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조문
命運@_20191001
정 부인의 남편이 몹시 애처가라지. 어제 잠시 무도회장에 들렀는데, 정 씨가 정부와 함께 있는 걸 남편이 봤어. 칼부림이 났더군. 즉사했을 거야.
(그 영혼은 제가 맛있게 먹어치웠으니 분명한 일이었다. 어리고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인간 개체, 그러니까 고아들의 비극도 맛은 있지만, 이런 치정이 섞인 비극은 특히 미식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화연의 어깨를 부드럽게 쓸어줬다. 제게는 정 부인이 죽은 것보다는 화연이 당장 살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다른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 더욱 중했다.)
정 부인의 남편이 아내와 정부를 죽이고 자살을 했어. 조금 있으면 전부 알려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요즘 흉흉하니 혼자 나가지도 말고.
花然@_____justdream
어머나. 그것 참... 안타깝게 됐네요. 마작은 4명이서 하는 놀이이니 한 사람을 더 구해야겠어요. 표부인의 오라비가 끼는 것은 싫은데
(그 능글능글한 남자. 자신을 보는 눈길에서도 침을 뚝뚝 흘리는 것 같던 징그러운 남자를 떠올리니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응... 아무래도 흉흉하니 혼자서는 못 다니겠어요. 정사장님이 그렇게 부인에 대해서 애정이 깊던데, 부인은 어쩌다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까요. 말해줘도 저는 평생 이해하지 못하겠지만서두 ...
(당신의 선택은 아주 탁월했다. 모임의 부인이 제 남편에게 정부를 들키고 살해당했다더라는 소식은 살에 대해서 깔끔하게 잊기 딱 좋은 주제였다.
그 집에 대한 생각보다는 마작회의 인원에 대한 걱정이 먼저 드는 것을 보면 알듯이 그들의 죽음은 그저 얼굴과 이름을 알 뿐인 이들의 죽음인지라 큰 감흥이 들지 않았다.)
命運@_20191001
정 부인에게 조의를 표하고 오는 길에는 당신이 좋아하는 롱샤 요리를 파는 곳에 가지. 중식당이 조금 생겼으니 아마 팔 거야.
(그대로 말을 돌렸다. 화연을 데리고 다시 침실로 올라갔다. 아무래도 가벼운 옷만 입은 이를 데리고 밖에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며, 자신도 씻고 옷을 탈의해야 했다.
게다가 화연의 꾸미는 시간은 제가 꾸미는 시간보다 몇 배는 길었는데, 눈썹이나 눈가를 길게 빼고 그 위에 무언가를 얹는 행위를 보자니 안 그래도 예쁜 얼굴을 치장까지 하니 더욱 빛이 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화장을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만, 어디 여인네에게 그런 것이 정말 통하는 말이겠는가.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더라도 꾸미고 다니는 것이 상류층 여인들이었다. 게다가 화연은 꾸밀 때에 고왔으며, 귀걸이나 팔찌를 골라주는 맛도 있었으니 곁에서 구경하기가 좋았다.)
먼저 씻고 나와, 연이. 연이의 치장 시간이 나보다 오래 걸리니, 나는 씻기 전에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오늘 바꿀 이불을 한 번 보고 와야겠어. 환절기니 이제 목화솜 이불은 넣고 조금 더 가벼운 이불로 바꿀 셈이야.
花然@_____justdream
그러게 말이에요 화교들이 많아져서인지 이 주변에도 중식당이 조금씩 들어서는 모양이더라구요. 그래도 표부인은 중국에서 함께 데려온 요리사만 못하다고 하던데. 흥. 그건 남편말고 오라비와 함께 식사를 해서 그럴걸요. 세상에 견줄 이 없는 미남자인 부군과 함께라면 흙을 씹어먹어도 산해진미와 다를바가 없을텐데.
(왜 이렇게 장담을 하느냐면 제가 그러했다. 아마 재료만 그대로 씹어 먹으라 하여도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게다가 식사를 하지 않아도 대화하는 이가 당신이라면 늘 즐거웠다.
이미 표부인과 그 오라비에 대해 별로 좋은 감정들이 없었으니 말이 곱게 나올리가 만무하였다. 그럼 다녀올게요. 당신은 늘 제가 입맞추려는 순간들을 잘도 알아차려서 볼에 입맞출때면 고개를 살짝 숙여 제가 편하도록 해줬고 이번에도 역시 그러했다.
욕실의 물 온도는 딱 알맞았으며 제가 좋아하는 계화 향이 난다며 들여온 비누도 좋았다. 아, 이번엔 이걸 들여와볼까. 분명 부인들이 좋아할테다. 씻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짧게 씻고 나온다고는 하였지만 이번에도 꽤 시간이 걸렸다.
물을 잘 닦지 않으면 기실 병에 걸린다며 당신이 제작해온 타올로 만든 가운을 두르고 물기를 머금은 머리를 손으로 살살 털며 거울을 살폈다. 살이 쪘나, 아닌가? 당신 말대로 그대로인가?
더 빠지진 않은 모양이고. 이보다 더 찌는 것도 문제지만 더 빠지는 것도 문제였다. 저를 사랑하는 남편은 분명 살이 빠졌다며 과장되게 슬퍼하여 제 입에 무엇 하나라도 더 넣으려 할테니까. 그리고 이보다 더 빠지면 초췌해 보일것이다. 이 정도가 딱 좋았다.
당신은 언제나 그대로일텐데 시간이 가면 나는 늙어 추해지겠지, 차라리 아름다울때 죽는다면... 솨아아 소리를 내며 바람에 창을 두드리는 나뭇잎 소리가 아니었다면 상념이 더욱 길어졌겠지만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시선은 거울 속 자신이 아닌 바깥으로 향했다. 아. 시간이 이미 꽤 지났구나 서둘러야겠다며 머리를 부산스레 털었다.)
命運@_20191001
그건 옳은 말이군. 나는 아름다운 아내와 먹을 때에 그것이 흙이어도 맛있을 것 같은데. 음식을 가리는 건 사내들이 못나서지. 맛없는 음식을 앞에 두어도 맛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사내의 덕목이니 말이야. 어서 씻고 와, 연이.
(화연을 보낸 뒤에는 잠시 아래로 내려갔다. 서재에 들어가 뻐꾸기 시계를 한 번 확인했는데, 시계는 요즘 제 시간에 움직이지 않았다. 원래 인간의 시간 밖에 사는지라 잘 몰랐는데, 서재를 정돈하던 늙은 집사가 말하는 것이다.
주인님, 시계가 망가졌습니다. 그런가, 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화연과 서재에서 책을 읽을 때에 집중하면 끼니를 놓치기 마련인지라 시계는 정확해야 하겠다고 판단을 했다. 사람을 불러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시계를 한 번 쓸어보고 담배를 두 대 내리 피운 뒤에는 밖으로 나갔다. 사용인을 따라 가서 이불 몇 채를 봤는데, 그중에서는 하얀 이불이 적당히 얇고 포근했다. 이것으로 갈라고 말하며 마님이 처음부터 요리를 하지 않도록 딤섬 안에 들어갈 속재료는 너희들이 미리 만들라고 말했다.
화연은 딤섬을 만들고 싶은 기분을 내고 싶은 것뿐이니 피에 재료를 올리고 빚는 것만 하면 되겠다고 판단을 했다. 바깥에 심을 꽃은 아내와 직접 보러 갈 것이라고 하나 더 지시를 했다.
보통은 여인이 집안의 일을 담당한다지만 화연에게 이런 사소한 일을 맡기기는 싫었다. 그랬기에 집안의 일을 호령하는 것도 자신이었다. 이내 일을 다 보고는 다시 위로 올라갔다.)
일찍 나왔네.
花然@_____justdream
당신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긴 싫으니까요.
(분명히 짧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눈 앞의 제 남편은 제게 이런 것 하나로도 면박을 준 적이 없었다. 그리하여 늘 제 시간들은 여유로웠는데 이는 당신이 참을성있게 기다려준 덕이기도 하였다.
화장대 앞에 앉아서는 다시금 얼굴을 좌우로 돌려가며 부었나. 이런 말들을 중얼거리며 부산스레 간단한 화장을 했다. 오늘은 조문을 가니 너무 화려하면 되려 예에 어긋날 것이다.
입술도 연한 색으로 찍어발랐다. 연한 벚꽃의 색이었다. 진한 붉은색 루쥬를 바를때면 장난스레 당신의 볼에 입술 자국을 남겼다가 와하하 웃곤 했는데 오늘은 색이 워낙 연하니 색이 만족스럽게 남지 않을테다.
옷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이는 항상 화려한 옷들이 잘어울린다며 사대고 당신이 사다나른 탓이라 우겨 볼테다. 한참을 옷장을 기웃거리다가 겨우내 얌전한 검은 원피스를 찾아 입었다.
쇄골이 보이는 보트넥의 달라붙는 실크 원피스였으나 제가 가진 옷들 중에 자수도 없으면서 검은색인 옷은 이 뿐이었다. 그러고도 장신구함 앞에서 알이 굵은 진주 목걸이를 찼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한참을 고심하다가 당신에게 가서 결국 물어보는 것이다.)
장례식에 이런 목걸이랑 세트인 귀걸이를 하면 너무 눈에 띄려나요? 흑진주는 너무 검정으로만 맞추는 것 같아서 싫은데... 오닉스같은 것은 예쁘지 않아 들여놓질 않았으니까. 어쩌죠? 이러다간 조문에 너무 늦겠어요.
命運@_20191001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와 가운만 걸쳤다. 언제나 검은 정장을 입으니 무엇을 딱히 고를 필요는 없었다. 넥타이도 검은색인 게 좋을 것 같군. 그렇게 생각하며 셔츠를 입다가 들린 말에 응? 하는 소리를 냈다.
확실히 화연이 가진 진주는 알이 두꺼워 조문을 가는 데에는 좋은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화연이 가진 것들 중에서 화려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무엇을 골라주어야 아내가 좋아할까, 하고 셔츠와 바지만 입은 그대로 다가가 여러 목걸이를 목에 대 주었는데, 무엇이든 화려해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 제격인 것들이었다.
게다가 부부 내외가 치정극으로 죽은 비극이니 이런 식으로 차고 갔다간 소문이 날 것이다. 화연이 소문에 신경을 쓰는 이는 아니었지만, 그러다 부인회에서 추방이라도 당하면 아내의 재미가 사라지지 않겠는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빗으로 머리를 빗겨주고, 솜씨 좋게 넘기며 화연의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화연이 박래품점에 가서 목걸이를 조금 보지. 거기 가면 아마 알이 작은 진주 목걸이나 은줄로 된 목걸이가 있을 거야. 분명히 박래품점에서 봤던 것 같은데, 영 기억이 안 나는군.
어때, 머리는 이렇게 하는 게. 이 위에 베일이 있는 검은 모자를 쓰면 잘 어울릴 거야. 조문이 끝난 뒤에는 내가 들고 갈 테니까 꽃 시장에 가더라도 저이는 조문을 온 뒤에 바로 꽃을 보러 오네, 하는 말도 듣지 않을 테고.
(고개를 숙여 화연의 귓불에 짧게 입을 맞췄다. 이내 제 조끼와 재킷을 집어 들곤 잘 매지 않는 검은색 넥타이를 가지고 화연에게 다가갔다. 타이 하나 매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만, 이런 것은 화연의 재미로 주고 싶었다.)
花然@_____justdream
(당신 말대로 검정 베일이 달린 모자를 쓰고 거울을 바라보며 목 언저리를 손으로 매만졌다.)
아예 하지않는건 너무 허전할 것 같죠. 내 장례식도 아닌데 부러 그렇게 수수하게 하여 괜히 무슨 사이니 말이 나오는 것보단...
(처음엔 엉성하게 매주던 타이도 이제는 아주 능숙하게 맬 수 있었다. 처음에 당신이 타이를 매달라고 했을때는 이런걸 부탁하는 뻔뻔한 남자라는 감상보단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맬 줄도 모르는 것을 괜히 이리저리 만지느라 시간만 쓰고 매지는 못해서 긴장해서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러는거라고 큰 소릴 쳤더랬지. 문득 그랬던 일이 생각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처음에 당신 타이를 맬때 기억나요? 그땐 정말 맬 줄 모르는데 안다고 해버려서 리본이라도 묶어버려야하나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
(고개를 들어 다정하게 저를 바라보는 남편과 시선을 마주하니 또다시 웃음이 퍼져나왔다. 이렇게 사소한 기억들이 저를 행복하게했다. 앞으로 당신과 채워나갈 기억들이 더 많을것이고 이대로면 정말 매순간 당신을 떠올리면 너무 행복해져서 웃음이 나버릴테니 곤란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命運@_20191001
아예 하지 않고 나간다면 또 말이 나올 거야. 저 집은 그리 부유하게 살고 아내가 사치품점을 운영하는데도 친한 이의 장례식에 보석 하나 가지고 오지 않는다고. 그러니 적당한 것을 찾아서 걸고 가지.
(화연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처음에 화연에게 타이를 매어 달라고 말했던 이유는 잊었다. 하지만 하지 못하는 것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타이를 매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한참이나 헤매며 묶은 타이는 그 모습이 몹시 너저분했는데, 화연이 해준 것이 귀여워 그대로 하고 다녔던 것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제가 그렇게 하고 다니자 화연이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무어라 말도 하지 못하던 것이 떠올랐다.
그렇게 함께 경성을 걸었는데, 이렇게 부부가 되니 이제 화연도 제 타이를 매주는 것에 익숙해졌다. 머리를 잠깐 쓸어주곤 이마에 입을 맞췄다. 손을 뻗어 향수를 들었다. 불란서에서 들인 향수는 그 향기가 짙었는데, 그것이 화연에게 잘 어울렸다.)
오늘은 이것으로 뿌려.
(그렇게 말하며 화연의 목이며 손등에 향수를 뿌려주었다. 조문을 갈 때에 어떤 예절이 짙게 깔리며 특히 조선은 더욱 조문의 예가 엄격한 곳이었다만 화연과 자신은 굳이 따지자면 타국의 사람들이었다.
중국인인 아내를 가르치지 못했다며 제 흉을 보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원래 장례식장에는 잡귀가 많은 법이다. 짙는 향수를 뿌리고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강한 향기 아래에 뱀의 향기를 불어 넣었다. 이렇게 하면 잡귀들이 화연에게 들러붙지 못할 것이다.
마침 집사가 문을 두드렸는데, 정 씨 부부의 부고 소식과 장례식장이 적힌 서신이 와 있었다. 집사는 일찌감치 부고를 준비한 듯 보이는 주인 내외에게 이제 놀라지도 않았다. 그보다 소문에 능한 것이 우리 부부이니 이번에도 그러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花然@_____justdream
(장례식에는 향수를 뿌리지 않는 것이 맞겠지만 인사치레상 가는 것일 뿐인데 당신이 권하는 것을 거절할 이유는 못 됐다. 그리고 이어지는 입맞춤에 살짝 놀라 작게 움찔했다.
이런 입맞춤이야 으레 종종하는 것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이어지는 입맞춤에는 가끔씩 놀라곤 했다. 집사가 부고장을 전달해주는 것을 보고 마지막으로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며 화장을 체크하고는 당연하게 당신이 내민 손 위에 제 손을 얹는 것이다.)
변을 당한게 어제 저녁이라던데 생각보다 정리가 빨리 됐네요. 고국에서 죽지도 못하고 외지에서 죽게되다니... 물론 중국으로 보내서 장례를 치르면 부패가 심하게 될테지만... 빨리 정리가 돼서 다행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타국이라 조문객도 많이 없을텐데 걱정이네요. 정사장 부부는 그래도 당신에게 고마워 해야할거에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준비해서 빨리 조문을 가진 못했을테니까요.
命運@_20191001
뭐든 빨리 끝내고 오는 게 좋지 않겠어. 첫 조문객은 아니지만 초기 조문객인 게 좋겠지.
(그래야 잡귀가 좀 덜 있을 게 아닌가. 저 혼자 간다면 잡귀고 뭐고 그냥 가겠지만, 화연의 상태가 좋지 않아진다면 문제가 된다. 아무래도 그런 곳에는 아귀들이 모일 것이다.
아귀라는 것들은 평소에는 저들끼리 모여 서로를 파먹다가도 귀한 것, 좋은 것을 입고 맛난 것을 먹는 인간을 보면 들러붙곤 하니 그것이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감히 뱀의 신부를 건드릴 생각도 하지 못하는 잡귀와는 결이 달랐다.
그것들은 이지가 없이 오로지 먹기만을 바라니 말이다. 이내 문을 열고 나가 박래품점으로 향했다. 박래품점 안에서는 잠시 고민을 했는데, 결국 고른 건 노란 호박이 달린 은실 목걸이였다.)
이것을 차는 게 좋겠어. 노란색이 조금 눈에 띄긴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붉은색이나 푸른색은 징조가 안 좋으니까. 돌아오는 길에는 새로운 마작 패를 하나 살까? 화연이랑 나랑 둘만 쓰는 것으로 새로 하나 마련하고 싶은데.
花然@_____justdream
호박정도면 그래도 크지 않고 수수하니까... 사두면 언제고 또 쓸 일이 있을거고 좋아요.
(제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이 제 장신구를 고르곤 또 제게 직접 목걸이를 제안하여준다. 누군가는 즐거움을 뺐는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제 부군이 제게 무슨 악세사리를 골라주는지 그것을 지켜보는 것까지가 제겐 즐거움이었다.
게다가 심사숙고하는 저 표정이라니 사랑스럽게 여기지 아니할 수가. 목걸이는 수수하여 오히려 눈에 크게 띄는 것도 아니라 이런 조문시에 쓰기도 좋고 아름다웠다.
점원의 한번 차보세요.라는 말에 대 보니 어쩜 이렇게 짠 것처럼 잘 어울릴 수가 있는지. 마치 지금을 위해 준비된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당신의 말은 제 표정을 확 밝아지게 하기에 좋았다.)
어떻게 나랑 생각이 같을수가! 안그래도 당신과 내 손만 타도록 새로운 작패를 사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상아로 만들어진 패를 살까 아니면 도자기로 된 패를 살까 고민했거든요.
命運@_20191001
나는 상아를 추천하지. 사내 손길을 탈 테니 도자기는 금이 갈지도 몰라. 화연이와 내 손길만 태운 패에 금이 가면 몹시 속이 상할 것 같거든. 게다가 나는 도자기를 만지는 법을 잘 알지 못해.
(인간의 탈을 쓰고 모든 것을 부드럽게 만지는 방법을 익혔지만, 가끔은 힘을 조절하지 못하는 때도 있는 법이다. 도자기를 다룰 때가 보통 그랬는데, 나는 영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도자기를 깬 것도 몇 번인가 되었다.
그러나 화연과 함께 쓰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아끼고 싶었다. 만약 제가 손을 잘못 태워 손길에 망가지기라도 한다면 몹시 기분이 떨떠름할 게 분명했다. 그러니 처음부터 상아를 사는 게 나을 것이다.
상아는 도자기보다는 튼튼하니 제 손에도 알맞을 테고, 값이 비싼 만큼 그 색상이 아름다우니 화연의 미학에도 맞을 것이다. 화연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다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이만 갈까? 조문을 끝내고 꽃 시장에 가야지.
花然@_____justdream
하긴 그런 단점이 있죠. 소리가 청아한대신 잘 깨져서 사실 관상용으로 더 많이 쓰긴했어요. 도자기 작패는... 허영과 사치의 증거이지만, 금이가서 당신 손이라도 베이면 마음이 아플거에요.
너무 늦으면 인파가 몰려서 오히려 그 안에서 인사를 하다가 오래 있어야할수도 있으니 조금 서둘러서 나오고, 그 다음 꽃시장엘 가구... 아! 집에서 우리 딤섬도 빚어요. 아까 속 재료를 사오라고 일러뒀거든요.
나 너무 들떠보이진 않아요? 조문 가는데 이렇게 즐거워보이면 안되는데... 어때요. 지금도 너무 들떠보이는건 아니죠?
(신나는 이야기들만 잔뜩했으니 얼굴에 잘 드러나는 탓에 표정이 너무 밝았다. 언뜻 스쳐 지나가는 상가의 유리를 통해서 보인 제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해보여서 황급하게 슬픈생각을 하자.... 며 잠시 중얼거리더니 웃음기를 지우고 차분한 표정을 지어냈다. 그러고도 혹시나 싶은지 재차 당신에게 확인을 받는 것이다.)

命運@_20191001
화연이가 좋으면 도자기 패도 하나 두지. 우리끼리 가끔 마작을 칠 때에 한 번씩 치면 좋을 거야. 하지만 나는 마작을 정말 칠 줄 모르니 화연이가 잘 알려줘야 해. 이 남편이 아끼는 도자기 패를 깼다고 속이 상해서 눈물을 보이면 나는 쉴 새도 없이 달려 똑같은 패를 가지고 오고, 내 손때를 묻혀야 할 테니까 말이야.
(농담 같은 말이었지만 농담은 아니었다. 저는 화연이 울면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다. 세상 가장 귀한 것이라 하더라도 제게는 화연의 눈물 한 방울보다 더 귀한 것이 없었다.
가장 슬픈 것이라고 말하면 화연의 눈물이었으며, 가장 아픈 것이라고 말하면 화연의 슬픔이었다. 뺨을 매만지다가 화연의 표정을 한 번 살피고는 걸었다.)
괜찮아. 이렇게 가면 될 거야. 돌아와서는 만두를 빚지. 그리고 마작을 하는 거야.
(속삭여 달래듯 어깨에 손을 얹은 채 걸었다. 장례식은 그렇게 먼 곳이 아니었는데, 충분히 걸어서 올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이미 표 부인과 그 이복 오라비가 와 있었는데, 그들은 호텔에서 함께 마작을 하다 왔다고 했다.
무심결에 둘이 정사를 나누다가 들었군, 생각했다. 정사를 나누기 위해 얌전한 옷을 입었으니 조문에 딱 좋은 옷이 된 모양이었다. 곧 인사를 했다.)
비극적인 일입니다. 제 아내가 아침부터 어찌나 울던지.
(표 부인의 이복 오라비는 화연을 잠시 살펴보다 아름다운 얼굴에 근심이 지니 본인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표 부인의 눈이 뾰족해지는 걸 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이든 아내가 그들의 치정에 이용당하는 건 달갑지 않다.)
들어가겠어?
花然@_____justdream
아이참. 겨우 표정을 잡았는데 웃기면 어떡해요.
(당신의 말이 과장이라 생각해서 작게 키득키득 웃었다. 도자기 패가 깨져서 제가 아쉬워하는 것을 보고 황급히 동분서주하면서 같은 것을 구하기위해 뛰어다니는 당신을 생각하니 너무 웃겼다.
두어번 크게 쉼호흡하고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난 다음에 장례식장에 갔다. 슬픈생각을 하자 슬픈생각. 어렸을때 키우던 개가 죽었던 일을 생각하니 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표부인과 그 오라비를 마주하고서야 눈에 고였던 눈물이 흐르도록 깜빡이면서 표부인을 끌어안으며 인사를 나눴다.)
부인,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이런 비극이 일어나다니. 정말 좋은분들이셨는데...
(그러고나니 으레 오가는 인사들이 끝나고 눈물 자국을 닦아내고 당신의 질문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命運@_20191001
(으레 여인이라 하면 이런 비극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미덕이었다. 여인들은 본인의 연약한 면을 내보이고, 친우의 죽음에 눈물을 똑똑 흘려대며 서로 슬픔을 나누었는데, 이것이 여인과 사내의 다른 점이었다.
사내들은 이런 곳에서 커다란 슬픔을 비치는 법이 없는 것이 예의였다. 사내라고 하면 여인들과는 달리 씁쓸한 죽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예를 갖추면서도 슬퍼하기보다는 아내를 지탱하고 품에 안아 다독이고, 가장으로 조금은 무뚝뚝한 면모를 보여야만 했다.
이런 곳에서 사내가, 그것도 절친한 벗이나 친척이 아닌 이의 죽음에 눈물을 보인다면 그것은 계집애 같다고 욕을 먹곤 하였다. 여인에게는 눈물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면 계집애라 욕을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상주가 된 이는 정 씨 부부의 어린 아들이었다. 부부가 아들이 있었군. 열 살쯤 되었을까. 그 옆에는 상주가 되지 못한, 아들보다는 조금 나이가 있는 것 같은 여자아이가 있었다. 열다섯 쯤 되었을까. 그들은 퉁퉁 부은 눈으로 오는 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관심이 하나도 없어 허공만 훑어보다가 우리의 차례가 오자 절을 했다.
식사가 맛있으니 먹고 가셔요. 유모가 솜씨 좋은 분들을 찾아 모셨어요. 그렇게 말하는 여자애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왜 나를 보고 운단 말인가? 맹세컨대 나는 그이와 얼굴조차 모르는 사이였다.
정 씨 부부에게 자식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 소녀는 그저 성인 남성을, 그것도 아내를 끌어안고 챙기는 이를 보자 아비가 생각나 그런 것일 테지만 나는 그런 것까지 알지 못했다. 다만 그것이 퍽 당황스러워 슬그머니 화연의 뒤에 숨었다.)
花然@_____justdream
어머...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하늘에 맹세컨데 만약 화려한 장신구라도 하고 왔다면 이 아이들에게 모든것을 다 쥐어줬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연약해 보였으며, 그 지점이 화연이 제일 약한 부분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묘하게 거리를 두는 구석이 있어 제가 거두겠다느니 책임진다는 둥의 말은 전혀 꺼내지 않았지만 은근슬쩍 표부인에게 정사장 내외의 친척과 알고 지낸다지 않냐며 말을 꺼냈다.
그러자 그야 그렇긴 하다는 미적지근한 반응과 돌아가면 연락을 해봐야겠다는 이걸로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의 말 뿐이었다. 그렇다면 저는 왜 나서지 않았냐면은 자신이 어려서부터 기를 자신과 당신의 아이가 '갖고' 싶은거였지, 불쌍한 처지의 아이를 데려다가 그것도 꺼림칙한 사건 당사자들의 '남의 아이'를 키워주고싶은 것은 아니었다.)
...경성에 남게 되는 동안에 ...있으면서 힘든 일이 있으면 나나 이이를 찾아오도록 하렴.
(아이가 어떤 의도가 있어서 제 남편을 보고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우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항상 여유롭게만 굴던 제 남편이 슬그머니 제 뒤로 발을 빼는 당황한 모습에 웃음이 샐 것 같아서 우는 아이를 끌어안고 부러 저런 말을 하였다.
우는 아이를 두고 웃는 어른은 보기가 좋지 않지. 그러니 차라리 표정을 일그러트려 찡그리며 끌어안는 것이다. 다른 이의 품에 안겨 위로를 받자 눈물을 흘리던 아이는 눈물때문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서도 겨우겨우 감사하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 이건 조금 양심에 찔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해도 결국 도움을 주면 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며 아이를 놓아주고 당신에게 작게 이야기 했다.)
이만 갈까요?
命運@_20191001
이만 가지.
(유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울음에는 영 면역이 없었다. 게다가 저를 보고 울고, 아내의 품에 안겨 우는 아이를 보기란 더욱 면역이 없었다. 보통 고아인 개체들은 굶어 죽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 애들은 화연의 부인회에 낄만큼 부유한 이의 자식이었으며, 친가든 외가든 아이들을 거두기는 할 것이다. 사내애는 대를 이어야 할 테니 친가로 갈 것이고, 계집애는 딸을 닮았으니 그 외가가 거두어 갈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전부 조부모나 친척들의 복잡한 눈길을 받으며 자랄 것이다. 사내애는 친가에 가서도 저것의 어미가 바람만 피우지 않았으면 내 아들이, 내 형제가 그리되지 않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눈빛을 받으며 그 원망을 먹고 자랄 것이매 계집애는 외가에 가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인이 바람을 피웠다고 사내가 대장부도 되지 못하고 바로 죽여버리니 내 딸, 자매를 죽인 살인마의 자식이라는 시선을 받고 자랄 것이다.
그렇게 성장하며 둘은 서로 만나지 못할 테니 오누이의 정도 나누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이내 모든 사유를 털어버리곤 아내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날은 어느새 조금 더워져 있었는데, 화연의 겉옷을 벗겨 제 손에 걸곤 손으로 화연의 얼굴에 부채질을 해줬다.)
날이 이제 제법 더워. 그래도 바람이 부니 추우면 말을 해. 겉옷을 줄 테니까. 이제 꽃을 조금 보고, 마작 패나 보러 가지.
花然@_____justdream
지금은 딱 시원해서 이 정도가 괜찮아요. ...가끔은, 가끔은 정말 당신이 너무 좋아서 고민이에요.
(제게 손부채질을 해주는 당신의 행동이 좋았다. 그냥 이런 행동 하나하나들이 제가 당신에게 사랑받고있음을 알게하여서 좋았다.
작은 것 하나하나 기억하고 세심하게 구는 배려가 사랑에서 나옴을 아는데 저는 무엇을 당신에게 주어야 할지 모르겠을때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고민이 됐다.
바람에 푸르른 나뭇잎들이 소리를 내며 저들끼리 부딪히는 소리때문에 바람이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장례식에서는 별로 적절치 않았지만... 당신이 당황해하는걸 너무 오래간만에 봐서, 웃음이 날까봐 아주 곤란했어요. 혹시 나 모르게 그 집의 아이랑 연이 있던 건 아니죠? 아이가 당신을 보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데... 사실 정사장 친척이나 돼서 안면이 있는 사이라던가, 그런 사이인줄 알았다니까요.
(물론 당연하게도 아님을 알지만 다시 생각해도 저만 알수있었고 안 당신의 당황하는 반응이 좋았다. 아 이 기억도 필시 반짝거리는 보석 같은 기억으로 제 마음에 내내 남을테다. 웃음이 결국 참지 못하고 와하하, 하고 터져나왔다.)
타인이 불행한 날에 이렇게 행복하게 웃으면 천벌 받을지도 모르는데... 아. 그래도 상관없을 정도로 너무 행복해요. 어쩌죠 아윈?
命運@_20191001
내가 당황한 게 그렇게 우스웠어? 하지만 나는 정말 당황했다고. 연고도 없고, 처음으로 본 아이가 나를 보자 울음을 터뜨리는데 정말 어쩔 수가 없더군. 나는 연이의 눈물 외에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함께 슬퍼하지도 못하고, 달래주지도 못해. 알잖아. 그런데 이리 짓궂게 웃고 있으니 화연이도 성격이 참 나쁘단 말이야.
(별로 기분나쁘지 않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여전히 손으로 부채질을 해 줬다. 한 손으로는 화연의 어깨를 끌어안아 제게 바짝 붙인 채였다. 향수의 냄새가 미약하게 나고 있었는데, 그것이 조금 즐겁기도 했다.
화연에게 제 흔적을 남기는 것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타인의 불행 따위는 알 바가 아니었다. 인간은 누구나 슬퍼한다. 누구나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그 불행이 클 때도 있었고, 작을 때도 있었다.
커다란 불행은 자신을 포식시켰으며 작은 불행은 자신을 즐겁게 했으니 인간의 불행이란 것이 뱀의 불행이란 뜻은 아니었다. 그저 화연이 즐겁기만 하면 됐다. 화연이 웃을 수 있다면 남들의 불행이야,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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