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알량한 慈悲心
命運@_20191001
그러게 말이야.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올 테고, 내 부인의 여름 옷을 새로 맞추어야겠지. 고민이 있어. 실루엣이 잘 보이는 옷이 요즘 경성 신-여성들의 유행인데, 내 연이는 그런 옷이 잘 어울린단 말이야. 그것도 몹시. 그렇담 내가 그런 것들을 사 주어야 하는데, 그걸 보고 사내들이 내 부인에게 반하여 다가오면 어떻게 하지? 나는 아마 그것을 참지 못할 텐데 말이야.
(가벼운 목소리로 능청맞게 이야기했다. 어깨를 으쓱이며 걷다가 어린 인간들이 구걸하는 모습을 보았다. 화연은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지만 인간 아이를 키울 생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 아이를 키우면 화연이 죽은 뒤 처리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자신과 화연의 사이에서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으니, 이것이 화연에게는 어느 정도의 비극으로 찾아오겠다. 굳이 다른 말을 하자면, 화연의 시선을 다른 이에게 앗기고 싶지 않았다. 너의 시선은 나에게 있으면 돼. 고아들을 외면하고 걸으며 움직인 곳은 쇼콜라며 과자를 파는 양과자점이었다.)
새로 생긴 곳이라고 하던데.
花然@_____justdream
고국에서도 그런 옷들을 곧잘 입곤 했는걸요. 치파오는 실루엣이 생명이니까 잘 어울리게 입어보겠다며 굶던 여자들이 꽤- 많았었는데. 살이 잘 붙지 않아 가족들이 걱정을 해도 그땐 그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학부시절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그 때에 치파오 실루엣이 더 잘 어울린다며 후원금을 모집하는 무대에 간혹 서곤 했었다. 그 당시에는 난감한척 했지만 천성이 사람들의 부러움 어린 시선들을 즐기는 터라 남들 모르게 무대 연습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잊고 있었는데 무대의 배역으로 오르던 때도 있었더랬다.)
아름다운 아내에게 피곤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그럼 당신이 항상 나와 함께 해주어야겠어요. 미츠코시 백화점 옥상의 커피숍에도, 박래품점을 개점할 때도-...
(골목의 고아들이 자신들을 발견하자 구걸을 하러 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이가 있으면 제가 죽고나서 당신이 저를 더 오래 생각하고 담아둘텐데. 어떤 형태로든. 아니, 상흔으로라도 당신에게 새겨지고 싶은 이 생각 역시 징그러웠다. 징그러운 제 속내가 들킬까 괜히 웃었다.
아마 당신은 그리 다정한 아비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과 저를 닮은 아이라면 다정하진 않아도 안전하게 지켜줄지도 모를텐데,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양과자점에 도착하였다.)
아, 여기가... 말로만 들어봤어요. 얼마전에 무역을 하는 고국의 사람들과 우연히 경성호텔 로비에서 만나서 마작을 치게 됐는데. 걱정 말아요. 잃은 것은 전-혀 없으니. 그 사람들이 여길 말하더라구요. 이곳의 생크림 케이크가 그렇게 맛있다며 얼마나 자랑에 자랑을 하던지!
命運@_20191001
나도 보고 싶는데. 연이가 치파오만 입은 모습.
(조금 부루퉁하게 말했다. 치파오를 입은 여인이야 많이 봐왔지만서두 아내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조금 불만스러웠다. 아내와 다른 여인은 다른 느낌이 아니던가.
치파오만 입은 너를 상상했다. 아마 푸른색이나 녹색 치파오가 잘 어울릴 것이다. 그걸 입고 중국의 노래를 부르는 네 모습을 상상하자 조금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가족들의 걱정도 이해가 갔는데, 화연은 살이 잘 붙지 않는 체질이었다.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여도 살이 찌찌 않으니 뭇 여인보다 호리호리해 그것이 언제까지고 불만인 것이다.
온몸 구석구석이 부드럽고 달콤한 아내를 조금이라도 살을 찌우는 것이 남편의 덕목이거늘, 그렇게 하지 못했다. 생크림 케이크를 몇 조각 먹이면 살이 조금 붙으려나.
그랬다간 지금 있는 옷을 다 버려야 할 텐데, 미츠코시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도 좋을 테니, 그래. 살을 조금 찌우자.)
다 가야지. 옥상의 커피숍도, 박래품점도. ……마작을 했어? 남편의 마음이 찢어지는군. 물론 내 부인이 잃지 않은 건 그 영리한 머리만 봐도 추측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남편 없이 마작을 하는 게 슬픈데. 사내도 있었나? 사내가 있었으면 정말 토라질 거야.
(제법 귀여운 말투를 썼다고 장담하며 과자점 안으로 들어섰다. 과자점은 화려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는데, 주인은 일본인인 것 같았다. 화려한 옷을 입은 이들을 뒤로하고 생크림 케이크 두 조각과 블랙커피 두 잔을 시켰다. 그 뒤에는 쇼콜라 한 상자를 포장했다.)
이것은 화연이 일하면서 먹을 것. 더 사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부인?
花然@_____justdream
아무래도 경성에서 치파오차림은 조금 눈에 띄니까 경성에 막 왔을때 빼고는 후로는 입어본 적이 없었죠. 하지만 당신이 원하면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는걸! 바보같이 사랑스러운 나의 아윈.
(당신이 기분 좋게 웃자 저도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제 눈 앞의 이 남자는 원하면 제 모든 것을 가질 수도 있고, 볼 수 있음에도 한번을 가진 적도 없는 사람인 양 굴었다. 바보같은 사람. 나의 부군.)
그럼 집에 돌아가면 당신을 위한 배우가 되어볼까요? 극단에 사람을 모집하기 위한 짧은 공연으로 가극을 부르며 홍보를 했었었는-... 어머. 이렇게 可愛(귀엽다)하게 굴기에요? 당신 말고는 어떤 사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걸!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띌지도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이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이순간 입을 맞추지 않으면 언제 또 입을 맞추겠는가. 발돋움을 하여 당신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정도는 공공장소에서 누가 될 만큼의 애정행각도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애정행각쯤이야 질렸다는 듯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요즘 경성에서는 소가죽으로 만든 구두가 유행이에요. 그 가격을 두고 내기 마작을 한 것 뿐인걸. 후후. 이정도가 딱 좋아요. 이것만 먹어도 이미 배가 불러서 저녁을 챙기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당신과 함께하는 식사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인걸.
(그도그럴것이 입이 짧은터라 분명 단 것을 먹고나면 질려서 당신과 함께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식사시간을 갖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命運@_20191001
가극을 했어? 나한테는 말하지 않았잖아.
(몸을 조금 숙여 입을 맞추기 편하도록 만들어줬다. 웃는 낯으로 목을 울려 웃었다. 누군가에게 귀엽다는 말을 듣는 것은 몹시 낯간지러웠는데, 그것이 제 아내라면 좋았다. 그녀가 하는 것치고 싫은 것은 하나 없었다.
한 가지 흠이라면, 화연의 이런 모습을 다른 자들이 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싫은데. 허리를 끌어안은 채로 화연이 극단을 홍보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 것을 좋아하긴 하지.
사내의 아내는 온갖 자유로운 것들을 사랑하는 듯했다. 가족들이 허락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 당장이라도 시간을 돌려 앳된 화연을 보러 갈 수도 있었다. 불가능이란 없었다. 그러나 그녀를 보러 가면 그 사이 지금의 화연을 보지 못하니, 남편으로서는 이것 참 곤란한 일인 것이다.)
그렇담 소가죽 구두를 사 주어야겠군. 아마 연이에게 어울리는 구두가 있을 테야. 미츠코시에 가면 분명히 있을 텐데. 나는 검은색보단 갈색 구두를 신은 연이가 보고 싶어.
(자연스럽게 창가의 테이블로 가 앉았다. 요 근래 세련된 양과자 집이나 음식점에 들어오는 이 둥근 테이블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만 여인들은 이런 것도 멋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저녁 식사는 무엇을 먹겠어? 내 생각에는 우리가 오늘 미츠코시에 들러 연이가 연이의 소중한 아윈을 내버려두고 내기 마작을 했던 그 금액의 소가죽 구두를 사고, 집에 가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물론. 오늘의 요리는 내가 할 거야. 남편이 만드는 요리가 암만 맛이 없어도 마나님께서는 그것을 즐기듯 식사를 음미해야 하지.
(생크림 케이크와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오는 점원을 자연스럽게 무시했다.)
무엇을 먹고 싶어?
花然@_____justdream
이이도 참. 그런 것 하나하나 어떻게 다 말을 해요. 게다가 학생 때라 까마득한 기억인걸요.
(자신이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소중한 것을 다루듯 끌어안는 것이 퍽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 그것도 당신에게 소중히 여겨지는 것을 기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테니 당연한 감정일 터였다. 그런 감정을 조금 더 누려도 괜찮지 않을까.
창가의 테이블은 요즘 유행하는 양과자집 답게 아름다운 수가 놓인 레이스 식탁보 위로 말간 유리가 덮혀 있었다. 고국에서 온 그 사내 말대로 오픈한 지 얼마 안된 모양인지 유리는 흠 하나 없이 말끔했다.
창 밖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딜 가는 것인지 바쁘게 오갔다. 그 오가는 군중 사이로 사람들 속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듯 끼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고아들이 눈에 밟히었다.)
소가죽 구두는 당신을 위해서 내가 준비했는걸요. 당신이 신은 것을 보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시간마다 보석이 박힌 회중시계도-... 저 아이들을 위해 과자를 조금 살까요?
(당신이 아이를 싫어할까 한 번인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후론 입에 둘 사이의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본 적은 없었다. 으레 사내들이란 자신의 대를 잇고 싶어하였으나, 제 눈 앞의 부군은 뭇 사내들과는 다른 존재이니 그런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부정적일지도.
작게 머금은 커피가 쓴 것인지, 아니면... 어쩌면 당신과 저 사이에 아이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에 당신이 한 이야기를 한참을 듣지 못하고는 저녁 메뉴에 대해 묻는 말을 양과자점에서 무엇을 더 사겠냐고 재차 묻는 말인줄 알고 당장의 안쓰러운 마음을 덜고자 고아들을 위해서 과자를 사자는 말을 꺼냈다.
이런 행동이 저 아이들을 위한 것은 아니란 것은 안다. 하지만 계속 도울 수 없는데, 돈을 주면 괜히 어른들에게 뺏기거나 할 바에야 당장에 배를 조금이라도 채워주는 게 나을텐데. 제 앞의 남편이 어떤 표정인지 살펴 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시선을 아이들에게서 떼지 못했다.)
응? 어때요.
命運@_20191001
(표정이 곱지는 않았다. 아내는 정이 많다. 아이들을 좋아한다. 그렇담 응당 맞춰주어야 한다. 어느 고아를 데려다가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뱀의 몸으로 인간을 잉태시키는 일은 어려울 것이나, 엇비슷한 아이를 데리고 와 키운다면 그렇게 할 수야 있었다.
하나 아내의 시선이 다른 이에게 향한다는 것은 몹시 불쾌한 일이었으며, 뱀은 인내심이 깊지 않았다. 세상 천지에서 언젠가 연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은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인간들은 대부분 서로 짝을 지어 아이를 잉태해 키우니 그렇게 따지자면 자신은 연에게서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것 중 하나를 잃게 한 것일지도 몰랐다. 지금 당장 저 고아 중 화연의 눈에 가장 띠는 아이를 데리고 가서 키우면 그 애는 어머니, 어머니, 하며 화연을 따를 것이다.
화연은 그 아이를 애정으로 키우는,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꺼림직한 것이다. 아이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유치한 성정이라 말한다면 그저 어깨를 으쓱일 수밖에 없었다. 이리 유치한 것이 그대의 부군이야, 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과자를. 저 아이들을 위해.
(목소리가 제법 딱딱하게 나갔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에 곧바로 표정을 부드럽게 바꿨다. 어쨌든 모든 사내들이 그렇듯 자신도 아내의 청이라면 전부 들어주고 싶었다.
결국 떨떠름한 얼굴로 일어나 가장 싸구려 과자를 주문하는 것이다. 돈이야 많았으나 길거리 고아들이 이런 곳의 음식을 먹고 혀가 높아지면 구걸을 해도 입이 높아져 굶어 죽을 일이 많았다.
그렇다면 다시 이곳에 왔을 때에 화연이 슬퍼할 것이다. 종이 봉투에 가득 들어찬 과자들을 가지고 네게 다시 다가왔다.)
나갈 때에 건네고 갈까?
花然@_____justdream
좋아요!
(일평생 가격을 신경 써 본 적이라고는 작금의 집을 구할 때 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항상 좋은 것만을 먹고, 마시고, 누리는 것이 당연한 삶만을 살아왔기에 이곳의 과자가 독이 될 줄도 모른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가득찬 종이 봉투를 들고오는 모습을 보고 얼굴의 그늘이 가시고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며칠 전에 안그래도 근처 양장점 아주머니가 차라리 고아원이라도 차리는게 어떠하겠냐고 그랬는데, 지금 하고있는 박래품점도 관리가 벅차 여급을 사용하는 마당이라 어렵다고 그랬거든요. 그러고도 못내 마음이 안좋았는데 아이들에게 임시책일지도 모르지만 이런거라도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분명 길건너 양장점의 주인은 빈정거리는 조로 제게 말한 것이었으나 빈정거리는 의도를 해석하지 못하여 권하는 줄로만 알고 고아원을 차릴 정도의 여유가 되지 않는 것에 잠시 속상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하나뿐인 고명딸이 정세에 휘말릴까 타국에 보내놨더니 왠 사내와 결혼을 하겠다며 통보를 하더니 연을 끊겠다는 으름장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 지원이 끊긴지는 오래였다.
박래품점의 물건들은 화연의 눈이 높은 탓에 하나같이 귀한 것들이고 비싼줄도 모르는 탓에 가격이 높았기에 손님들은 으레 구경만 하다 갔다. 그러니 수입이 거의 없을 수 밖에.
물론 집안에서는 부친이 화연이 모르도록 사람들을 시켜 종종 화연의 박래품점에서 물건을 사도록 했으니, 화연은 그도 모르고 이 곳에서도 자신의 안목이 통한다며 좋아하곤 했다.
부친이 시킨 사람이 아니면 서역에서 온 눈 색이 신기한 군인들이 여자를 끼고 왔다가 높은 가격에도 허세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한달의 봉급을 내고 구매하는 일도 있었지만 높은 빈도로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니 가게는 항상 한산하고 하나 뿐인 여급은 괜시리 진열대며 창고며 이곳저곳을 깔끔하게 닦아대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것처럼 굴었다. 어찌됐든 중요한 것은 화연의 주머니 사정은 화연이 사치를 부리고 풍족하게 누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으나 경성 온 시내의 배 곯는 아이들을 거두기엔 한참을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풍요로운 삶을 포기하지 못해서 고아원, 아니 구휼원도 차리지 못하는 자신의 이기심을 늘 스스로 질책했기에 이런 알량한 선의라도 베풀어야 마음이 좀 편했다.)
아. 그래서 말인데, 아윈 당신을 위해서 회중시계를 샀어요! 세공이 얼마나 정교해서 아름답던지. 당신한테 아주 잘 어울릴 거에요.
(숫자 대신에 눈이 시리도록 푸른 다이아가 박혀있고 반대편에는 제 사진을 끼워넣어서 시계를 볼때조차도 저를 잊지 말라는 집착어린 물건이라는 것은 당신은 알까.
그 집착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려 화려한 것을 골랐다는 것도 모르길 바라며 화장대 보석함 옆, 비단으로 감싼 상자에 둔 회중시계를 떠올렸다.)
요즘 경성에서는 사내들이 회중시계를 통해 멋을 낸다고 하는데, 당신 생각이 안날 수가 없더라구요.
命運@_20191001
그래? 양장점 아주머니가 그런 말을 하였군.
(분명 빈정거리는 투였을 테다. 자신의 아내는 그런 것에 무지하여 몰랐을지라도 말에는 냄새라는 게 있다. 그리고 양장점 주인에게는 안타까운 말이지만 뱀은 그 냄새를 무척 잘 맡았다.
아내가 해맑게 조잘거리는 그 안에 깃든 양장점 주인의 비아냥은 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데에 충분하였으니 그녀의 인생이 꼬이는 것도 얼마 안 되어 일어날 일이었다.
물론 그런 것을 아내에게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화연은 제가 본 부잣집 자제들과 비슷한 성미가 있었는데, 입맛이 높아진 고아들이 그 뒤로 배식이나 적선을 받아 끓이거나 할 겨죽 같은 것을 먹고 평생 이곳의 과자를 상상하고 군침을 흘리거나 할 미래를 모른다는 것이 그러했다.
그러나 아내의 긍휼한 마음을 어찌 외면할 수 있으랴? 사랑 중의 사랑으로 이루어진 뱀의 애정에서는 화연 하나만이 중했다. 간혹 화연의 박래품점에서 묻어나는 그녀의 아비 냄새가 화연 하나만을 중히 생각하는 것처럼 뱀에게도 그녀만이 중했다.
그렇게 따지면 자신은 화연의 아비와 닮은 점이 많은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또 나쁘지는 않았다. 자신은 떠날 생각이 없었으나 혹여나 무참한 일이 벌어져 자신이 화연과 잠깐 떨어져 있어야 할 적에도 그 아비가 화연을 잘 보살필 것이다.
반대로 화연의 아비가 죽는다 하더라도 그에게는 딸을 보살필 단 하나의 존재가 분명 존재하는 것이니 그도 안심하고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그에게는 이것이 비극일까, 하고 생각했다.
비극과 절망은 뱀이 가장 사랑하는 먹잇감이었으나 그 비극에 화연이 엮인다면 그건 안 될 노릇이었다.)
…… 회중시계?
(잠시 의아하게 생각했다. 세공이 정교하다면 그것은 아내의 취향일 것이 분명했다. 그랬기에 그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설령 제 미학에 맞지 않거나 몹시 촌스럽다 하더라도-아내의 성정상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저는 얌전히 그것을 달고 다닐 것이다. 평생.)
기대가 되는데. 무슨 색이야?
花然@_____justdream
백금으로 만든 회중시계인데, 시계를 열면-... 후후. 이 다음은 비밀이에요. 당신이 보면 깜짝 놀랄걸요. 기대해도 좋아요!
(백금으로 만들어진 회중시계 겉은 고국에서 행운과 가정의 화목을 상징하는 수선화 모양의 순금 장식이 있었으며 그 안을 열어보면 숫자 대신 푸른색의 다이아가 박혀있었는데 어둠 속에서 보면 기이하게도 푸른색이 아니라 핏빛의 붉은색으로 보였다.
그리고 시침과 분침을 고정하는 다이아의 컷팅은 장인에게 따로 부탁한 것이라 하나뿐인 컷팅으로 어느 각도에서 보나 화려함을 자랑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부담스러워 할지도 모르지만 일평생 그런것들이 당연한 사람에게는 그저 아름다운 예술 작품일 뿐이었다.
그리고 화연에게도 그러했으니, 회중시계를 보자마자 가장 아름다운 사람인 제 부군에게 어울리는 소모품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딱 맞는 구두처럼 당신에게 잘 어울릴테니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꽤나 흡족할 것이다.)
너무 잘 어울려서 더 멋있어 질텐데, 경성의 뭇 여성들이 당신에게 작업이라도 걸면 어떡하죠. '거기 잘생긴 신사분 혹시 길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당신이 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늘상 제 곁에서 제게만 시선을 두고 함께 하니 실은 그런 걱정이라곤 죽어서나 가능한 일임을 알기에 교태스럽게 목소리를 내며 장난을 쳤다.)
命運@_20191001
오, 그렇다면 그 숙녀분은 망신을 당하겠어. 나는 내 부인 외의 다른 여인에게 길을 알려줄 생각이 없으니 말이야. 불어나 중국어로 대답을 하겠지.
(그런 신사도 되지 못하지만 교태를 부리는 목소리에는 웃으며 대꾸했다. 아내가 좋다는데 무어, 이런 장난에는 가끔 어울려줘도 될 것 아니겠는가. 커피를 몇 모금 더 마시고는 케이크를 잘라 화연의 입에 넣어줬다.
제 입에는 맞지 않았지만 이런 고급스러운 크림의 맛은 화연의 입을 사로잡기 좋으리란 생각이 든 탓이었다. 예쁘게 장식이 된 것을 보며 백금으로 만든 회중시계가 과연 제게 어울릴지 잠시 고민했다.
모든 게 검은 남자에게 백금을 주다니. 내 아내는 취향 한 번 고약하지. 하지만 그것이 매력 아니겠는가. 화연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장식품이었다. 가장 아리따운 장식품들을 가꾸고 마음껏 고르는 것이 화연의 몫이었다.
그리하여 그것들을 모아둔 가게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지만, 인간의 돈이라는 것은 차고도 넘치는 것이 아니던가. 필요하다면 만들어낼 수도 있었고, 어디에선가 구할 수도 있었다.
작금의 시대는 편리하다. 동전이나 지폐 따위로 물건과 교환을 하니 뱀이 원래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편한 교류인 셈이었다.)
나는 그 여인들이 묻는 길의 방향보다 내 부인이 오늘 나와 백화점에 가줄지가 더 궁금한데. 응? 연이.
花然@_____justdream
그 여인들이 가고싶은 곳은 당신의 마음에 닿는 길 일텐데, 중국어나 불어로 대답해버리면 친절히 설명해주어도 알아듣질 못할테니 그 여인들은 꽤 난처하겠어요.
(입 안에서 녹진하게 뭉개지며 달콤하게 퍼지는 크림과 케이크의 시트가 입가에 미소가 걸리게 하기 충분했다. 거기에 제 마음에 쏙 드는 당신의 대답은 흡족했기에 기분이 좋았다.
뭇 사람들이라면 이런 사치스러운 행복에 불안할 법도 하겠지만 이런 사치는 화연에겐 당연스러운 것이었으며 당신의 애정어린 행동과 시선도 오로지 제 것인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죽음. 그 죽음이라는 생의 마침표만 아니라면 당신의 시선조차도 제가 독차지 할 수 있을텐데. 이런 생각은 불쑥불쑥 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가 연기처럼 흩어지곤 했다. 당신이 재차 제 이름을 부르는 것에 장난스럽게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이렇게 멋진 신사분이 청하신다면야. 기꺼이 함께 해야죠.
命運@_20191001
내 마음에 닿는 곳? 그럼 연이에게 닿을 텐데. 연이에게 닿는 것을 막아야 하니 더욱이 불어나 중국어로 이야기를 해야겠어. 나는 연이에게 여인의 시선이 닿는 것도 달갑지 않거든.
(속삭이듯 말하며 웃었다. 제 몫의 케이크까지 모두 화연에게 먹인 뒤에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는데, 원래도 단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으며 단것을 좋아한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아내가 먹는 것과 제가 먹는 것 중 더 선호하는 것을 말하라면 그것은 아내의 입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부드럽게 웃는 낯으로 손을 뻗어 뺨을 쓸었다. 조선은 발전하지 않아 아직도 사람들이 보수적이라고 하나 이런 곳을 이용하는 객들은 어느 정도 서양과 일본의 문물을 받아들인 자들인 것이다. 몸을 들어 테이블 너머의 네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럼 과자를 주고 함께 백화점에 갈까? 백화점에 가서 옷을 조금 사고 싶은데. 내 부인의 잠옷을 새로 사고, 맞추어 함께 구두를 사고. 그런데 그거 알아? 구두를 산다는 건 말이야. 그 구두를 선물한 자가 나에게서 훨훨 날아간다는 뜻이라고 하던데. 오, 구두는 안 되겠어. 대신 팔찌를 사자. 화연이 눈에 차는 것으로.
花然@_____justdream
여인의 시선도요? 너무 질투쟁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 제게 호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호감 정도로만 생각해보았지 그것이 연인의 사랑과 같은 종류의 것으로 제게 닿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은 사내들이나 여인들이나 모두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했기에 당신의 말이 재미있는 농담 쯤으로 들렸다. 당신 몫의 케이크까지 제 입으로 들어가니 배가 불렀다. 이러다간 저녁을 못 먹겠는데 싶었다.)
구두를 사주면 달아난다는 말은 고국이나 이 곳이나 같네요!
(그 의미는 안좋은 것이었으나 조선에서와 고국에서의 공통점을 발견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별것 아닌 것에도 진짜 이루어질까 구두는 안된다며 재차 정정하는 말에 또 한번 웃음이 와락 쏟아져 나왔다.)
좋아요. 아하하. 내가 입을 실크로 만든 새 잠옷과, 당신에게 어울릴 커프스 버튼도 사고 팔찌도요.
命運@_20191001
구두를 사 주면 연이가 달아날지도 모르니, 좋아. 내 커프스 버튼도 하나 사도록 하지. 연이가 골라 줘. 나는 그런 것에는 영 관심이 없으니 말이야.
(뱀의 취향이라고 말한다면 대부분이 검은색이었다. 굳이 취향이라고 말할 것도 없었는데, 검은색을 선호하는 이유조차 제 원래의 비늘 색과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무엇을 선택하든 아내가 고르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런 것에 영 관심이 없는 자신은 아내의 옷이나 신발, 장신구 따위를 골라주는 일을 더 선호했으며 아내는 자신의 장신구를 골라주는 일을 선호했으니 모든 것이 서로에게 알맞다고 할 수 있겠다. 몹시 만족스레 과자가 잔뜩 든 봉투를 가지고 양과자 집을 나왔다.
고아 아이들에게 연이 접촉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연은 여인이었다. 인간들이란 참으로 치졸하기 짝이 없어 자신에게 적선한 것이 여인이라면 그 감동이 덜할 것이나 적선받아 입이 높아진 뒤에는 그 여인을 적대시 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것 또한 연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이 아닌가 고민이 되었기에 결국 이곳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는 어린 개체의 인간들에게 갈 때는 연과 함께 다가갔다.)
당신이 건네. 내가 샀으니 건네는 것은 당신이 해야 이치에 맞지 않겠어?
花然@_____justdream
관심이 없다는 것 치곤 내 옷은 곧잘 고르잖아요. 하지만 남편을 제 취향으로 꾸미는 일은 아내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거절하지 않겠어요.
(당신의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모든 곳에 제 취향이 닿아있고 제 선택이 닿아있었다. 그러니 누군가 작금의 당신의 모습을 보고 반한다면 제 취향과 그 사람의 취향이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리라.
물론 원 도화지인 당신이 모두의 취향을 이길만큼 잘 생겼다 생각하기도 하니 제 취향으로 여인의 손길이 곳곳에 닿아있음을 경고처럼 둘러놓는 것이었다.
과자가 잔뜩 봉투를 들고 아이들을 향해 다가가니 그 중 가장 나이가 먹은 아이가 제 뒤로 다른 아이들을 숨기곤 겁에 질린 목소리로 '제 동생들은 아무것도 훔치지 않아요!' 라는 것이다.
며칠전 이곳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기분이 나빴던 순사에 의해 누명을 뒤집어 쓰곤 몽둥이질을 당해서 평생 절름발이 신세가 돼야하는 일을 겪었기에 제 동생들에게 또 저와같은 일이 일어날까 고급스러운 차림의 남녀를 잔뜩 경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해봤기 때문에 화연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타인이 무서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지레짐작을 하고 부러 무해해보이도록 웃었다.)
그런게 아니라 이건, 과자인데. 동생들과 함께 나눠먹지 않겠니?
(앞에 나선 아이는 의심스럽다는 듯 처음에는 쭈뼜거렸으나 뒤의 아이들이 '과자 먹고 싶어 오라버니', '형....나두 배고파....' 등의 말로 재촉하는 것을 못이겨서 이내 내민 과자 봉투를 받아들고는 90도에 가깝게 고개를 숙여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선한 행동을 했다는 알량한 만족감과 그저 임시책이라는 죄책감이 동시에 식도를 따라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이런 양가감정은 그리 달가운 것이 아니었다.)
맛있게 먹으렴.
命運@_20191001
(화연이 과자를 주는 동안 가만히 그 뒤에 서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혈육인가? 뱀은 혈육이 없었지만 화연의 혈육이 그녀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알고 있었다. 혈육의 정은 부유한 것들에게서만 나타는 것 같다가도 부모 잃고 얻어맞으며 의지할 곳이라곤 서로뿐인 아이들에게도 강하게 나타나는 모양이었다.
무엇이든 큰 관심은 없었다. 관심은 화연이 여름에 걸칠 숄을 레이스로 만든 것도 좋겠다는 것에 가 있었는데, 이것 또한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얌전히 물러날 용의가 있었다. 그러나 제 부인은 자신이 무엇을 고르건 기껍게 고를 것이다.
애초에 화연과 대부분의 인간들은 달랐다. 화연의 고국은 조선이 아니었으며, 지금은 조선에 터를 잡고 산다 한들 그녀의 정체성 또한 조선인이 아니었다.
주머니에 손을 꿴 채로 쭈뼛거리며 과자를 받는 아이들을 훑어봤다. 시선은 몹시 건조하였다. 계집아이 하나가 반짝이는 화연이 곱게 보였는지 눈을 반짝이며 그녀의 치마며 겉옷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원래 사내애들보다 계집애들이 꾸미는 데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지. 저로서는 아내가 꾸미는 것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기에 잘 알지 못하였으나 여인들이 간혹 화연을 선망어린, 또는 시기어린 얼굴로 보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사내라 하여 잘 꾸민 자신을 좋아하진 않았다. 인간의 눈에서는 다 비슷한 것들이 느껴졌으니까. 잘 차려입은 부유층의 젊은 부부를 보는 시선은 이토록 따가웠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아이들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여기서 먹어치웠다간 도둑질을 했다고 오해를 받을 테니 어디 굴다리 아래나, 너희만 있는 곳에 가서 먹어라. 어른들이 그게 무어니, 하고 묻는다면 한 씨 나리의 심부름입니다, 해라.
(건조한 목소리로 자비를 베풀었다. 저 애들이 화연이 준 음식으로 해코지를 당한다면 그건 막아야 했다. 아무튼 저 아해들은 화연이 다시 올 때까지 이곳에 있어야만 했기에.)
가자, 연아.
花然@_____justdream
(당신의 말에 자신은 이 선의가 누군가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부족함에 부끄러워 뒷목이 붉게 달아오른 것처럼 홧홧한 느낌이 들었다. 어쩜 이리 현명한지.
그리스에서는 뱀이 지혜의 상징이라 하였다. 이리 현명하고 아이들이 해코지라도 당할까 자애로운 언질까지 해주는 당신을 보니 그리스인들의 생각이 꽤나 정확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 덕에 이 아이들은 아마 오늘 하루정도는 아무런 탈 없이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 돕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숙인 몸을 일으켜 당신의 팔에 가볍게 팔짱을 끼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사려깊음을 존경한다는 말을 해야겠어요. 그럼 에스코트 해주시겠어요? 나의 존경하는 아윈.
(부부간에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야한다는 말을 전에는 가부장을 답습하는 늙은이들의 헛소리 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당신과 백년가약을 맺고나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어슴푸레 알게 됐다.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돌아보는 당신의 깊은 생각과 저를 배려하는 마음과 이렇게 고아들에게까지 닿는 사려깊음을 어찌 존경하고 마음 깊이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命運@_20191001
(존경? 한참이나 생각하다가 제 행위가 아이들을 위한 사려로 탈바꿈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이내 눈웃음을 지으며 허리를 감싸 안았다. 관자놀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당신의 아윈은 당신 하나만을 에스코트할 거야. 가지, 연이.
(잠시 고아 아이들을 돌아봤다. 아해 하나의 다리가 절뚝거리는 것을 보니 아이들의 처지가 영 마뜩잖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것까지 걱정하기에는 자신이 너무나 바빴고, 관심이 없었다. 화연 하나만 있으면 되는 삶에서 저런 고아들까지 돌볼 필요가 있단 말인가.
저 애들은 그저 자신의 연이 다시 양과자 집에 들렀을 적에 무사히 살아만 있으면 된다. 그 사이에 누구한테 뒈지게 맞든지 아니면 어디가 더 부러지거나 눈알이 빠지든지, 그런 것은 제가 알 바가 아니었다. 한명운은 영원히 화연의 아윈이었고, 그 말은 한명운이 신경써야 할, 남들과 다른 인간은 화연뿐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저 애들이 많이 다치지는 않아야 할 텐데. 그래야 화연이 다음에 다시 저 애들을 볼 때에 밝게 웃을 게 아닌가. 한 달에 한 번쯤 와서 과자를 사 주는 것이 저 애들에게 정녕 좋은 일이느냐 묻는다면 그것은 아닐 것이다.
평소에 먹지 못하는 달콤한 것을 먹어보기 위해 살아가는 아이들은 조금 더 악착같아질 것이고, 포상처럼 내려오는 적선에 하루를 살아가며 높아진 입으로 꾸역꾸역 겨죽이나 먹고 살겠지. 그러나 그렇게 해서 저 애들이 화연을 반긴다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레이스로 된 숄을 사 줄까?
花然@_____justdream
(이 모든 행동은 저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단 알량한 자기만족이었기에 앞의 아이가 자리를 절뚝 거리는지 조차도 저는 몰랐다. 그저 당장의 고아에게 선의를 베풀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말았다.
다음에 이곳에 올때는 그래도 공부를 할 수 있는 책가지를 조금 가져다 주어야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저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해봐야 전혀 필요없을테지만 배워야 상황을 바꾸든 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생활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책은 거추장스러운 짐밖에 되지 못함을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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