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梨花의 意味
命運@_20191001
날이 좋아, 연. 그래도 얇게는 안 돼.
花然@_____justdream
하지만 얇게 입고 나오면 당신이 이렇게 또 날 생각해주니, 자꾸만 챙김받고싶은 마음에 어리광부리듯 얇게 입고 다니게 되는걸요. 조금 걸으면, 금방 또 더워질 날씨기도 하니까. 세상에, 아윈은 그렇게 자켓까지 입으면 덥지 않아요?
命運@_20191001
연의 아윈은 그렇게 덥지 않아. 하지만 한여름이 된다면 맨몸으로 연과 함께 있고 싶은데. (네 손을 쥐어 제게로 당겨 그 뺨에 얼굴을 문질렀다.) 어리광은 무엇이든 잘 받아줄 수 있으니 그런 말은 하지 말고 옷을 도톰히 입어. 이렇게 하지. 겉옷을 입고 나왔다가 더우면, 내게 겉옷을 맡기는 거야.
花然@_____justdream
누가 들으면 어쩌려구, 정말.
(장난일까 싶게 외설스러운 농담에 다른 손으로는 당신의 입을 살짝 막았다가 떼고 다른 뺨도 쥐어 입을 맞췄다. 손에 닿은 뺨의 온도가 당신과 말을 하고있지 않았다면 대리석인가, 싶었을 정도로 찼다. 차라리 그게 더위를 타는 제게는 당신의 온도가 딱 맞아서 웃음이 지어졌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말에 작게 웃으며)
좋아요. 기껍게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어요. 겉옷을 거추장스러울까봐 안입는건 또 어떻게 알았담. 정말로 내 생각까지도 꿰뚫어보는거 아니에요?
命運@_20191001
겉옷을 들어주는 것이 사내의 덕목이지. 이거 서운한데. 나는 내 부인의 시중을 들어줄 생각인데, 홀로 겉옷이 거추장스러울 거라고 생각했다니 말이야. 내 부인의 생각은 훤히 꿰뚫고 있지. 하지만, 이런 것은 한 여인의 남편으로 당연한 덕목이야. 세상 천지에 이런 것도 해주지 않는 남편이 있다면 그것은 그 남자의 진정성을 의심해야 하지. (어깨를 과장되게 으쓱이다 부드럽게 화연을 감싸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게다가 내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이니까.
花然@_____justdream
(인간이라 저를 칭하는 말에 다시금 당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떠올랐다. 이런 행복한 나날도 언젠가는 자신의 죽음으로 끝이 날테고, 당신은 슬퍼할까. 슬퍼하겠지. 슬퍼하지 않을거란 가정을 하면 되려 자신이 슬플 것 같았다. 이런 찰나의 생각에 코가 시큰해졌다.)
끝을 좋아하는 것은 작가들의 특징인데도, 당신을 만나고부터는 종결이라는 말이 어쩐지 서운해요. 아름다운 이야기의 끝은 기꺼워야 하는데도 아쉽단 말이죠.
(품에 기대듯 안겨 당신이 제 표정을 볼 까봐 부러 얼굴을 가슴팍에 뭍고는 말을하다가 고개를 들어올려선)
다른 사람은 만날 생각두 말아요. 난 세상에서 가장 투기심이 깊은 인간일거에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 내가 이 짧은 새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면 당신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버릴걸요?
命運@_20191001
모든 이야기에는 종결이 있지. 그렇기에 아름다운 게 아니겠어. 찰나에 살아가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끝이 있기 때문이야.
(그렇게 말하는 표정은 곱지 않았다. 내가 너를 두고 다른 이를 만난다고? 생각해 봤다. 다른 인간을 만나는 나의 모습. 그건 아마 화연과 닮은 여인일 것이다.언제고, 언제까지고 화연의 흔적을 좇아 살아가겠지.
죽음은 익숙하다. 누군가의 종결은 몹시 익숙하고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거둬들인 비극을 입에 물고 맛보는 것은 이 지루한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여흥이었으니까. 고개를 숙여 네 이마에 입을 맞췄다.)
네가 죽거든 나는 가장 좋은 관을 사서 너를 묻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의 부인. 그런 것을 생각하니 존재하지 않는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데, 이게 사랑이라면 사랑은 너무나 잔인하구려.
花然@_____justdream
싫어. 만약 내가 죽는다면, ... 그럼 그냥 불에 태워줘요. 다 늙어서 추해질텐데 그런 모습에 썩어 문들어지기까지 할테니.
(끔찍했다. 그런 모습을 당신에게 보여줄 생각을 하니 당신이 저를 달래는데도 미간이 절로 찡그려졌다. 다시금 강조하듯 부탁을 다시 말하며 당신의 눈을 쳐다봤다. 아,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내 사랑.)
... 내 시신을 불에 태워 없애요. 그리고 그냥, 그렇게 서서히 잊어줘요. 당신은 나완 다르게 계속. 쭈욱. 존재하잖아. 죽고나서 내가 뭍힌곳에 당신이 찾아오는 빈도가 점점 줄어든다면 죽어서도 슬플거야. 그러니까... 차라리 재가되고 바람이 돼서 당신이 가는 곳을 따라다니고 싶은데, 어때요. 한 곳에 뭍혀있는 것보다는 당신을 따라다니며 부는 바람이 돼서 당신의 이 잘생긴 입술에 입을 맞추고, 다른 사람을 만나 투기심이 들 때는 세찬 바람이 돼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아야겠어요.
命運@_20191001
너를 불에 태운다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나의 연이는 가끔 내게 너무 서러운 말을 하는군. 이 남편이 가엾지도 않은가?
(언젠가 물새 한 마리를 본 적이 있다. 날개가 젖은 물새는 한참이나 퍼덕이다 결국에는 염분 높은 바닷물에 사로잡혀 사라졌다. 바닷가에 똬리를 틀고 있던 뱀은 그것을 보며 참말로 먹음직한 먹이를 바다에 뺏겼노라 생각을 했더란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것을 구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상상한다. 나를 따라다니며 부는 바람이 된다는 네가 물새처럼 바다에 좀먹히는 광경을. 나는 느낄 것이다. 언제나 나를 따라 다니는 바람이 서럽게 사라졌노라고.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너는 네가 죽은 뒤의 나를 말한다. 맹세컨대, 화연. 네가 없는 미래는 내게 꿈과도 같았다. 이뤄지지 않는다거나 하는 말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언제나 미래가 없었다. 그저 찰나의 기분이 내키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그랬기에 나는 신이 되었고 악신이 되었으며 때로는 뱀이었고 때로는 시대였다. 허나 네가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은 내게 너무나 큰 비극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너를 태워 내가 그 뼛가루를 가지고 다닐 거야. 언젠가 기술이 발전한다면 네 뼛가루를 뭉쳐 내 몸에 걸 장식품으로 걸고 다닐 거야. 누군가가 묻겠지. 이것은 무엇입니까. 그렇지, 연이? 그렇담 나는 그때 대답할 거야. 이것은 나의 아내다. 그렇담 너는 언제나 나의 아내인 셈이지. 죽어서조차.
花然@_____justdream
좋아요. 그렇게 하는게 낫겠어요. 내가 죽어서도 당신 곁에 따라다니며 어떠한 형태로든....
(코 끝이 시큰해지는 것만 같았다. 죽어서조차 당신의 아내라는 것이 그 어떤 사랑고백보다 더 진실되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을 당신은 알까. 당신의 말이 흡족하여 그제야 살짝 웃었다.
당신에게 잔인하더라도 죽어서도 어떠한 형태로든 감정을 느끼게하고 사무치게하고... 그래. 하나의 상흔으로 남고싶었다. 당신의 존재와 함께 영원히 그 옆에서 존재하고싶었다. 기억으로든, 상처로든, 후회로든 어떤 감정으로든.)
내가 잔인하다면 나를 그렇게 만든건 내 눈 앞의 당신일거에요. 이렇게나 사랑하게 만들어서 이렇게 질투하게 만들었으니까요. 너무 당신 탓인가-... 후후.
命運@_20191001
그렇담 그게 내 탓인 게 옳겠군. 나를 사랑하는 내 부인의 집념이 어마어마한 것도, 그래. 내가 너를 사랑해, 네가 나를 사랑하게 만든 탓이야. 이제야 조금 흡족한데.
(금세 웃는 낯을 지었다. 하얀 얼굴의 아내는 배꽃을 닮았다. 배꽃은 봄날 만개했다가 금세 저무는데, 사쿠라가 피어난 이후로 만개하는 배꽃은 그 나름의 멋을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 커다란 뱀이 몸을 뉘어 그늘진 곳에서 눈을 감고 있을 때에 나를 그림자로 착각한 인간들이 배꽃을 구경하며 하는 말을 들어보니 세상 모든 꽃잎에는 그 나름의 뜻이 있다 하였다. 배꽃의 꽃말은 참말 여러가지라 말했다. 순결, 온화한 애정, 순수한 사랑 같은 것들.
그 찰나에는 제 잠을 방해하는 인간들을 먹어치운 탓에 잘 몰랐지만, 작금에 와서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나는 것이다.)
너는 배꽃을 닮았어.
(배꽃의 마지막 꽃말은 환상이라 말하더라. 너는 나의 환상이었다.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의 찰나를 영원으로 박제해 그 시간을 갖게 하길 바라는 환상.)
花然@_____justdream
梨花? 아, 집안에 돈이 많은거지 내가 많은게 아니라-... 고 하기에는 나도 경성에 와서 적잖은 돈을 벌긴했죠. 후후.
(당신의 의도와는 영 상관없이 중국에서의 돈을 벌다는 말-利发-과 음이 비슷해서 재물의 상징으로 쓰인다는 것을 떠올렸다.
지금의 안락하고 편안한 삶이나, 세상과는 상관없다는양 굴 수 있는 것이나 모두 돈으로 쌓아올린 성곽이자 국경선같은 것이니 배 꽃은 정말로 저를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제가 하는 말이 엉뚱해서 제 앞의 부군의 의도와는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대화의 맥이 이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배꽃은 왜 ... 아, 설마 조선에서는 또 다른 뜻이 있는거에요?!
(눈에 띄게 당황해하며 말했다. 저는 조선어나 조금 배운 수준이지 사회적 맥락을 따라잡지 못해 당신이 자주 곁에서 잡아주곤 했으니까 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것은 '실수'라고 생각이 들어서 곧잘 부끄러웠다. 조선 생활이 얼마라도 외국인은 외국인인지라 당연함에도 말이다.)
命運@_20191001
이화. 그래, 이화. 그걸 닮았어.
(제 의도와는 다른 말을 내뱉는 것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내 부인께서는 참으로 고상하고 우아한 분이기도 하시지. 그러나 경성의 말과 중국의 말은 엄연히 다르다. 같은 것이 다른 상징을 가지니 그것이 인간의 신기한 점이기도 하였다.
제가 보기에는 모 다 똑같은 것들이었는데, 경성에서는 이런 뜻이매 내지에서는 저런 뜻이요, 중국에서는 다른 뜻이었다. 그것을 나쁘게 보지는 아니 하였다.
짧게 살다 찰나에 사라지는 존재들이 저보다 오래 사는 나무 따위에게 가진 애정이나 건방지게도 영물에 가까운 나이를 먹은 식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에는 커다란 흥미가 없었지만, 지금 막 흥미가 생긴 참이었다. 내 아내가 좋으면 나도 좋다. 내 아내가 모르면 우습기도 하고, 그 모습이 귀하기도 하다.)
말 그대로야. 배꽃을 닮아 참말 곱다고 생각했지. 오, 내가 무슨 말을 또 하겠어. 연이. 배꽃은 희고 고운데, 내 부인도 그리 희고 고와 할 수 있는 말이지. 물론 나 아닌 다른 누구도 너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어.
(만일 다른 사내가 홀린 눈으로 너를 본다면 나는 그 사내의 파란만장한 삶에 약간의 고난을 더하게 만들 수 있었다. 너는 슬픔을 싫어하고 마음이 여리니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네 옆에 붙어 있겠지만, 그래도 성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이제 배꽃이 필 시기야. 그거 알아? 배꽃의 꽃말은 온화한 애정이라 하더군. 어느 인간이 말하기를 말이야. 우리와 딱 들어맞아.
(네가 나의 환상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 끝이 보일 것만 같아서.)
花然@_____justdream
배꽃에 그런 의미가 있다니. 돈을 잘 번다는 말과 발음이 닮아서 재물의 상징으로 쓰이는 제 고국보단 운치 있는 걸요.
(온화한 애정. 방금 잔뜩 죽어서도 당신이 저를 잊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가 죽어서도 아내는 저 뿐이라는 말에 기분이 풀린 이 애정이 과연 온화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제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면서도 우습게도 당신의 사랑에 대하여는 몇 번을 말해줘도 불안한 것이다.
평생에 이런 식의... 집착 어리고 늪과 같이 상대를 옭아매고 싶어하는 애정을 품어본 적이 없던 지라 이런 형태의 마음이 들면 스스로 못내 징그럽다 그리 여겼다. 물론 그럴 때마다 당신은 다행히도 참으로 기껍게 기뻐했지만...
그러니 온화한 애정을 품고있는 것은 제가 아니라 당신이 아닐까. 장난스레 존재하지도 않는 다른 이를 질투하는 당신 모습이 기뻤다. 그런 이가 생긴다면 저는 당신에게로 도망쳐 숨어버릴텐데.
제 보폭에 맞추어주는 당신과 함께 걸으며 주변을 돌아봤다. 싱그러운 잎들이 햇볕을 맞이하고자 잔뜩 피어난 아름다운 풍경들이 기분을 조금 풀리게 하였다.)
겨울이 끝날 것 같지 않았는데, 지난 겨울은 정말 길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 봄도 오고.... -변하지 않은건 아윈을 향한 사랑 뿐인 것 같은걸요.
(막 피어난 어린 잎들을 손끝으로 부서질까 만지자 보드라운 감촉이 손 끝을 간질였다. 아아, 이 얼마나 연약한 잎새인가. 막 태어난 것들은 어린 것들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인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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