命運@_20191001
일전에 화연을 향해 구애의 마음을 가지고 있던 사용인이 있었다. 그는 꽤나 잘생긴 미남자로, 만주가 고향인 조선인이었다. 그는 곧잘 화연과 함께 중국어로 떠들었으며, 열흘에 한 번은 정원에서 가장 고운 꽃 한 송이를 따서 화연에게 건넸다. 주변 사람들의 호의가 당연한 화연은 몰랐겠지만 나는 그 사내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 사내를 불러 좋은 주인 흉내를 내며 요즘 걱정은 없느냐 묻자 사내가 말했다.
 
우리 내외가 무척 잘해주며, 우리의 저택에서 나오는 봉급이 적지 않아 가족에게 부칠 수 있으므로 본인은 걱정할 것이 없다고. 그래서 나는 전염병이 되었다. 이 시대에 꼬마 계집애가 전염병에 걸리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으매, 화연은 내 재주를 다 알지 못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화연에게 좋은 고기를 먹이며 그 사내가 울며불며 돈을 조금만 가불해 달라고 벌벌 떨며 말하는 것을 떠올렸다.
 
감히 주인에게 봉급의 가불을 말한다는 것은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는 일이었다만, 그 사용인은 제 어린 누이를 고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 머리에는 마음 약한 화연이 결국 수긍하고 봉급 몇 달치를 가불해줄 것까지 계산이 섰을 것이다. 나는 한참이나 고민을 하는 체 하다가 말했다. 일 년치 봉급을 줄 테니 누이에게 다녀오고, 누이가 낫거나 죽거나 하거들랑 다시 돌아와 일 년을 무급으로 일하라고.
 
그 사내는 내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했고, 만주로 떠났다. 만주에서 잠시 성행한 전염병은 그 사내가 고향으로 돌아가자 뚝 멈췄다. 마지막 희생자가 누이를 보살피러 경성에서 돌아온 어느 젊은 미남자라지. 그 사내가 죽기 전에 내 아내가 먹고 싶어한 중국의 롱샤 요리를 먹었을지, 가끔 궁금하다. 재미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는데. 쉿, 비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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