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데이트(2) -쇼핑과 만두빚기-
命運@_20191001
(문득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왜 이리 귀여워?
花然@_____justdream
아이참! 수작을 걸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걸 어떡해요. 그리고 만두 속에 넣을 재료 정도는.... 사람을 시켜놨으니 잘 사놓았을거에요!
(정말로 과연 잘 사놨으려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강과 후추 다진돼지고기와 샐러리, 새우를 사두라 했으니 조합은 틀림이 없었다. 물론 그것을 손질하고 배합하는 것은 정말로 확실하게 자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괜찮았다.
그럴줄알고 요리책도 사두라 일러뒀으니 여차하면 요리책을 보고 만들면 될테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정말 망한 작업 멘트였으니 토마토처럼 붉어진 얼굴은 부끄러움에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마작패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갈 듯하여 신기하다며 말하려던 찰나 또다시 웃는 당신의 웃음에 또다시 붉어진다. 이러다가 얼굴이 터질지도 몰라. 만개한 프리지아 다발로 제 얼굴을 가리고 부러 한걸음 더 멀어졌다.)
몰라요. 혼자가요. 난 집에서 만두나 빚을거에요. 정말 부끄러워 죽겠어...
命運@_20191001
무엇이 부끄러워? 화연이가 한 말인데 말이야.
(담배를 지져 끄고는 이내 화연에게 붙어 어깨를 감싼 채 걸었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귀여워 자꾸만 놀리게 되니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이런 순간에 화연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모든 인간은 긍휼하다고 말하지만 나에겐 화연만이 중요했다. 나에게는 화연의 반응 하나가 달았다. 사랑스러운 나의 배꽃. 나의 이화. 찰나에 사라질 필멸자를 사랑한 불멸자가 그 영생을 바쳐 사랑하는 필멸자를 찾는다는 어느 민담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이 중국의 민담이었던가? 이제 와서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저 또한 화연을 찾아 아주 오랜 시간을 걸을 것이다. 화연이 기억하면 기억하는 그대로, 화연이 기억하지 못하면 기억하지 못하는 그대로. 욕심대로라면 화연의 유년 시절부터 그림자로 존재해 그녀의 어린 모습까지 몽땅 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연이 저를 기억하지 못한 채로 지금과 비슷한 환경에서 다시 태어나야 했는데, 만약 화연이 그러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화연이 된다고 해도 자신은 화연을 찾아 사랑할 자신이 있었다.
그것이 사랑인가? 이것이 사랑이다! 지독한 사랑이다. 화연의 뺨에 입을 맞췄다.)
내가 미안해. 귀여워서 그랬어.
花然@_____justdream
흥. 이번만 용서할거에요.
(제 뺨에 내려앉은 입맞춤에 슬그머니 얼굴을 가린 꽃다발을 내리며 말을했다. 아무렇지 않은척을 하려고 제법 도도하게 말했지만 아직 부끄러운 홧홧함이 남아있었다. 목덜미가 붉었고 귀가 붉었고 얼굴이 아직 붉었다.
애초에 자신에겐 당신을 용서하고 말고 할 것이 없었다. 부끄러움 역시 당신 앞이기에 생긴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겐 이런 말이고 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우리 집에서는 만두를 빚자는 핑계로 집에 데려와 이야기도 나누고 부를 보여줘서-... 등의 궤변을 퍽 뻔뻔하게 늘어놓았을 것이 자명했다. 그럼 상대는 떨떠름하게 수긍하겠지.
자신을 이렇게 만드는 것은 당신뿐이다. 당신만이 제게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알게하고 당신만이 제게 일평생 해본적두 없는 일을 하게한다.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당신을 처음 만나던 그때로 몇번을 돌아가도 몇번을 사랑하게 되겠지.
그리고 당신을 매번 사랑하고 매번 당신으로 인해 제 새로운 면면들을 알게 될 것이다. 심장이 맹수 앞에 선 피식자처럼 거세게 요동칠 것이고 저는 그것을 다시한번 사랑이라 명명할테지.
당신이 뱀이라도 악신이라도 상관 없었다. 제 앞에서 당신은 그저 사랑이었으니까. 몇번을 들어도 당신의 귀엽다는 소린 좋았다. 이렇게 말하면 기분이 풀릴것을 어떻게 아는걸까.)
... 귀여울게 무에 있다고요. 이상한 사람.
命運@_20191001
화연이는 늘 귀엽지. 하지만 이리 얼굴이 붉어진 것은 더 귀여워. 얼굴에 노을을 입은 것 같거든. 나는 노을이 좋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저곳에 있는 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모를 석양의 시간, 그 경계선. 나는 그 경계의 시간을 좋아했다. 석양이 내려앉은 시간에서는 모든 게 모호했다.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으나 그 모든 것이 희미했고, 경계선조차 뚜렷하지 않았다.
그 순간이 무척이나 좋았다. 손을 뻗어 화연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다가 걸어갔다. 박래품점은 얼마 걸리지 않는 곳에 있었으니 걸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화연에게 여러 이야기를 하며 걸어갔다. 주로 한국의 도깨비 민담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 남자가 밤 사이에 자신이 씨름을 한 논으로 갔는데, 글쎄 그곳에 있는 건 빗자루였다는 거야. 남자에게 김 서방, 김 서방, 하며 밤을 새워 씨름을 권한 건 바로 그 빗자루였다는 거지.
한국의 도깨비는 빗자루나 거울 같은, 오래 된 물건에 깃든다고들 하거든. 혹시 모르지. 화연의 박래품점에 있는 거울에도 그런 도깨비가 있을지도 말이야.
(웃으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명동에서 가장 큰 박래품점에 도착한다. 화연의 박래품점보다 몇 배는 컸는데, 문득 화연의 박래품점도 명동에 세워줄 것을, 하고 생각했다.
이곳엔 미츠코시 백화점이 있으니 사람들이 많이 들어설 텐데. 명동에서 조금 걸어야 하는 곳에 위치한 박래품점은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았다. 나중에 이사를 간다고 하거들랑 명동을 제안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박래품점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사치품을 판매하는 곳인 만큼 조선인은 별로 없었다. 일본인이 손님의 주를 이루었다.
실례합니다. 자신과 살짝 부딪힌 일본인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화연을 끌어안고 주인에게 마작 패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상아로 된 것과 도자기로 된 것 전부.)
花然@_____justdream
(큰 박래품점 답게 상아로 된 패와 도자기로 된 패는 수도 없이 많다며 응접실 같은 곳으로 자신과 당신을 주인이 이끌었다. 보통이라면 이런 응접실로까지 모시면서 물건을 보여주지 않았을 텐데 도자기의 특성상 마작을 치는 용도라기보다는 사치품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했기 때문에 주인은 본능적으로 이들에게서 최고의 매출을 얻어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둘에게 간단한 다과와 차를 내어주겠다며 들여온 것이라는 홍차를 추천하였다. 고민을 하다가 주인이 추천한 것과는 다른 로즈힙 티를 골랐다. 주인은 잽싸게 다과를 내오며 종업원들을 시켜 가지각색의 마작패를 내놓았다.
이 것은 중국의 노장인이 만든것으로 특수한 기법을 사용해서 만들었다던가, 가장 품질이 좋은 상아를 며칠 밤낮 가공하고 라피즈라즐리를 갈아 만든 물감으로 각인 위에 칠을 했다던가, 금을 가루내어 겉에 박은 도자기로 만든 패라던가 가지각색의 것을 보여주는 통에 즐거운 고민은 계속 될 수밖에 없었다.)
아... 너무 좋은 것들만 있는데.... 아윈은 어떤게 좋은 것 같아요? 너무 고민돼서... 오히려 못 고르겠는걸요.
命運@_20191001
(다리를 꼬고 앉아 차를 마셨다. 화연은 무언가를 고르는 일을 좋아했다. 제가 화연의 옷이나 장식품을 골라줄 때에 느끼는 즐거움과 비슷한 마음이겠거니, 하고 그녀의 시간을 충분히 주어주면 되는 것이다.
다과로 나온 것은 고급스러운 버터 쿠키였는데, 그것을 한 조각 먼저 먹어보고는 과연 화연의 입맛에 맞겠구나, 하고 아내의 입에도 한 조각을 넣어 줬다.
화연이 즐겁게 고민을 하는 걸 구경하다가 상아로 만든 패를 하나 들어보곤 전등에 비추어 봤다. 색이 몹시 예뻐 이것을 고를까, 하다가 주인장의 웃음을 보고는 이내 피식 웃었다. 금가루로 박을 입힌 도자기 패 하나를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정말 좋은 것을 보여주지. 나는 내 아내와 함께 경성에서 가장 완벽한 패로 마작을 두고 싶거든. 내가 마작을 지금부터 배울 거라, 특별했으면 좋겠는데.
(은근히 그렇게 말하자 주인장은 이내 은밀하게 패를 가지고 왔는데, 그것는 두 가지로 이루어진 패였다. 아래에는 옥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는 커다란 진주를 박아 두었는데, 과연 패가 될 만큼 커다란 진주를 모으는 것이 힘이 들 것 같았다. 패에는 화려하게 반짝이는 검은 먹으로 한자가 적혀 있었다. 잠시 그것들을 둘러보다가 이것 말고는 없나? 하고 물었다.
주인이 두 번째로 내어온 것은 몹시 아름답고 매끄러운, 옥으로 만들어진 마작 패였는데, 그게 전부였다. 고개를 들어 주인을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제가 절대로 팔지 않던 것이었는데, 이것은 서태후가 사용하던 마작 패입니다. 흔쾌하게 웃으며 서태후의 마작 패를 골랐다.)
이건 장식으로 가지고 있지, 화연.
花然@_____justdream
(정말로 보기만해도 사치스러운 패였다. 옥에 대해 잘 모르는 까막눈이가 보더라도 알 수 있을만큼 맑고 고운 빛이 감돌았다. 과연 정말로 서태후가 사용하였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일이지만, 그래도 그 서태후를 들먹일 만큼 가히 아름다운 빛을 자랑했다.
패를 들어 빛에 비춰보자 채도가 높은 옥이 투명하게 빛을 머금었다가 내뿜는 듯하였다. 창가로 가지고 가서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빛 가운데에 가져가도 그 안에 깨진 부분이 하나 없도록 완벽한 투명도를 자랑하는 것이었다. 이런 것으로는 마작을 치지 못할 것이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옥이라 이것을 빛에 비춰보느라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하리라. 아마 이것은 당신이 사지 않는다 하더라도 본가에 연락을 해서라도 갖고싶다고 말했으리라. 당신에게 귀엣말로 속삭였다.)
아윈 이거 정말 최상의 옥이에요. 내가 봐왔던 것 중 가장 좋은 품질로 손에 꼽을 수 있어요.
(흥분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차분한 척을 하느라 힘이 들었다. 눈에서는 꼭 반짝거리는 빛이 나오는 것만 같았다. 이걸 얻지 못하면 한동안 계속 떠올리느라 시름시름 앓겠지. 상사병에 걸릴지도 모른다.)
상아로 만들어진 패도 사요. 그러면 옥으로 만들어진 것은 장식해두고, 상아로 만들어진 것은 연습을 하는데 사용하고 금가루가 박힌 자기로 만들어진 것은 나중에 다회를 열면 그때 사용할까요?
命運@_20191001
(우리의 화연은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뱀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저야 무어, 최상급 옥이니 뭐니 하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그냥 영물들이 알처럼 품고 다니는 옥 중 하나를 주워다가 화연을 주면 좋아하려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옥들도 화연을 저리 기쁘게 하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랬기에 곧 고개를 끄덕였다. 화연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사서 가는 것이 남편의 덕목 아니던가?
저 세 개의 마작 패를 포장해 주시오. 그렇게 말하자 주인이 귓말로 가격을 얘기했다. 상아로 만든 것이 백오십 원, 금가루가 박인 자기가 백 원, 서태후가 썼다는 옥이 오백 원. 꽤 큰 지출이었지만 화연의 웃음보다 귀한 것은 세상에 없었다.
이곳은 꽤 괜찮은 곳이었다. 여인이 신경을 쓰지 않도록 사내에게만 귓말로 가격을 알려주는 것이 특히 그랬다. 눈을 휘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것들이면 화연과 자신이 사는 건물 한 채 짓고도 남을 것이었으나, 화연이 즐겁기만 하다면 더욱 큰 지출도 할 수 있었다.
부유층이 돈을 쓰는 게 낫지 않은가. 곧 주인에게 무어라 속삭였다. 주인과 한참 귓말을 주고받은 뒤에야 주머니에서 백지 수표를 꺼내 그곳에 천오백 원을 적었다. 그럼 그렇게 준비를 해 주시오.
그렇게 말하자 주인은 싱글벙글 웃는 낯으로 패들을 가지고 가 곱게 보자기에 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고 다리를 꼰 채 차를 마셨다. 곧 이어 맵시 좋은 옷을 입은 여급들이 우아하게 다가와 화연의 앞에 옷감이며 보석들을 펼쳐뒀다.)
화연이가 부인회에 입고 갈 옷들이 적어 보여서, 비싼 값어치를 하는 것들을 다 사들인다고 했지. 마음에 들면 좋겠는데.
花然@_____justdream
(가격을 듣지는 못했지만 저것들은 분명 값비쌀 것이다. 저야 일본어 특히 일본인들은 숫자를 이상하게 세곤 했다. 그러니 들어도 몰랐겠지만 가게의 주인은 제게는 들리지 않게 당신에게만 가격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한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후회 없을 사치품이었다. 혹여 너무 비싸서 하나만 사야할 경우엔 집을 저당이라도 잡아놓아야겠다고 생각했으니 이 생각을 당신이 알게 된다면 한참을 웃을지도 모르겠다.
사치를 한다는 감각은 저에겐 쉽게 들지 않는 감각이었으나 방금의 쇼핑은 명확하게 사치라는 감각이 들었다. 힐긋 곁눈질로 보았으나 역시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영혼이라도 들어있는 것과 같은 맑은 옥 작패에 결국 사치한다는 그 어떤 죄책감 같은 것을 묻어두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어 눈 앞에 휘황찬란한 옷감들과 보석들을 늘어놓는것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신을 바라봤다.)
이렇게나 많이는 필요없을텐데 말이에요. 게다가 어제두 미츠코시에서 레이스 숄도 샀고-...
(저를 치장할 것을 사는 것은 제 입맛에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누군가 듣는다면 자랑을 하냐고 할 지도 모르지만 어떤 옷을 입더라도 어울렸으며, 제 옷을 사는 것은 귀찮기 때문에 늘 대충 고르고 말았다.
이는 고국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제 오라비들의 극성이 아니었다면 저는 같은 옷을 5년이고 10년이고 입고다녀 그 집안을 가늠하지 못할만큼 검소하게 다녔으리라.
그러니 결국 말 끝을 늘이는 것은 자신을 치장할 물건을 고르는 차례가 돌아오자 흥이 식었다는 것이었다. 당신 옆에 기대앉아서는 당신에게 그 역할을 넘기려는 듯 했다.)
나는 어떤 옷들이 어울릴지 잘 모르는 걸요. 게다가 옷도 항상 당신이 골라줬구...
命運@_20191001
그리 마음에 안 들어?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내는 스스로를 치장하는 것에는 영 흥이 없었다. 그런 성미가 저를 치장하거나 할 때는 눈이 반짝이는 것이, 부부가 딱 잘 만났다고 해야 옳겠다.
그도 그럴 게, 저도 스스로를 치장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화연이 골라주는 그대로 입고 다녔고 화연이 입혀주는 그대로 입고 다녔으니까. 그러니 이것은 오늘 하루 내내 지루했던 제게 오는 포상의 개념이었다.
하늘하늘한 초록빛 천을 들어 화연에게 대 보았다. 이것은 원피스를 만들어야겠군. 아, 이것은 블라우스를 만들어야겠어. 그렇게 말하며 퍽 즐겁게도 옷감을 만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입어도 잘어울리는 제 처에게 어울리는 것이 너무 많으니 가장 좋은 것들을 다 내어 오라고 한 것인데, 이조차도 아내는 전부 다 어울렸다. 홀로 흥얼거리며 콧노래를 부르다가 레이스 하나를 꺼내 화연의 허리에 대 보았다. 이것은 로브를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다짐한 뒤에 이어진 것은 보석을 고르는 일이었다. 붉은 귀걸이부터 반지까지, 수많은 것들을 고르고 구경하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결국 선택한 것은 거의 전부였다.
직원을 불러 하나하나 세심하게 주문을 시작했다. 이것은 로브로, 이것은 블라우스로, 이것은 스커트로, 이것은 원피스로. 보석은 가공하여 노란색 반지는 프리지어 모양으로, 붉은 귀걸이는 장미 모양으로. 그런 주문을 끝내자 몹시 마음이 흡족한 것이다.)
보상을 받은 기분이군.
花然@_____justdream
(당신이 대어보는대로 가만히 있거나 중간중간 종업원들이 치수를 재는데에 협조하면서 점점 지쳐갔다. 여인들은 신기하기도 하지 어떻게 본인의 옷을 고르면서 그렇게 생기있어지는 것일까.
당신이 사준 프리지아 꽃다발이 시들어가는 것 같은 것은 꽃에 저를 투영하여 보는 탓인걸까. 하지만 제 몸에 걸치는 것은 당신이 보는 일이 제일 많으니 당신 보기에 흡족하다면 된 것이겠지.
예술품을 사거나 당신의 정장을 살때면 그렇게도 즐거운 쇼핑이 제 옷을 위해서가 목적이 되면 이렇게도 지루할 것이 되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
제 부군도 자신처럼 스스로의 옷이나 장신구를 고를때면 그렇게도 심드렁할 수가 없었는데, 마치 지금의 자신처럼 금방 끝내고 돌아가고 싶어 죽겠지만 아내가 즐거워하니 이걸로 됐다는 체념한 표정으로 옷을 대보는대로 떨떠름하게 서있곤 했다.
흥얼거리며 제 옷을 고르는 것이 제 남편이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저 쇼파에 드러누워서 나는 더이상 못하겠다며 치수를 대충 재고 놓아달라고 떼라도 써봤을 것이다. 그래 당신이 이렇게 즐거워하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제 오라비들은 이런 성미를 못 이겨서 결국 치수만 재고 디자이너들과 다회를 갖게한 후 디자이너들이 알아서 치수에 맞게 옷을 만들고 그걸 입혀보는 식으로 쇼핑을 대신하게 했는데 완성된 옷을 입어보는 마치 쇼같은 그 과정들이 싫어서 담장을 넘어 도망다닌적도 있었다.
마치 엄청 큰 무대를 준비하는 것마냥 세심하게 이것저것을 주문한 뒤에 제 남편은 흡족한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것이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을 함께 줬다. 만족스러운듯한 당신에게 매달리듯 기대 안겨서는 졸라대듯 말했다.)
이제 우리 집에 가요. 응? ...설마 여기서 더 내 옷을 볼거라고 하진 않을거죠? 으응?
命運@_20191001
설마. 이제 화연이와 집에 가서 만두를 빚어야지. 딤섬이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한데.
(웃으며 뺨에 입을 맞췄다. 작금의 모던-걸과 모던-보이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품행도 유행이었다. 사람들은 남녀 칠 세 부동석이라는 말이 있는데도 추접스레 붙어 있는다고 말했다만, 제 보기에는 그 유교라는 놈이 들어온 것이 아주 늦은 이야기다.
그 이전에는 사치와 향락에 젖어 살던 이들도 있었고, 여인의 재가에도 아무런 사회적 제지도 없었다. 나중에 들어온 것들이 이제 와서는 그것이 진실이고 오래된 율법인 양 떠드는 것은 영 깨림직한 일이었다.
설령 그것들이 정말 오래된 율법이라 한들 뱀은 오래 쉭, 쉭 소리를 내며 혀를 날름거리는 존재가 아니던가. 뱀이나 뱀의 신부에게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과연 원앙 한 쌍을 두고 천박한 잡놈의 새끼들이라고 욕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으니, 그저 화연은 제 품에 안겨 남실남실 웃으면 되는 것이다.
허리를 끌어안고 웃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여급에게는 옷이 완성된 것을 배달할 집의 주소를 말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도 인력거를 타야만 했는데, 인간들이 하도 많은 탓에 절로 인상을 찡그리며 화연을 끌어안고 인력거를 붙잡기에 급급하였다.
말라빠진 인력거꾼이 인력거를 질질 끌고 오기에 그것을 잡아 화연을 먼저 태우고, 저도 뒤를 이어 탔다. 화연의 얼굴에 손으로 부채질을 해 주며 갈 곳을 읊었다.
인력거꾼은 퀭한 얼굴로 달렸는데, 그것을 보자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노라 생각을 했다. 죽음의 신은 남자의 발치에 들러붙어 있었다. 잠시 화연의 옷을 털어주고 뱀의 향을 묻혔다.)
집에 가서 만두를 빚고, 마작을 알려줘.
花然@_____justdream
(장난으로라도 당신이 여기서 옷을 더 보겠다고 한다면 바닥에 드러누울 용의까지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잔뜩 지쳐보였는지 다행히도 여기에서 만족을 하고 집에 돌아가자며 반가운 말을 해주는 것이다.
아마 제가 토끼라면 그 말에 귀를 쫑긋세웠겠지. 강아지라면 꼬리를 마구 흔들었을테다. 이러면 동물이 아닌걸 감사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저는 감정을 숨기는데에 그다지도 익숙한 위인이 아니니 당신께 모든 감정을 다 들켜버렸을테다.
품 안에 샛노란 프리지아 다발을 소중하게 안고 인파에 저를 놓칠새라 한손으로는 저를 안고 인력거를 잡는 당신과 그 안에 얌전히 안기어 당신의 보호를 기꺼이 받는 저. 인파가 복작거려 평소라면 조금은 짜증을 냈을지도 모르지만 순간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 박제된 시간이 된 것만 같았다. 물론 이는 저의 상념일 뿐이라 진실은 그렇지 않았지만... 얼마되지 않아 척 보기에도 건강이 좋지 않아보이는 인력거꾼이 모는 것을 잡았다.
제가 햇볕에 더워할라 그 찰나에도 제 얼굴에 손 부채질을 해주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얼까. 당신은 무의식중에도 저만을 위해 움직이는 듯했고 저는 그런 당신의 행동을 매번 알아차리니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더욱 자주 받는 것이다.)
좋아요. 당신이 딤섬을 예쁘게 빚으면 알려줄게요.
(작게 웃으면서 말했다. 언젠가는 알려줄 것이니 이런 내기는 전혀 유효하지 않은 것이지만 그냥 작은 여흥같은 것이다 이건. 나른하다는 듯이 부러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이 부인은 오늘 길어진 의복 구매시간으로 조금 지쳤거든요-..
命運@_20191001
딤섬을 예쁘게 빚으면? 나는 딤섬을 빚어본 적이 없는데. 화연이를 따라서 열심히 만들어야겠어.
(웃으며 손부채질을 해주고, 한 손으로는 태양을 가려줬다. 인력거가 유독 덜컹거렸다. 건강이 좋지 않은 인력거꾼은 제 가족을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나온 모양이었다. 뱀에게 그것을 동정할 필요는 없었다.
뱀은 다만 불만스러웠다. 그렇게 아프면 병상에 누워있을 것이지, 아내의 승차감이 좋지 않을 것을 걱정했다. 과장되게 나른한 체를 하는 화연을 보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뺨에 입을 맞추고 얼굴을 간지럽히며 장난을 쳤다.)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지난번에 미츠코시에서 내 옷을 네 시간 넘게 고른 화연이가 할 말은 아닌데 말이야. 알았어. 이것도 내가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자고로 사내란 아내에게 순종하고 복종하고 아내의 말을 잘 따라야 가정에 평화가 깃드니까 말이야.
(어디선가 들은 말을 읊으며 장난을 쳤다. 화연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귓불에 입을 맞추고 놀다가 집 앞에 도착한 인력거에서 내렸다. 정확한 가격을 지불하려다가 이내 일 전을 더 줬다. 약이라도 지어 먹어. 그렇게 말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건 자비 따위가 아니었다.
뱀은 자비롭지 않은 악신이었다. 그것은 단지, 화연이 홀로 인력거를 탈 때에 누군가가 온다면 저 집의 마나님은 성품이 곱고 따스하다고 모두가 조금은 더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집사가 우리에게 다가와 재킷이며 겉옷을 벗겨 가지고 갔다.)
아, 화연이. 내일부터 정원에 나가지 마. 여름 꽃을 옮겨 심을 텐데, 흙먼지가 많이 일어날 거야.
花然@_____justdream
빚어본 적이 없다면 당신의 손재주가 좋길 바라며 시도해보는 수밖에 없겠죠. 사실 시간은 많으니까, 나는 언제고 당신에게 마작을 치는 방법을 알려주게 될거니까. 아하하. 하지만 당신이 열심히 만든 딤섬의 모양이 궁금하긴 해요.
전에 경빈에게서 들었는데, 조선에서는 예쁘게 송편을 빚으면 예쁜 자녀를 낳는다고 하던데 중국도 비슷하거든요. 남편이 예쁘게 교자를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는 미신이 있어요. 뭐, 자식을 갖지 않더라도 보기에 좋은것이 먹기에도 좋은 법이구요.
(미친것 아닌가? 생각도 안했는데, 제가 또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에 움찔했다. 당분간 피하고 싶은 주제였기에 말을 돌려 무마하고자했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언급을 하게될때면 그냥 자연스럽게 넘기면 될텐데 괜히 자신이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그러면 혹여 당신이 귀찮은 여자라고 생각할까봐, 그러다 애정이 식기라도 할까봐 불안한 것이다.
인력거는 다소 과장되게 말하자면 꽤나 덜컹거렸지만 덜컹 거릴때마다 저는 그럴필요까지는 없었지만 당신에게 꼬옥 기대며 안기는 것을 즐겼다. 물론 그냥 안기어도 당신은 저를 안아줄 것이며, 언제고 안기라고 하겠지만 이런 일상 속 예기치 못한 이벤트가 즐거운 법 아니겠는가.
사실 당신이 아니어도 저는 이런 즐거움을 안겨준 인력거꾼에게 조금이라도 더 주려고 했지만 당신은 항상 집에 오가는 이들이 자신에게 좋은 소리만 하도록 돈을 더 얹어주는 경향이 있었고 이번에도 그런듯하였다.
이런것 하나하나 당신 손이 안타는 게 없으니까, 집에 들어오면 당신의 품 안으로 들어오는 듯했고 그 어느곳보다도 안전하다 느끼었다.)
어머. 그렇게나 빨리요? 당신덕에 누구보다 빨리 여름을 즐길 수 있겠네요. 후후.
命運@_20191001
중국에 그런 말이 있나? 그렇다면 예쁜 딤섬을 만들어야겠어. 사실 내가 예쁘게 만들지 않아도 화연이 딸이면 무조건 예쁠 테지만, 이 아비가 노력을 해야지.
(뱀은 아이를 갖지 못한다. 고아 하나를 거두어 키울 수는 있겠지만, 화연이 죽은 뒤가 귀찮아진다. 게다가 제가 가지고 싶은 것은 고아가 아니라 화연을 닮은 딸이었다.
화연처럼 새치름하고 매사에 당당하고 제 손을 타고 사랑을 받는 게 당연한 딸. 어미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딸이 필요했다. 게다가 딸이라면 거금을 보내고 시집을 보낸 뒤에 간혹 아비가 필요해 찾을 때에만 돈을 주거나 시댁을 압박하면 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딸이 편했다.
아들이라도 가지면 집안을 물려받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오래 함께 부대껴야 했는데, 저는 며느리며 아들이며 하는 것들의 효도고 뭐고 필요치 않았다. 필요한 것은 화연의 기쁨이었다. 그러니 아이를 갖는다면 딸이 좋았다.
아니면 어디 췌서로 팔려갈 아들이 필요한데, 화연과 자신의 사이에서 키운 아들을 췌서로 보낸다면 화연의 집안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여러모로 복잡한 셈이니 자식은 들이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화연이 아이를 생각하니 잠시 고민했다. 영물을 하나 데리고 올까? 화연을 닮게 조각을 하고, 그 사이에 제 얼굴도 조금 넣어 두고. 무슨 영물이 좋을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가릉빈가였지만 이것은 주작에게 막힐 것이다.
그렇다면 삼족오나 까마귀? 삼족오 정도라면 지성이 있는 영물이니 무척 괜찮을 것 같았지만, 모든 새들은 주작의 아이니 이것 또한 골치였다. 하지만 새 영물만큼 말을 잘 듣고 순종적인 것이 없는데.
차라리 몽사 중 하나를 거둘까? 그렇게 생각하다 품에 안기는 화연을 보고 웃으며 이마에 입을 맞춰줬다.)
이곳은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이 경성에서 가장 먼저 오게 될 거야. 화연의 눈이 시리도록 고운 것들로 몽땅 장식을 할 거거든. 라일락과 라벤더를 심고, 그래. 정원에 그네를 하나 만들라고 해 두었어. 그네가 완성되면 매일 그네를 태워줄 테니 꽃 내음을 즐기기 딱일 거야.
花然@_____justdream
당신은 꼭 하루종일 내게 무얼 해주어야 기뻐할지, 내가 뭘 좋아할지만 생각하는 이 같아요. 사내라면, 남편이라면을 내세우고 말하지만 작금의 조선에서는 그러는 이가 보기 힘들다는 것두 아는걸요.
물론 상해의 남자라면 모름지기 요리도 할 줄 알고 집안일이며 바깥일이며 능통하고 아내를 최고로 아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신은 내 고향에서 온 것두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상해의 사내들보다 더 다정한지 너무 신기해요.
(다시금 품 안의 프리지아 꽃다발에 고개를 묻어 그 꽃내음을 깊이 들이마셨다. 제 본가의 정원도 이 작은 정원처럼 그리하였는데, 사계절 중 겨울은 가장 늦지만 봄과 여름과 가을은 가장 일찍 찾아오도록 제 부친이 그리 힘을 썼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장미 화원 가운데에 있는 그네였는데, 어렸을적 오라비들과의 기억이 잔뜩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날이 좋으면 그네 근처의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책을 읽다가 잠에 들곤 했는데 부친이 저를 샤오란이라고 부르며 노을을 등지고 깨우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줄곧 같이 교자를 빚곤-... 잠시 고향 생각을 하다가 딤섬에까지 생각이 이르르자 손뼉을 한번 치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옷 갈아입고 와서 빨리 딤섬을 빚을까요? 편한 옷이 좋을텐데... 뭘 입어야하려나... 슬립 위에 로브는 소매가 조금 거추장 스러울 것 같기도한데.... 아. 그렇게 하면 되겠어요. 창고에 적절한 옷이 있을거에요.
(조금 고민 끝에 생각이 이르른 곳은 창고 어딘가 옷장에 걸어두었던 메이드복이었다. 원래는 박래품점을 더 키워서 여급을 많이 쓸 생각에 준비했던 것인데 경빈은 양장이 퍽 불편하다며 거절을 했다.
그렇게 최초 한 벌의 메이드복이 쓰이지도 못하고 창고에 처박히게 된 것이었다. 그걸 입고 당신에게 주인님, 이라고 불러볼까. 이런 장난을 칠 생각을 하고는 신이나서 당신 볼에 입맞춤을 하고 먼저 서둘러 올라갔다.)
命運@_20191001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그이에게 맞추는 것이 가장 큰 명예고 영광이지. 내 비록 아직은 화연이에게 다 맞추지 못하지만 언젠가 화연이에게 꼭 맞는 남자가 될 거야.
(제 아내의 말에는 웃었다. 사내가 다정한 게 당연한 곳에서 왔으니 저도 맞춰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아니라도 화연에게 맞추고 싶었다. 화연은 사랑받아 마땅한 이였고, 이리 다정하게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더 많이 사랑을 해야지. 곱게 안아 사랑하고 품에 얼러 입을 맞춰야지. 그렇담 나는 언젠가 화연에게 딱 들어맞는 남자가 되지 않겠는가.
우리네 삶은 가로와 세로를 닮아서, 각자 다른 곳을 향해 달리다가도 그 어딘가에서 마주치기 마련이었다. 나는 화연과 마주치는 그 점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더는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공통점이 깃든 그 장소에 딱 멈춰선 채로 과거도 미래도 잊고 화연과 함께 하고 싶었다. 웃는 낯으로 화연을 바라봤다. 서둘러 올라가는 화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닿지 못할 말을 작게 속삭였다.)
……뛰지 마라, 연아. 넘어진다.
(너 넘어지면 내 마음이 아파 어떻게 하겠니. 그러니 뛰지 말고 서두르지 말아라. 무엇이든 내게 의지해도 좋고, 너 무엇을 해도 나는 기쁘니 뛰지 말아라. 그런 생각을 하며 손을 씻었다.
만두를 만들기 위해 올라온 재료들은 이미 속재료가 다 다듬어지고 어우러진 상태였는데, 우리는 정말 만두를 빚기만 하면 되는 모양이었다. 사용인들은 몹시 철저하여 마님이 원하는 바를 미리 깨닫고 만두 피마저 밀대로 얇게 밀고 잘라 모양을 만든 후였다.
다리를 꼰 채 그것을 바라보며 화연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에 화연을 위해 산 프리지어를 화병에 두기를 지시했다. 화병에 꽂힌 꽃이 참 곱기도 했다.)
花然@_____justdream
(올라가면서도 저를 걱정하는 말에 괜찮아요! 라고 듣는둥 마는둥 이야길 하고 올라간다. 그리고 창고 깊은 곳에 있는 이젠 잘 입지 않는 옷들이 있는 옷장을 열었다.
그곳에는 치파오며 한푸며 고국에서 입었던 옷들이며 이곳에서 샀으나 어쩐지 손이 안가서 입지 않는 옷들부터 메이드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옷들이 걸려있었다.
많은 옷들을 손으로 젖혀가며 메이드복을 찾아냈는데, 무릎 아래까지오는 단정한 길이의 검정 원피스 위에 흰 앞치마의 아주 정석적이며 클래식한 메이드복이었다. 애초에 점원들에게 입히려고 한 것이니만큼 그럴수밖에.
물론 여급이 입지 않겠다하여 아쉽게도 처박혀있었지만, 그래도 사둔덕에 이리 재미난 장난을 칠 수 있었으니까 그리 아쉽지만도 않겠다.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돌려가며 치마가 돌아가는 것을 보니 치마 밑단의 레이스가 일할때 조금 불편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에게 보여줄 생각에 신이나서 다시금 계단을 뛰다시피 내려와 당신에게로 간다. 시킨적도 없는데 손질이 모두 돼서 소가 만들어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손질 할 생각에 조금 착잡했는데, 당신이 미리 안배한 것이겠지.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장난기어린 목소리로 앉아있는 당신 뒤쪽으로 가서 섰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주인님?
命運@_20191001
(집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몹시 부드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화연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옷을 갈아입으셨기에 이렇게 신이 나셨나, 했는데 화연을 본 집사의 표정이 범상치가 않았다.
마치 깜찍한 짓을 하는 손녀를 본 할아버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사용인들 또한 마님을 향해 몹시 흐뭇하게 웃으며 입을 가리고 있었다. 그걸 보고 치파오를 입었는가, 하고 고개를 돌리려는데 들려오는 목소리에 응? 소리를 내고 말았다.
곧 고개를 돌렸는데 보인 것은 간혹 좋은 집안 하녀들이 입는 하녀복이었다.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화연을 바라봤다. 아닌 게 아니라, 화연이 이리 귀엽게 구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서두 하녀복이라고 하면 정말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탓이었다.
워낙 고고한 아가씨니 이런 놀이를 할 수 있는 걸까. 웃음을 터뜨리며 화연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제 무릎에 앉혔다. 곧 화연의 온 얼굴에 입을 맞췄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하녀가 있을 수 있나. 이 사랑스러운 하녀에게 어떻게 일을 시키지? 응? 말을 해 봐. 어떻게 일을 시켜. 일이라고는 노래를 부르는 것 외에는 시키고 싶지가 않은데.
花然@_____justdream
노래만 부르는것은 꾀꼬리에 지나지 않는걸요.
(무릎에 앉히고는 쏟아지는 입맞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듯하였다. 당신이 재미있어할까 걱정 반, 기대 반을 하고 입은 것인데 이리 반응이 좋을줄이야.
당신의 말이 여간 듣기 좋아서 웃음이 푸스스 하고 나와버렸다. 저도 당신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놓고 입맞추기를 반복하다가 품에 기대 끌어안았다.)
어때요. 정말 상상도 못했죠? 사용인들의 앞치마만 두를까 하다가 이 옷까지 생각이 닿지 뭐에요. 후후.
命運@_20191001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어. 이리 고운 님을 두고 내 어찌 움직일 수 있을까. 양귀비가 와도 화연보다 곱지는 못할 테고, 세상 모든 비단을 다 준다 한들 내 아내의 웃음 한 조각보다 못할 테니 어찌 이리 아름다울 수가 있나.
(찬양의 말은 아내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화연은 진심으로 사랑스러웠다. 이토록 아름답게 자신을 가꾸고 품에 안겨 흔들리니, 이것을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몇 번이나 입을 맞추고 얼굴을 쓸어주다가 눈가에 입을 맞췄다. 지금 당장이라도 품에 안고 침대로 갈까, 생각했지만 참았다. 만두가 만들고 싶다고 했으니.)
남편도 할 게 못 돼.
花然@_____justdream
그렇담 당신이 황제나 임금이 아닌걸 다행으로 여겨야겠어요. 정말로 나 하나때문에 나라를 망하게 했을 것 같으니까.
(매번 듣는 찬양은 어쩜 매번 질리지 않고 늘 듣기에 기꺼웠다. 당신이 왕이었다면 정말로 제가 경국지색으로 불리게 됐을지도 모른다. 키득키득 웃으며 당신 무릎에서 내려와 옆 의자에 앉았다.
당신의 말에 재밌다는 듯 웃으며 당신을 힐긋 보고는 아름다운 색들을 물들인 만두피를 집어 적당한 양의 만두소를 넣고 익숙한듯 주름을 잡더니 제법 그럴싸한 복주머니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만두를 빚어냈다.)
남편이 아니라면 나의 무엇을 하고싶은데요? 난 당신이 남편이 아니라 정부라던가 그런것은 싫은데... 응?
命運@_20191001
연인 정도가 좋겠군. 남편이라 하면 조금 점잔을 떨어야 하지만, 연인이라면 추접스러울 정도로 붙어 있어도 되지 않겠나. 아, 하지만 연인도 결혼을 해야 하니 이것이 비극이로군.
(부러 커다랗고 극적으로 이야기하며 웃었다. 화연을 따라 만두피를 집어 소를 넣었는데, 그 뒤로는 하는 법을 몰랐기에 화연이 하는 것을 힐끔힐끔 보며 따랐다.
그랬기에 첫 만두는 아주 엉망이었다. 피가 터졌고, 소의 양이 너무 많아 복주머니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흠씬 밟힌 가죽 주머니가 된 것 같았다. 이를 어쩌나. 손재주가 없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모른 척을 하며 쭉, 밀어 구석으로 치웠다. 그 뒤로는 화연을 조금 더 면밀히 관찰을 하면서 따라 만들었는데, 여섯 개가 전부 엉망이 됐다. 어머, 하는 사용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조차 모른 체를 하며 새로운 것을 하나 만들었다. 여덟 개가 되어서야 제법 그럴듯한 만두 하나가 탄생했는데, 그것이 무어라고 몹시 흐뭇하여 화연에게 보여줬다.)
이걸 봐. 잘 만들었어. 그렇지?
花然@_____justdream
연인이고 남편이고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남편이라도 붙어있어도 될텐데, 나는 당신이 그러고싶다면 만사를 제치고 품에 안겨있어두 좋은데요. (작게 웃으며 말했지만 손으로 만두를 빚는 속도는 떨어지지 않고 아주 익숙한 일이므로 점점 속도가 붙었다. 손이 조금 풀렸나 싶었을 무렵부터는 복주머니 모양이 아닌 나뭇잎 모양이며, 꽃 모양을 만들어 내놓았다.
당신이 엉망으로 만든 만두들을 저 구석으로 밀어버리는 것도 놓치지 않고 봤는데 사용인들이 놀란탓에 저도 봤지만 부러 모른채하였다. 여덟번째가 돼서야 그럴싸한 만두가 됐는데 제게 보여주며 잘만들었다고 하는 것에 웃음이 푸스스 나왔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잘 만들었는데요. 딸이 태어나면 정말 당신처럼 그린듯한 미인이 될 것 같아서 기대가 될 정도에요. 만두 빚는데에 소질이 있는 것 같으니 더 어려운 것을 만들어두 되겠는데요?
봐봐요. 이렇게 만두를 똑같이 봉해서 위의 모양을 이렇게 누르고 잡아서 펴주면... 짜잔. 꽃봉오리를 머금은 복주머니 모양이에요. 할 수 있겠죠? 아윈 손재주가 남다르니 더 어려운 모양도 할 수 있겠어요.
(제 남편은 만두를 빚는데에는 재주가 사실은 없는 모양이었지만, 뿌듯하게 말하는 당신에게 더 어려운 과제를 부러 내주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아비를 따라 이 모양을 만들어내겠다고 망친 만두가 몇개였는지 기억이 안날정도로 정교한 기술을 요했는데 당신은 얼마나 더 엉망으로 만두를 망쳐놓을지 기대가 됐다. 그렇다 이것은 당신을 놀리려고 일부러 어려운 것을 알려주는 셈이었다.)
命運@_20191001
……그걸 만들라고?
(이는 항의조차 아니었다. 순수한 의문이고 의아함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막 만두 하나를 완성한 참이었다. 한데 저런 것까지 만들라고 말하니 퍽 곤란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저는 만두를 만드는 데에 소질이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을 할까, 하다가도 어쩐지 오기가 생겨 만두를 손에 들고 한 번 빚어보는 것이다. 그러나 화연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재주가 없던 터라 막 만들어진 만두는 아직도 피가 터지고 엉망이 되기를 반복했다.
꽃 모양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 소질이 없었다. 이쯤 되면 제가 망친 만두가 화연이 빚은 만두만큼 많았지만, 저 꽃 모양의 만두는 하나 만들어 보리라, 하는 다짐이 섰다.
그런 터라 침묵으로 만두를 빚었는데, 다시 망쳤다. 망치고 망치길 반복하며 겨우 모양을 눌렀는데, 모양을 잡아 펴는 것이 영 낯설었다. 그래도 하나 진전은 있었다. 이제 피를 터뜨리지는 않았다.
그저 둥근 만두를 몇 번이나 만들었고, 그 위에 있는 모양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화연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 움직이며 눈대중으로 만두를 만들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도와줘. 화연이.
(결국에는 항복이다. 이런 만두는 제가 만들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만두를 봉하는 것까지는 잘 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조금 사라진 채였다. 왜 만두가 꽃봉오리 모양이어야 하는가? 그런 의문과 억울함도 들었다.)
花然@_____justdream
(처음 이 모양을 익힐때는 일주일동안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만두만 빚었더랬다. 그러니 당신이 이 모양을 쉽게 만들지 못하는게 당연하다. 일부러 당신을 놀리고자 한 제안이었고 그에 부응하듯 당신은 채 만두 하나도 제대로 봉하지 못하고 터트리는 것이다.
당신이 결국 백기를 들어 항복을 하고 도와달라는 말을 할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려버렸다. 밀가루가 묻어있는 손을 앞치마에 대충 닦아버리고 그대로 당신의 양 뺨을 잡고 입술에 연신 입을 맞췄다.)
아 어떻게 하지.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당신이 내 것이라 너무 다행이에요. 당신도 못하는게 있다는게 오늘의 기쁨인데요.
(한참을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추고서야 만족한 표정을 짓고는 당신 손의 만두를 수습해 위에 작은 장미 꽃봉오리를 만들고 쟁반에 내려놨다. 그리고 비밀을 말하는 것처럼 작게 말을 했다.)
실은... 나도 이 모양을 익히는데 밥먹고 잠 자는 시간 빼고 일주일을 연습했어요. 그러니까, 아윈이 못하는 건 사실 당연하죠. 아. 바보같은 내 사랑. 사랑스러운 나의 남편.
命運@_20191001
(입맞춤 세례를 받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제 아내는 저를 골리는 데에 재미가 들린 모양이었다. 이리 하녀복을 입은 채로 저렇게 말을 하니 제법 발칙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복수로 화연을 제 품에 안아 허벅지에 앉히고는 온 얼굴에 입을 맞췄다.
가볍게 뺨을 깨물고 쪽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춘 뒤에야 뺨을 비볐다. 그래. 화연이 재미있다는데 제가 무얼 어쩔 수 있으랴? 그저 화연이 조금 더 재미있을 수 있도록 웃음을 터뜨리는 처의 뺨에 제 뺨을 비비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런 발칙한 하녀를 다 보았나. 주인을 이리 놀리는 하녀는 엉덩이라도 맞아야 하는데.
(평소의 하늘하늘한 옷과는 달리 풍성한 단이 박인 드레스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화연은 이렇게 부푼 단이 새겨진 치마도 제법 잘 어울렸다. 자주 입는 옷들과는 다른 촉감에 화연의 치맛단을 몇 번 만져보다가 그녀를 안고 다시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제 마음대로 만들었는데, 둥글게 모양을 잡고 피를 조금씩 세워 토끼와 비슷한 모양을 만들었다. 뱀으로 똬리를 틀고 누워 낮잠을 즐길 때, 인간들이 말하기를 자식이 송편을 빚을 때 자꾸만 모양으로 장난을 친다고 하였다. 그들의 목소리가 몹시 흐뭇하여 인간들은 저런 것을 귀엽게 생각하누나, 하였는데 저가 그런 애교를 부릴 줄은 몰랐다.)
이것은 화연이야. 토끼 같은 것이 화연을 닮았지. 내가 먹을 테야.
花然@_____justdream
어머나, 이렇게 예쁜 만두를 잔뜩 빚었는데두 벌을 내리시게요?
(당신의 헛웃음에 제 장난이 통했다는 것이 즐거워 눈을 휘어 눈웃음을 지으며 제법 새침한척 말을 했다. 본가에서 하녀들의 교육이란 하녀장이며 시종장이 했기때문에 어떻게 교육이 이뤄지는 지도 관심이 없었고 아가씨인 자신이 알 필요도 없었기에 막연히 말로 타이르거나 저녁을 굶기는 둥의 벌이 있었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품에 안겨서는 당신이 토끼 모양을 빚는 것을 바라보았다.)
날 잡아먹을 셈인거에요? 무서워라-
(그 토끼 모양의 만두는 꽤 귀여웠는데, 저도 정석대로 만들지 못하면 경단 마냥 제 멋대로 굴려 공 모양으로 잡고 그 위에 장식을 더하여 무슨 모양이라며 우기곤 했었는데 가족들과 함께했던 기억이 퐁실퐁실 떠올라 기분이 좋아졌다.
당신이 터트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제 손이 빨라서일까 남은 소와 피가 얼마 되지 않은 차에 슬슬 질려갔다. 당신 뺨이며 목에 입을 맞추고는 옷을 핑계삼아 그만 하자고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제 그만 만들까요? 더 만들면 당신 정장도 이 옷도 밀가루 범벅이 돼서 엉망이 될거에요.
命運@_20191001
그럼 그만 할까?
(기실 이 모든 건 화연을 위한 유흥이었으므로 유흥의 주인이 그만 두기를 바란다면 응당 그만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었다. 소질이 없는 것을 계속 쥐고 있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화연이 신나게 만두를 빚었고, 이제 지겨워졌으니 그만하는 것이 옳겠다.
화연을 안아들고는 턱 끝에 입을 맞춰주며 걸음을 옮겼다. 마작을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물론 마작이야 며칠 내내 화연이 집에 있어야 할 테니 그 시간 내도록 함께 있으며 알려줄 수 있었다.
손으로 하는 것은 대부분 귀찮아했으며, 애초에 뱀이 인간만큼 손재주를 보일 때는 인간의 몸뚱어리에 줄을 매달고 그들을 조종할 때가 아니면 없었으므로 작금의 상황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나는 만두를 정말 못 빚는군. 새삼 다시 그렇게 생각하며 화연을 안고 위로 올라갔다. 만두를 쪄 놓게나. 저녁 식사로 먹지. 사용인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쪽쪽, 입을 맞췄는데 사용인들은 주인 내외의 부끄러운 행동을 보고도 익숙하게 움직였다.
우리 주인어른과 마님께서는 참말 사이가 좋으시구나, 하는 어린 하녀의 생각이 들려왔다. 암, 사이가 좋지. 경성에서 저와 화연보다 더욱 사이가 좋은 이들은 없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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