 줄만큼 당신이 미워질리도 만무하니 그 생각이 무의미한 것이었고)
...으음. 미운 소릴하면, 그래요! 일주일간 응접실 소파에서만 자고 손 끝하나 당신에게 대지 않겠어요.
(물론 그래봤자 애가 닳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눈 앞에 당신이 어른거리고 손 끝으로 그 감촉을 느끼고 싶은데 말이 좋아 당신에게 내리는 벌이지 그대로 실천하면 제게도 고행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비단뱀을 한 마리 들여서 키우기까지 할거에요.
命運@_20191001
오, 둘 다 최악의 벌인데. 응접실 소파에서는 잘 수 있지만 내 아내가 잠결에 꿈을 꿨는데 없다며 나를 찾아온다면 잠옷만 입은 아내의 모습을 사용인들이 볼까 걱정을 해야 할 것이고, 비단뱀을 키우는 건, 글쎄. 그 비단뱀에게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감시당하고 싶은 게 아니면 지양하는 게 좋아. 나의 아가씨.
(웃으며 콧등에 입을 맞췄다. 응접실 소파에서 자는 것은 당연히 가능한 일이었다.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존재이니 어디에서 자든 무슨 상관일까. 그러나 잠결에 나를 부르는 화연의 곁에 있지 못하는 것은 생각보다 끔찍할 것 같았다.
눈물이 맺힌 채 저에게 내려와 품에 안긴 뒤에야 안심하고 자는 내 아가씨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럼 나는 응접실 밖으로 나가 복도에서 화연을 끌어안고 침실로 가, 내 위에 화연을 올려주고 한참이나 나는 여기에 있다고 달래주고 재워주겠지. 화연이 조금이라도 우는 것은 싫었다. 그러니 이것은 벌이 맞았다.
비단뱀을 키우는 것은, 질투를 불러오겠다고 뱀을 데리고 온 화연이 과연 언제까지 뱀을 돌봐줄지는 궁금했다. 뱀의 눈과 귀가 모두 자신의 소유이니 화연이 홀로 노래를 부르거나 무언가를 종알거리는 걸 제가 전해 들을 수 있을 테니 이것은 상에 더 가까웠다. 내 부인은 내게 포상을 주는군. 그렇게 생각하며 화연의 등을 쓸어줬다.)
알았어. 미안해. 그런 말은 하지 않을게. 하지만 이 옷을 벗는 것은 아쉬운데. 식사 시간까지라도 이렇게 입고 있어주겠어?
花然@_____justdream
(저는 악몽을 종종 꾸곤하였다. 그 내용이라곤 기억조차 못하는데도 매번 죽음의 위협이라도 받은 것처럼 숨을 가쁘게 내쉬다가 당신의 손에 의해 달래지고서야 진정을 하곤 했는데, 오늘은 무슨 꿈을 꾸었냐며 당신이 궁금해해도 기억나는 것이 없으니 답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단지 살려달라거나, 비명을 지르듯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기억조차 하고싶지 않은 꿈이겠거니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유달리 날이 궂으면 그런 밤이 계속되곤 했는데, 그런 날이면 당신에게 저도 모르게 하루 종일 달라붙어선 몸을 기대어 무언가로부터 피하듯 하곤했다.)
비단뱀에게만 웃어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예뻐해준다면, 당신에겐 꽤나 아쉬운 일이 아닐까요?
(물론 자신은 무엇을 키우고 돌보는 데에는 영 자신이 없어서 애꿎은 희생만 낳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당신을 조금 놀리고 싶었으니까 부득불 우겨보았다. 물론 자신도 당신이 아니라 그 비단뱀에게만 말하고 노래할 자신은 없었지만 괜한 오기가 생긴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제안에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뒤바꾸어 당신 앞에서 한바퀴를 빙그르르 돌기도하고 볼과 목에 입을 맞추기도 하며 애교스러운 동작들을 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주는 사랑이 좋았고, 표현이 좋았다. 당신의 시선을 이렇게 제가 독점할 때가 좋았다.)
이렇게 입으니까 학생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 조금 들뜨는 기분이니까, 좋아요. 모처럼이니까.
命運@_20191001
비단뱀에게 웃어주고, 비단뱀만 돌보는 것은 조금 서운할지도 모르겠어. 화연이 웃음은 모두 내 차지인데 말이야.
(간혹 나는 화연의 악몽을 바라봤다. 뱀은 자지 아니해도 되는 영물인지라 그 잠 또한 선천적으로 몹시 옅었는데, 아내의 악몽은 뱀을 얕은 잠에서 깨우곤 했다. 그럴 때면 뱀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으며,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아내의 꿈에 꾸물거리는 그슨새를 잡아 뜯어 삼켜버리는 것이었다.
아내는 온갖 귀한 것들을 모으곤 하였다. 그 사이에 그슨새들이 함께 딸려오곤 하였는데, 비단 그것들만이 아니었다. 영물과 함께 하는 인간은 요괴며 귀신들의 눈에도 맛이 좋은 먹잇감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가끔은 꿈을 먹는 몽사가 찾아왔다. 같은 뱀이니 봐줄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이지가 없이 굶주려 탐욕스레 꿈을 갉아먹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들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것들을 몽땅 씹어 삼켜 인간의 음식으로는 차지 않는 배를 부르게 한 뒤로는 화연을 끌어안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다시 잠에 들게 만들곤 했다. 그리고 그 밤에는 새벽녘 내내 눈을 뜨고 아내의 곁을 지켰다.
이런 것들은 자주 찾아오지 않았으나, 한 번 찾아오면 아내의 악몽이 되곤 하였으니 대부분은 뱀이 들어가기 전에 먹어치우는 것이었다.)
그럴까? 식사가 준비되기 전까지 잠시 정원을 산책하지. 나는 내 아내와 이런 모습으로 데이트를 하고 싶지만, 남들의 눈에 띄기는 싫으니 정원을 걷도록 하지. 어때, 연이.
花然@_____justdream
(제 남편의 독점욕이라는 것은 제 생각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나 보다. 으레 남자들은 제 여자까지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여 치장을 시킨 후에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본인의 재력과 아내에게 이 만큼의 사치품은 얼마든지 두르게 할 수 있다는 으스댔었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작금의 자신은 아름다운 사치품이기에 충분했을 터인데, 남들 눈에 띄기 싫다는 것을 보면 제 부군의 독점욕이란 얼마나 아득한지를 상상하게 했다. 물론 자신도 누군가의 트로피가 되기보단 사람으로 있고 싶어하였기에 제 부군의 생각은 저에게도 흡족하였다.)
다음에는 조금 더 넓은 정원이 딸린 저택으로 가야겠어요. 그래야 누구도 감히 우리의 데이트를 방해할 생각도 못하고 훔쳐볼 생각도 못할테니까요.
(실제로도 지금의 집은 1층에 가게와 창고가 딸린 형태의 집으로 대저택이라기보단 작은 정원이 딸린 작은 가옥이라 부름이 더 걸맞았으니까, 소담하니 손 탈 것이 많이 없어서 한 선택이었음에도 이럴때면 종종 아쉽곤 했다.)
당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는 차림인데두, 당신이 보고싶은 모습이면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니까요. 나의 하나뿐인 아윈.
命運@_20191001
조금 더 넓은 정원으로 가면 사용인을 더 들여야 할 텐데. 나는 지금이 딱 좋아. 하지만 집이 조금 넓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드는군. 그래야 화연이와 숨바꼭질이나 술래잡기 따위를 할 수 있지 않겠어?
(집안에서 노는 것으로 화연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았다. 원한다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었으나 집이 많이 커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화연이 제 곁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는 것이 싫었던 탓이었다.
사실 이 집이라고 해서 그리 작은 편은 아니었다. 한 집에 다섯 식구가 살고, 열 가족이 화장실 하나를 함께 쓰곤 하는 이 빈곤의 시대에서 이 층의 집과 정원이 있었으니 말이다.
가게를 허물면 조금 더 넓어질지도 몰랐지만 그것까지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언제든 화연의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즐거운 것이다. 허리를 감싼 채로 아래로 내려가 정원으로 향했다.
이제 봄꽃이 전부 지고 있는 세상에서 여름꽃이 피어난다. 가만히 그 모습을 올려다 보며 화연과 함께 천천히 걸었다. 저녁의 날씨가 조금 쌀쌀한지라 제 재킷을 벗어 화연에게 걸쳐주기도 했다.)
내 아내가 내 옷을 걸치고 있는 것이 이토록 만족스러울지 몰랐어.
花然@_____justdream
봄은 왜 이렇게 짧기만한지, 다 즐기지도 못하였는데 곧 여름꽃이 피겠어요. 아쉬워라.
(매년 봄은 점점 더 짧아져만 갔다. 새 생명을 상징하는 것 같은 아름다운 연약함이 모두 지고나면 조금 더 거세고 튼튼하여 든든한 녹음과 함께 여름이 찾아오고야 마는 것이었다. 손 끝으로 어린 제비꽃을 살살 만지다가 저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고야 말았다.
새야 새야 너무 빨리 가지 말렴, 여기 너를 위해 준비한 이곳에 쉬었다 가렴. 내 너를 위한 쉴 곳이 되고, 너를 위한 위로가 되어 줄테니. 화연은 종종 이렇게 기분이 좋을때면 즉흥적으로 아무런 음절에 가사를 붙여서 노래를 흥얼거리곤했다.
그 가사들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유 또한 없는 것이나 무의식이 반영된 것이려나 아무렇게나 가사를 부르며 생각했다.)
하긴, 사용인이 더 많아지는 것은 꽤 곤란하겠어요. 지금도 사용인들의 거취며 생활을 전반 거진 당신이 돌아보고 있잖아요. 아. 저번에 우리 집에서는 당신이 모든 살림이며 일체를 관리한다니까, 저보고 정말 좋은 부군을 둔거라며 아랫사람들을 시키고 단속하는게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 한참을 토로하더라니까요.
나는 그렇게 힘든줄도 모르고... 당신이 능숙하게 뭐든 해주니까 당연하게만 받고 있었지 뭐에요. 물론 덕분에 남편의 험담을 빙자한 자랑으로 대화가 이뤄지는 부인회에서 나는 자랑할게 없어서 그저 마작이나 치는 꾀꼬리 신세가 됐지만요. 게다가 슬슬 져주지 않으면 부인들이 재미가 없다며 저를 부르지 않을지도 몰라요.
(이건 부러움에 가까운 시기질투들일 것이다. 그 치들이야 없어도 그만이라지만 당신이 없을적에 심심함을 달래주는 친구들이기도 하였으니 조금은 장단에 맞춰줄 필요가 있었다.)
다음 모임에는 정말로 카나리아 한마리씩이라도 선물을 할까봐요. 새를 데리고 다같이 정원을 산책하자고 제안이라도 해야겠어요.
命運@_20191001
(화연의 노래를 들으며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아내는 모든 것에 관심이 깊었다. 그중에서는 아름다운 것과 덧없는 것들을 사랑하였는데, 그것들은 동의어였기에 결국 아내는 똑같은 것을 사랑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뱀은 화연의 노래가 좋았다. 그것은 화연의 기분이 좋다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였으며 화연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좋았다. 중국은 원래 노래를 많이 부르던가.
잘 알지 못했기에 그저 아내의 노래를 듣다가 이어지는 말에는 응? 하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사용인을 관리하는 것은 쉬웠다. 아랫것을 호령하는 것이 원래 뱀의 몫이었으며, 인간의 숭배와 두려움을 받는 것이 뱀의 삶이었으니.
그러나 확실히 보편적인 인간이 그런 것을 하는 데에는 어색함이 있겠군. 단순하고 담백하게도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화연에게 좋은 부군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애초에 화연은 무언가를 단속하는 데에 능한 인사가 아니었다.
그랬다면 길거리 고아들을 동정하지도 않았을 테지. 그나저나 표 부인과 막 부인이 화연을 퍽 질투하는 모양이다. 표 부인의 남편이 얼마 전에 조선인 정부를 들였다던데, 아마 그것이 표 부인을 자극했을지도 모르겠다.
기실 이 시대에 사내가 첩이나 정부를 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막 부인도 어디서 듣기론 사내애를 낳지 못해 첩이 낳은 아이를 키우고 있다던데. 잠시 턱을 쓸다가 입을 열었다.)
마작을 할 때에 데리고 가지. 내 아내와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에게 인사를 한 번 할 때가 되었어.
(카나리아 한 마리씩을 가지고, 그 발목에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매 줘야겠다. 여인들은 사내가 직접 고개를 숙이면 그 아내를 부러워할지언정 받은 것이 있기에 화연을 다시 무시하진 않을 것이다. 화연은 순진한 구석이 있었다. 아마 그네들의 끓는 속은 잘 모를 것이다. 무어, 알 필요도 없지. 화연을 끌어안고 관자놀이에 입을 맞췄다.)
花然@_____justdream
어머. 정말요?
(당신의 말에 한껏 웃음을 지으며 조잘거리며 그 부인회라는 모임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처음에는 화교 상인들의 부인들이 한담이나 나누며 상회를 서로 돕는 성격의 모임이었던 것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포커, 마작, 장기, 체스, 바둑 등을 두며 서로의 상회가 내 상회보단 잘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선의 정세와 고국의 항일운동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곳이 됐다는 표면적인 성격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누구나 경성화교부인회를 아는 사람이면 다 아는 내용일테니 익히 당신도 아는 내용이었다.)
저번에 블루 다이아몬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세상에 마작 정기 멤버 중 한명인 표부인의 오라비가 그 다음 마작회에서 그 큰 다이아가 박힌 귀걸이를 표부인에게 선물하지 뭐에요.
그래서 어머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한참을 칭찬을 했거든요. 그러고 그날은 표부인이 기분이 좋다며 홍콩식 딤섬을 대접해줬는데 모임이 끝나고나서 막부인이 말하기를 표부인과 그 오라비가 사실은 친남매가 아니었고 이복 남매였다는거 있죠!
그 오라비가 한참을 안보여서 표부인네 새로 들여온 가정부와 네명이서 마작을 쳤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는줄은 막부인이 말을 안했다면 난 몰랐을거에요. 그리고 그 후부터는 그 오라비와 표부인을 보기가 영 민망하여 자리를 피해다녔거든요.
그런데 당신이 함께 가주면 덜 민망하겠어요. 물론 이건 비밀이에요! 막부인도 두 사람이 이복남매라고만 하였지 어떤 사이인지는 상상에 맡긴다 하였으니 내가 상상하는게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요.
... 당신도 알잖아요. 이렇게 계속 생각에 담아두고 있다가 모임에서 그대로 말해버리고 모두의 기분을 상하게 해버릴지도 몰라요. 사실 우리 일도 아닌데 고작 심심풀이 모임을 이런 일로 파훼하고싶지두 않구요.
命運@_20191001
표 부인의 오라비가 이복 오라비였나? 다이아 귀걸이를 사 줬다니.
(아마 표 부인도 정부로 그 오라비를 고른 모양이군. 표 부인의 오라비는 일을 볼 겸 화연을 부인회에 데려가 주다가 오며 가며 몇 번인가 마주한 적이 있었다.
키가 크고 늠름하게 생겼는데, 화교치곤 일본어를 퍽 잘하여 가끔 사내들끼리 담배를 피울 때 일본어로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명운 군은 좋겠습니다, 하는 말에 처가 상냥하고 아름다우니 축복을 받았지요. 하고 답변을 했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군.
인간들은 찰나를 사는 주제에 어찌나 이것저것 열정적으로 하는지. 사랑도 정열적으로 하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홍콩식 딤섬이 먹고 싶군. 이야기를 집중하여 듣다가 갑자기 딤섬을 생각했고, 다시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복남매는 대부분 그저 남매에 지나지 않지만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누이를 위해 부인회에서 자랑할 수 있는 커다란 다이아 귀걸이를 사다 주는 것은 이복 오라비의 정상적인 행태가 아니었다.
나도 화연에게 커다란 다이아 귀걸이를 사다 줘야겠다. 아무렴, 내가 부군인데 숨겨진 정부보다 못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묘하게 그를 의식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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