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데이트(1) -망한 플러팅의 좋은 예-
命運@_20191001
(꽃을 파는 거리로 걷고 있는데, 새장에 갇힌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리가 먼저 나왔다. 새 거리의 새들은 아름답게 노래를 지저귀고 있었다. 별로 흥은 나지 않았기에 걸었다.)
새 하나 사 줄까?
花然@_____justdream
괜찮아요. 뭘 키우는데에는 소질이 없는걸요. 전에 키우기 쉽다며 테이블야자를 선물받았는데,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다 죽어버렸지 뭐에요. 차라리 다른 부인들에게 선물되는 편이 새들의 장래에 더 좋을걸요. 아쉽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당신이 키우고싶은거라면... 내가 새 대신 당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제가 얼마든지 노래 불러줄게요. 성격 나쁜 카나리아 어때요?
(장난기가 여전한 목소리로 웃음을 방긋방긋 지으며 제안을 거절하며 본인이 당신만의 카나리아가 돼 준다는 말을 했다.)
命運@_20191001
오, 내 카나리아는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아름다운데.
(웃으며 콧등에 입을 맞춰주곤 걸어갔다. 새들은 아름답게 노래를 불렀으나 저 새장에서 나갈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운이 좋거들랑 좋은 주인을 만나 새장 밖에서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겠으나 보통의 새들은 주인을 만난다 하더라도 새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삶의 끝자락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제 아내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뭐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인지라, 이내 스스로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걸어 어깨를 감싸고 저 새는 색이 곱다, 저 새는 노래를 잘 부른다, 하는 둥의 이야기를 하며 거리를 빠져나갔다. 꽃 거리는 그 뒤에 있었는데, 묘목이며 피어난 꽃들이 만개한지라 잠시 두리번거리며 그 꽃들을 살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이내 노란 프리지어를 보고는 한 다발을 샀다. 곱게 포장해 주시오. 그렇게 말하자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꽃다발이 완성됐다.)
선물.
花然@_____justdream
어머.
(당신을 모습을 보고있으며 집의 화병은 종종 자신을 위해 당신이 직접 꽃을 사다 채워줬으니 그럴용도의 꽃을 사는구나정도의 생각만 하고있다가 품에 안긴 노란 프리지아 다발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다.
그래서 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 다발을 품에 안고 숨을 가득 들이쉬어서 그 향을 맡았다. 노란색 프리지아는 제가 좋아하는 꽃들 중 하나였다. 물론 저는 대개의 꽃을 아름답다며 좋아했지만 봄을 상징하는 꽃인 동시에 난과 닮은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香雪兰!어쩜 이렇게 고울수가...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행동을 할 생각을 하는거에요? 나는 오늘은 당신에게 줄 선물이 없는데두. 아이참...
(기쁘게 웃으며 프리지아의 향을 다시금 맡으니 환하게 웃음이 나왔다. 정말 이이는 자신을 기쁘게하는데에 도가 튼 사람인것만 같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좋아할만한 것을 훤히 꿰고 있어서 이렇게 속절없이 웃게만한다.
온통 검은옷차림의 여인이 샛노란 프리지어를 안고있는 것은 꽤나 훌륭한 대비감을 주어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길을 한번씩 주게 하였다.)
사실 사람을 시켜서 정원의 심을 꽃을 보러 갔어도 됐을텐데, 이러려고 같이 들리자고 한거에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생각도 못했는데.... 어떻게 이럴 생각을 한 거에요?
命運@_20191001
봄이 가니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꽃을 주고 싶었지. 꽃을 안고 있는 화연이는 예쁘니까 말이야.
(아침부터 조문을 갔으니 복잡한 곳에서 잡귀들을 한 번 털어내는 것도 목적 중 하나였지만, 그것만 있다면 아내를 데리고 이런 복잡한 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미츠코시 백화점이라는 좋은 곳이 있으니. 그러니 아내를 데리고 이곳에 온 것은 순전히 꽃을 사 주기 위함이었다.
제 손으로 직접 골라 사 주고 싶었다. 화연은 사랑받을수록 빛이 나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손을 태우면 곧잘 손을 탔고, 그럴 때마다 더욱 아름다워졌다.
빛을 발하는 아름다움 속에 취하여 그를 더욱 아름답게 꾸미는 게 뱀의 몫이었다. 그리고 뱀은 그것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아내를 꾸미고 사랑을 주고, 제 손을 태워 어리광을 부리게 할 때가 좋았다.)
선물이 왜 없어? 나와 함께 이 복잡한 곳까지 와 주었는데, 그것이 선물이지.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다. 다른 높은 계급의 여인들은 이런 곳에 직접 걸음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자신이 직접 가는 것이 몹시 수치스러운 일인 것처럼 굴었는데, 화연은 제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왔다.
마치 강아지 같군. 담백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도 강아지와 비슷하지 않은가. 아닌가? 토끼인가? 몇 개의 동물을 떠올렸는데, 개중 고양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포식자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강아지와 토끼, 병아리 중 뭐가 나아?
花然@_____justdream
토끼...?
(당신의 갑작스런 물음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또 질문에는 착실하게 답을 하였다. 갑자기 이런건 왜 묻는걸까? 당신이라면 뭐든 이유가 있어서겠지만... 설마 제가 아이를 갖고싶다고 한 것이 못내 걸려서 소동물이라도 들여놓는 것으로 대신 하려는건가-까지 생각이 닿았다.)
하지만 난 정말 애정을 주고 잘 키울 자신이 없으니까 동물은 정말로 데려오면 안돼요. 게다가 동물이 죽었을때 식음을 전폐하고 울며 장례식까지 열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정을 안 줄 자신이 없어요.
작고, 사랑스러우며, 귀여운 소동물을 당신이 데려오면 잔뜩 사랑하고 그 아이를 키울 보모도 구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것들은 금방 죽어버리잖아요.
(어렸을때도 그랬다. 키우던 골든 리트리버가 죽었을때 몇날이고 며칠이고 울면서 이별을 맞이해야했다. 금빛 털이 참 사랑스러웠던 친구였는데... 그 이후로 그런 애정을 두고 키워야하는 동물은 곁에 두지 않으려고했다.
죽은 골든 리트리버를 떠올리니 눈가에 금새 눈물이 차올라선 바닥으로 툭, 투둑 떨어지는 것이었다. 울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정말 사랑으로 함께한 가족이었기 때문에 생각만해도 이리 설웁게 눈물이 나는 것일까? 제 눈에서 터진 눈물에 당황하여 황급히 눈물을 닦아냈다.)
어머, 나도 참. 왜 이러는 거람
命運@_20191001
(당황해 화연을 품에 안고 토닥였다. 괜찮아. 괜찮아, 연이. 그렇게 속삭이며 귓불이며 뺨에 입을 맞췄다. 정말 괜찮아. 몇 번이나 달래야 했는데, 잘라서 말하는 제 말투가 화연에게는 다른 쪽으로 가닿은 모양이었다.
화연은 마음이 연약했다. 그리고 정이 많았다. 동물을 키우면 죽는 것부터 상상하니 그것이 화연의 장점이었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웠다. 천하의 한명운이 오늘은 두 번이나 당황을 하는구나!
뱀 중의 누군가가 그렇게 웃고 떠드는 것도 같았다. 이곳이 꽃 시장이라는 것도 굴하지 않고 화연에게 몇 번이나 입을 맞추며 끌어안고 달랬다.)
화연이가 작은 동물 같아서, 그중 가장 어울리는 게 무엇일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어. 정말이야. 동물은 데리고 오지 않을게. 약속해.
(동물을 왜 데리고 온단 말인가? 애초에 멀쩡한 동물이라면 냉혈동물인 뱀의 곁에서 잘 살 수가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동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또한, 화연의 시선이 동물에게 향하는 것도 기껍지 않았다.
굳이 동물을 키워야 한다면 집 앞 정원을 돌아다니는 작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걸로도 충분했다. 한참이나 화연을 달래고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아줬다.)
내가 미안해. 이렇게 울 줄 알았으면 설명을 해야 하는데. 부디 이 남자를 용서해 주어.
花然@_____justdream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당신의 말에 눈물을 흘려버린 것이 민망하여 얼굴이 토마토처럼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이 금방이라도 괜찮냐며 물어 올것 같아서 꽃다발을 한팔로 그러안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당신 손을 붙잡고 황급하게 그 자리를 떠나고자 했다.
사내는 완력으로는 충분히 자신을 이길수 있으면서 또 이렇게 다짜고짜 끌고가는 저에게는 힘 없는 지푸라기로 만든 인형처럼 흔쾌히 딸려와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연이, 왜그래. 응? 하는 것이 제가 갑자기 눈물을 흘린게 부끄러워서 그런것임을 정말 모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빠른 걸음으로 그 골목을 벗어나고서야 제 걸음은 멈추고 당신의 손도 놓아주었는데. 그러고도 얼굴은 진정이 안 돼서 얼굴이며, 귀며 목덜미까지도 홧홧하게 달아오른 듯하였다.)
바보같은 아윈. 난 정말 그런 의도로 물어본줄도 모르고, 아니 어렸을때 키우던 강아지가 떠올라서 울어버린거란 말이에요. 부끄러워 정말.
(아무렇지 않게 당황한 당신에게 설명을 하고싶었지만 설명을 할수록 그게 얼마나 오래된 일인데 울어버린 자신이 부끄러워서 결국 말미에는 꽃다발을 제 얼굴 앞에 내세우고 숨어버리는 것이었다.)
命運@_20191001
(정이 몹시 깊구나. 문득 나는 생각했다. 내가 너보다 늦게 죽어 다행이라고. 뱀은 죽지 않는다. 천 년을 넘게 살며 세상을 지켜본 영물은 어떤 방식으로도 죽지 못한다.
맹세컨대, 나의 화연. 나는 용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용이 되어 승천하면 너를 보지 못하니 나는 이무기도 용도 되지 않은 채로 영원히 너를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백 년이 지나고 천 년이 지나 네가 다시 한번 내게 온다면, 그때에도 나를 기억하지 못해 공포로 심장이 쿵쿵거린다면, 그렇다면 나는 너에게 추파를 걸 것이다.
너는 나의 배꽃이다. 이 찰나에 사라질 환상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쩐지 마음이 아렸다. 하지만 티를 내지는 않은 채 능글맞게 웃는 것이다.)
그랬어? 그것도 모르고 내가 나의 연을 창피하게 했군. 내가 정말 화연이에게 슬픔을 줄까 봐 걱정이 되는데.
(뺨을 붙잡고 쪽, 쪽. 입을 맞췄다. 동물은 절대 키우지 않을게. 그렇게 맹세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선언이었는데, 화연을 울리고 싶지는 않았다. 화연의 목이며 뺨을 쓰다듬고 쪽쪽 소리가 나도록 눈가와 이마에 입을 맞췄다.)
뭘 해야 내 아내가 나를 용서해 줄까? 아, 그래. 이 근처에서 서커스를 한다는데, 그것까지만 보고 집에 들어갈까? 그걸 보고 기분이 좋아지면, 만두를 빚고, 마작을 알려주는 거야. 그럼 마작을 알려줄 시간이 길어질 테니 내일까지 내게 알려줘야겠군. 화연이의 내일도 내 것이야.
花然@_____justdream
정사장 내외의 일로 화교 사회도 혼란스럽고 시끄러울테니까 당분간은 당신이 나와 시간을 맞추어 주어야 해요. 물론 최근에 고향에서 청탁이 온 글이 있어서 그것을 쓰긴 해야할테지만... 신문에 실릴 연정 소설을, 그것두 경성을 배경으로 써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일제의 탄압이라던가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게 연애하는 작금의 연인의 이야기를 써달라나 그러더라구요. 오라버니의 친구인 언니인데 정치적 입장과는 자유롭게 누구나 보고 웃을 수 있는 연정소설이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보수는 으레 신문사들이 그렇듯 넉넉하지 않고 오히려 모자랐다. 굳이 셈 하자면 자신이 봉사활동을 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이 부탁을 받아들인것은 자신이 이곳에서 혼인을 약소하게 치뤘으며 자리를 잡고 살게 됐다는 소식에 제 오라비를 독촉하여 제가 사는곳까지 와서 축하를 해줬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당신과의 결혼에 대해서 축하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때도 언니가 곤란하도록 눈물을 한참 흘렸더랬지. 돌아가는 배편 시간이 빨라서 남편은 못 만나고 갔지만 잘부탁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여급을 통하여 말했던 것으로 안다.)
어쨌든, 그러니까 당신을 계속 귀찮게 굴지는 않을테지만 당분간은 당신에게 마작도 알려주고 당신이랑 함께하면서 잔뜩 나만 보라고 할테니 시간을 내어주는 것은 당신이 될지도 모르는걸요.
아이참. 화는 전혀 안났어요. 좋아요, 알았어요. 서커스를 보고 우리 집에 돌아가서 함께 딤섬도 만들고 마작도 알려줄게요. 당신과 함께 무엇이든 얼마든지 할게요.
(제게 입맞춤 세례를 부어대는 것 같은 행동에 웃음이 푸스스 자꾸만 나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금 이런 애정행각으로 한번씩 꽂혔다 떠났는데 계속 삐진척을 하면 남편의 애정행각이 멈추지 않을테지. 결국 끄덕거리며 항복을 선언하는 저였다.)
命運@_20191001
청탁이?
(연정 소설이라니. 화연은 재주가 좋았으니 무엇이든 부탁받으면 그대로 써 줄 것이다. 그래도 탄압을 빼라고 하니, 무엇을 해야 하나. 아마도 상류층의 연애사를 써야 할 것이다.
서민들은 당장 먹을 쌀이 부족해 헐떡이고 있으니, 중국에서든 조선에서든 신문에 내려면 그래야겠지. 화연이 원한다면 무엇을 하든 방해를 할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화연의 말대로 화교 사회도 시끄러울 것이다.
화연이 조선인인지 일본인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부유층 남자와 결혼을 한 것이 화교 사회에도 알려져 있을 테니 조용히 있는 게 낫겠지. 아마 며칠은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야 할 모양이었다.
연정 소설은 취향이 아니었으나 화연이 쓴다면 방해를 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무척 흡족하게 볼 수 있었는데, 화연이 무언가에 골몰하는 것은 제게도 기꺼운 일이었다.
화연이 나간 어느 모임에서 만난 어느 신사는 자신의 취미가 보석 수집이라고 말했다. 그는 멍하니 보석을 보면서 시간을 떼우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다고 말했는데, 제게는 화연을 보는 것이 그랬다.
화연이 무언가에 골몰하는 것을 가만히 볼 때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아마 화연의 얼굴을 일억 년간 보고 있으라고 해도 자신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딱 억만 년만 더 보고 싶다고 생각하겠지. 시간을 멈춘 뒤에 또 그렇게 할 수 있겠으나 그랬다간 화연이 재잘거리는 것을 보지 못하니 퍽 슬픈 일이었다.)
좋아. 서커스를 보러 가. 연극과 서커스 중에서는 서커스가 조금 더 좋지 않겠어?색목인의 서커스인데, 수염이 난 여자가 불을 뿜는 게 있다더군.
(나도 잘 알지는 못했으나 그저 소문을 들었다. 화연과 함께 어디든 가고 싶어 알아보던 찰나에 들은 소문이니 아마 옳을 것이다. 화연의 어깨를 감싼 채로 인력거를 불렀다.
서커스를 보러 가기까진 조금 걸어야 했는데, 첫 무대를 보기 위해선 걸어가려면 시간이 몹시 촉박했기 때문이다. 제 손짓에 선 인력거를 보고는 화연을 먼저 태우고 이어서 탔다.)
명동으로 가 주시오.
花然@_____justdream
우리 둘의 이야기를 써주면 되지 않으냐곤 했지만 당신의 좋은 점이나, 당신에 대한건 나만 알고 싶어서 그러진 않을거라구 했어요.
(나의 아윈, 처음으로 내 손에 쥔 나의 운명. 제 고국에서는 운명을 운명이라고 하는 조선과 달리 명운, 그러니까 제 남편의 이름 그대로를 운명이라고 부르기에 당신을 가짐은 운명을 가짐과 같았다.
처음 갖게된 나만의 운명(命运)이니 당신과의 연애담, 일상 그 어느것 하나도 다른 이들과 공유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만이 당신을 누릴 수 있었고 당신은 자신의 것이었다.
당신의 사랑도 역시나. 이렇게 귀한 것을 어찌 타인과 나눌수 있겠는가. 그리고 일화를 나누어도 갖지 못하니 애가 탈 바에야. 알지도 못하게 두는게 낫다.)
당신두 참 그런 거짓말을 어디서 들은거에요. ... 빨리 타지 않구 뭐해요 아윈.
(말은 이렇게 하면서 기대가 되는지 평소처럼 에스코트를 기다리지도 않고 먼저 다람쥐가 나무를 타듯 쪼르르 인력거에 올라타고 당신을 보며 재촉했다.
서커스를 본게 언제적인지 기억도 가물할정도로 오래 됐기에 한껏 들떴다. 제 고향에서도 가끔 서커스 유랑단이 오면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색목인의 서커스는 또 처음인지라 잔뜩 기대가 됐다.)
命運@_20191001
그렇게 급하게 가도 서커스 시간은 정해져 있어, 연이.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 말구. 늦으면 다음 시간도 있어. 다음 서커스는 세 시에 시작하네.
(웃으며 인력거에 올랐다. 경성의 거리가 나부껴 스쳤다. 새 시장이 있는 청계천을 넘어 뛰기 시작하는 인력거를 피하는 인간들이 보였다. 그들을 전부 구경하기엔 귀찮았던 터라 화연에게 여러 이야기를 해 주었다. 폭풍이 불어 배가 뒤집히고 사람들이 빠지면 그 해의 갈치는 풍년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유가 무언줄 알아? 갈치들이 인간의 살점을 먹어 통통하고 커다랗게 커서 그렇다는 거야. 일전에 누군가 말했는데, 유독 퉁퉁한 갈치를 선물로 받아 구워 먹었는데 글쎄, 그 안에 사람의 손가락과 반지가 나왔다더군. 그이는 그 뒤로 갈치를 먹지 않는대.
(어디선가 들은 얘기를 떠들며 웃을 때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인력거가 휘청였다. 앞을 보자 인력거에 다친 여인이 하나 보였다. 여인은 몹시 초라한 행색을 하고 있었으며, 등에는 아이를 업고 있었다.
부딪힌 게 아프지도 않은 것인지 여인이 우리를 보고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짓다가 무릎을 꿇고 애걸을 시작했다. 남편은 징집이 되어 죽었고, 큰 애와 둘째 애도 죽어 남은 것은 이 갓난 아이뿐이니 잘 사는 나리들께서 제발 온정을 베풀어 달라는 논지였다.
인력거를 몰던 남자가 욕설을 했고, 그 모습에 혀를 찼다. 화연이 준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열한 시 반. 서커스까지는 삼십 분 남짓이 남았다. 이내 지갑에서 백 원 지폐를 꺼내 여인에게 건넸다.
화연의 박래품점에서 일하는 여급의 봉급이 오 원이니 꼭 이십 개월을 일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었으며, 화연과 함께 사는 건물이 천 원이니 아주 적지는 않은 돈이었다.
인력거꾼이 눈을 번들거리며 그 돈을 보는 게 보였으나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읍을 하는 여인에게 손짓을 하고는 인력거꾼에게 일본어로 말했다. 어서 가. 서커스에 늦으면 경을 칠 테다.)
늦지 않을 거야, 화연이.
花然@_____justdream
(당신이 해준 이야기 중에 갈치 속에서 손가락과 반지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경악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차마 뭐라 이야기를 해야할지 몰라 마땅히 해야할 말을 찾고있었는데 갑자기 인력거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휘청거렸다.
그때에도 자신의 몸이 앞으로 쏠려 다치기라도 할까 제 남편은 저를 먼저 끌어안았는데, 이윽고 딱한 사정을 이야기하며 온정을 베풀어달라며 구걸하는 여인이었다. 여인이 말하는 바는 결국 무엇이라도 돈을 나누어 달라는 것이었는데 이에 제 남편은 지폐를 건네고는 여인을 비켜나게 했다.
물가나 세상사에 밝지않은 저라도 제 남편이 건넨 돈이 꽤 큰 돈이란 것을 알 수는 있었다. 박래품점의 아끼는 여급인 경빈의 한달 봉급이 오원이었으며 그마저도 충분하다고 경빈은 말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 여인이 다른 이들에게 구걸하는 방식으로 삶을 유지해가는 것에 남편이 준 돈이 되려 화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그러고는 일본어로 무어라 말하자 인력거꾼이 힘차게 다시 땅을 내딛으며 목적지에 가는 것이다.
저는 잘 모르겠지만 어서 가라고 한 정도는 알아먹었으니 아마도 시간 안에 도착하면 보상을 해주겠다고 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당신이 저를 달래듯 늦지 않을거라며 말해주는 것에 제가 너무 보고싶은 티를 내었나, 그래서 당신이 제가 늦어 실망할까 그렇게 큰 돈을 턱턱 써버린 것인가.
미츠코시 백화점에서는 전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돈의 크기에 대한 생각을 잠깐 하였다. 이내 고개를 내젓고는 꽤나 엄한 목소리로 당신에게 말을 했다.)
으응. 괜찮아요 늦는건, 당신이 다음 시간두 있다고 했구... 그보다 그렇게 큰 돈을 막 쓰면 어떡해요. 주변에서 누가 보고 강도짓이라두 하면 어쩌려구 그래요.
나는 서커스에 빨리 가는 것보다 당신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중하구 좋은 것인데... 물론 서커스도 좋지마는... 어쨌든 그렇게 돈으로 해결해버리려고 하면 어떡해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 스스로가 말하는게 영 궤변론자 같긴했다. 자신이 혼을내는 것은 당신이 큰 돈을 저 여인에게 써서 여인이 화를 당할까봐일까, 아니면 큰 돈을 써버린 것때문일까, 아니면 부족함 없는 이 사내의 경제관념이 걱정돼서일까. 어느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타이밍엔 왠지 이런 말을 함이 옳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돈을 막, 함부러 쓰면...
(쓰면? 어떻게 되는거지?)
... ! 앞으로 당신이랑 내가 타는 인력거 마다 앞에 그렇게 투신하여 구걸하는 사람들이 잔뜩 늘어나서 결국 밖에서 데이트는 못하게 될지도 몰라요.
命運@_20191001
강도짓?
(의아한 듯 물었다. 제게 강도 행위를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돈이란 말인가? 제게 그런 짓을 하여 얻는 것은 죽음밖에 없었다. 안온한 죽음이 인간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저는 퍽 자애로운 이였다. 곧바로 죽여줄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화연과 함께 할 때에 큰 돈은 아니다. 그러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만약 강도가 든다고 해도 뱀의 아가리에 뛰어드는 것이니 뱀은 포식을 한 뒤에 똬리를 틀고 소화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화연이 걱정하는 바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돈을 이렇게 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아내의 도리로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화연이 그리 말하니 더는 그렇게 하지 않아야만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마지막 말은 퍽 깜찍하여 웃기까지 했지만.)
알았어. 화연과 데이트를 하는 것이 가장 중한 것이니 그것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짓은 하면 안 되겠어. 다음부터는 조금 덜 주지. 그럼 됐지?
(사랑스러운 아내의 뺨에 입을 맞추고 얼굴을 매만져주며 그렇게 속삭였다. 인력거를 타고 명동까지는 십오 분쯤 걸렸는데, 인파가 북적거리는 것을 뚫고 온 인력거꾼의 눈은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그
의 눈에는 자신도 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번쩍이고 있었다. 여기서 돈을 주자니 화연과 한 약속을 어기게 되는 일이고, 돈을 주지 않자니 저 눈깔이 돈 남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차라리 사내인 자신을 찌르면 괜찮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몹시 졸렬한 터라 연약한 이를 먼저 공격하게 되어 있다. 인간은 대부분 이렇게 커다랗게 욕망을 드러냈다. 곧 주머니에서 오십 원을 꺼내 건넸다. 인력거 값은 따로 주었으니 저 이도 만족할 것이다.)
가지, 화연이. 이번까지만 봐 주어. 우리를 빠르게 데리고 왔잖아.
(그렇게 말하며 화연의 뺨에 애교스럽게 뺨을 붙이고 속삭인 뒤에는 걸어갔다. 팔십 전을 내고 서커스 표를 두 장 예매했다. 조금 뒤쪽이지만 보이기는 잘 보일 테다.)
먹을 걸 사서 들어갈 건가? 그럼 사 오고.
花然@_____justdream
당신이 강도짓을 당할 것도... 걱정이 되지만은, 그 여인에게 큰 돈을 건네는 것을 그 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보았으니 돈을 노리는 무뢰배들이 아이의 엄마를 강도짓이라두 하면 어쩌려구 그렇게 큰 돈을... 아이참. 정말이지요.
(당신이 위해를 당할까 걱정을 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서운해할까. 당연하게도 자신의 남편은 저를 지키고도 남고 제 남편에게 덤빈 상대를 걱정해야할 존재라 당신을 걱정한 것이 아니라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아보이는 여자를 걱정한 것이었다.
당신의 되묻는 말에 뜨끔하여 부러 말을 먼저 덧붙이고 설명을 하다가 저를 달래는 투로 말하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제 남편은 제게 말한 것은 지키곤 했으니까, 적어도 제 눈앞에서 말한 것을 어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도착한 목적지에서 돈을 바라는 인력거꾼의 시선은 누가보아도 욕망으로 점철돼 있었다. 제 남편은 오십원을 건네주고는 저에게 봐달라고 말했는데, 그게 귀여워서 어쩔 수 없지. 이번만이에요. 라는 소릴 하고 마는 것이었다.
인력거꾼과 아까의 여인 모두 돈을 받고 싶어하는 것은 같았으며 오히려 노동을 통해서 대가를 조금 더 원하는 이 쪽이 좀 더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타당할 것인데, 어째서 여인이 더 불쌍한 것일까.
아마 그 여인은 받지 못할 것은 물론이요 맞아 죽을 것 까지도 감안하여 투신하였을 터인데 인력거꾼은 노동 이상의 것을 여인도 받았으니 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은근슬쩍 바라는 것이 마치 도둑놈의 심보같아서 그런 것일까. 잠깐의 생각을 하고 있으니 표를 사서 제게 돌아온다.)
으응, 괜찮아요. 뭘 먹는 것보다 서커스에 집중하는게 더 좋아요.
命運@_20191001
(인간들이란 참으로 허무한 것이다. 인간은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았다. 영물이나 동물들과는 달랐다. 배를 채우면 만족하고, 가끔 무언가를 수집하는 짐승들과 달리 인간들은 몹시 탐욕스러웠다.
그들의 탐욕이 뱀에게 한명운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한명운은 그렇게 운명이 되었다. 시대가 되었다. 비극이라는 말로 저를 부르는 이들도 있었으나, 그 비극이 정녕 한명운의 짓이란 말인가?
제가 하는 행동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운명이 서러운 두 남녀를 투신하게 하거나, 서로를 난도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 나는 보통 두 남녀의 통속적인 비극을 먹었다. 그러나 그 외의 비극에도 모두 제가 속하여 있는가? 그럴 수도 있었고, 아닐 수도 있었다.
날 때부터 비극이었기에 진실은 알 수 없었지만, 인간들은 모두 어느 정도의 불행을 품고 살았다. 그리고 그것을 운명 탓이라고 말했다. 태어난 모든 존재에게는 불행이 존재했다. 그것을 운명의 탓으로 돌리는 건 인간뿐 없었다.
모든 존재는 그저 자신의 삶을 받아들인다. 당장 화연이 안고 있는 프리지어만 보더라도 화려하게 피어났느나 꺾여 죽었다. 하나 프리지어는 그것을 비극이라고, 운명 탓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자연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그것들을 모두 부정한다. 화연을 끌어안은 채 서커스가 시작되기 전인 천막 안으로 향했다. 표에 표식을 찍은 인간은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해진 자리에 가서 앉고, 화연의 자리에는 제 재킷을 깔아주었다.)
花然@_____justdream
(당신의 사사로운 배려에 가슴이 찡해졌다고 하면 당신은 당연한 것이라 하겠지. 물론 저도 다른 이들의 이런 배려가 당연했지만 당신만은 달랐다. 당신이 해주는 것이기에 특별했고 당신이 해주는 것이기에 감동으로 와닿는 것이었다.
고마워요. 제 옆에 앉은 당신의 볼에 입을 맞추고 팔짱을 끼며 기대었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기분이었다. 이윽고 실내가 어두워지더니 북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려 관객들이 일순 조용해졌다.
코끼리를 타고 저글링을 돌리는 이를 뒤이어 곡예단이 나타나서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허공의 그네에서는 요정차림을 한 여인들이 위태위태한 그네타기 곡예를 선보였다.
그것을 보고는 당신 귀에 내가 저런 것을 배워보는 건 어때요. 한푸를 입고 저렇게 허공에서 그네를 타면 선녀같아 보일텐데. 이런 말을 속삭이는 것이었다. 곡예를 하는 곡예사들은 꼭 셰익스피어의 희극에 나올 것 같은 요정같다고 생각했다.)
命運@_20191001
그렇게 바라지는 않는데. 화연이가 하는 걸 나만 볼 수 있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마는, 저리 배우려면 선생이라도 하나 붙여야 할 텐데. 그렇게 달갑지 않아.
(작게 속삭이며 어깨를 끌어안고 토닥였다. 화연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고, 시킬 수 있겠지만 선녀 같은 모습을 원하진 않았다. 그것은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게 아니던가?
화연의 성격상 부인회에서라도 저것을 보여줄 텐데, 화연의 모습을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어깨를 토닥이며 서커스를 바라봤다. 그네에 발을 걸친 남자가 허공에 뛰어든 여자의 손을 잡고 한 바퀴를 돌아 여자와 함께 그네에 바로 서자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그것을 시큰둥하게 구경하며 다른 짓을 했다. 이윽고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남자가 둥근 판에 묶이고, 몹시 작은 인간들이 몰려와 그에게 칼을 던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작은 난쟁이들의 칼은 재주 좋게도 남자의 주변 판에 박혔다. 지루하다. 지루했다.)
花然@_____justdream
어머.
(제 옆의 당신이 지루해하는줄도 모르고 화연은 경탄어린 탄성을 곧장 내뱉었다. 와- 길게 발음하며 시선을 곡예에 떼지 못하다가 이윽고 당신이 말한 것이 이 사람일까 싶은 수염을 기른 여자가 큰 링에 불을 불어 붙이고는 그 링을 사자가 뛰어 통과한다. 어머나! 이번에도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사자가 꼭 고양이 같지 않아요? 신기해라. 어쩜 저렇게 사람 말을 듣게 훈련시킨걸까요. 사람두 아닌데... 하긴... 나라면 무서워서 불이 붙은 링을 통과해본다는 생각을 못해볼테니까 사람이 아니라 가능한걸까요? 기특해라.
(물론 잔인하게도 사자가 인간의 말을 듣고싶어 듣는것이 아니라 먹이를 가지고 훈련받고 채찍질 받아가면서 잔인하고도 혹독하게 키워진 끝에아 도달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면까지는 굳이 알고싶지 않으니 알려한 적도 없었다.
기특해라. 머리라도 쓰다듬어주고싶어요. 이런 이야기를 속삭이다 시선을 돌려 당신을 바라보는데 마침 저를 보고있던 당신과 눈이 마주쳐버려 시선을 돌렸다가 귀에 다시금 속삭였다.)
재미없죠. 우리 나갈까요?
(어디선가 들었는데 요즘은 이런 작업 멘트가 유행이라더라. 물론 재미없냐고 물어본 것 치고 자신은 너무나도 재밌게 즐겨버렸지만 이럴땐 조금 뻔뻔하게 나가도 괜찮으리라.)
命運@_20191001
(곡예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비싼 값을 주고 오는 서커스답게 많은 볼거리가 제공되었는데, 그 모든 것이 지루했다. 자고로 인간의 행위라는 것은 그 무엇이든 커다란 감흥이 없었다. 그들이 하는 행위는 다만 언젠가 뱀이 본 적이 있는 것들의 연속이었다.
이보다 더 이전, 인간들이 고대라고 이름을 지어 부르는 때에도 사자를 훈련시키고 늑대를 길들이곤 했다. 인간은 그렇게 자신의 영웅심과 호기를 과시했다. 헤라클레스는 흉폭한 사자를 때려 죽여 그 거죽을 뒤집어쓰고 다녔으며, 중국의 황제들은 곰과 호랑이를 사냥해 그것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위한 피풍의를 만들어주곤 했다.
그런 것들의 연속이니 무어 재미있는 것이 있을까. 인간의 재주라는 것은 영물이 부리는 재롱보다 못하니, 이것은 그저 화연을 즐겁게 하는 것이 목표인 관람인 셈이다.
하나 화연이 속닥거리는 말에는 눈을 둥글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몹시 의아한 듯 화연을 살폈다. 화연은 무척 즐겁게 곡예를 관람하고 있었다. 곧 화연이 하는 말이 요즘 저잣거리 사내들이 여인에게 연애를 걸 때에 쓰는 말이라는 것을 이해했는데, 체통도 모른 채 크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제법 유쾌했다. 이 웃음은 곡예를 보는 사람들의 환호에 묻혀 사라졌으니 그것 또한 기꺼웠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지. 화연이와 대화를 하는 게 더 즐거워.
花然@_____justdream
(그렇게 즐겁다는 듯이 웃다니! 제가 한 말이 당신을 웃기는데에는 성공했나보다. 조금 더 느끼하게 말을 했어야했나? 막부인이 뭐라고 했었지? 아, 전혀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뻔뻔하게 밀고 나가기로 했다.)
나가서 우리끼리 대화해요. 당신을 조금 더 알고 싶거든요.
(제법 능글맞게 멘트를 친 것 같다고 뿌듯해하며 제 자리에 깔린 옷을 털어서 안아들었다. 서늘하고 차가운 향이 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미 망해버린 수작질. 조금 더 뻔뻔하게 나가보자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 가서 만두라도 같이 빚으면서 이야기할래요?
(아 이게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알 수 없이 망한 것 같은 작업용으로도 못 쓸 말들이 나온다. 그야 그도 그럴것이 자신은 당신에겐 첫눈에 반하여 당신만 쫓아다녔고 다른 이들이 작업을 걸때면 심드렁하게 싫다고 거절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삶이었으니까.
대답하지 않아도 제가 말하는 것이 어색하여 어느 누구도 안넘어갈 것임은 저 스스로가 알았다. 그렇기에 부끄러워져 귀며 목덜미며 얼굴이 새빨간 토마토가 되어버려서 당신 손도 잡지 않고 성큼성큼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아. 너무 부끄럽잖아. 괜히 안하던 소릴 한거같아! 라고 속으로는 소리를 쩌렁쩌렁 지르고 있었다.)
命運@_20191001
(이게 지금 무얼 하는 거지? 잠깐 의문스레 화연을 바라봤다. 사내들 수작질을 흉내내는 것은 알겠는데, 이제는 만두까지 빚자고 한다. 세상에서 사내가 제 집에 가서 만두를 빚자고 하면 작금의 여인들은 저것이 나를 시종으로 보누나, 하고 뺨아리를 때릴 것이다.
특히 잘 배운 여성들이라면 더욱이. 그러나 화연이 하는 행동이 귀엽고 우스웠기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제법 새치름하게 말하는 것이다.)
만두를 빚을 재료는 알고 계시나요? 저는 만두를 빚을 줄 모르는데, 이리 낯선 자의 집에 가 만두까지 빚으면 내 신세가 너무 처량한데.
(과장되게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웃고는 제 재킷을 걸친 뒤 자리에서 나왔다. 샛붉어진 얼굴을 한 화연도 귀여웠고, 이런 장난질을 친 뒤에 부끄러워하는 화연의 모습을 보기도 좋았다. 바깥으로 나와 조금 떨어진 채 입에 담배를 물었다.)
담배 한 대만 피우고, 마작 패를 사서 가지. 근방에 좋은 박래품점이 있는데, 그곳에서 마작 패를 많이 판다더군. 마작 패와 포커를 하는 카드 같은 것들. 타로를 알고 있나, 화연이? 점술 같은 것인데, 카드를 뽑아 점패를 가르는 거야. 그것을 할 수 있는 카드도 있다고 하니 한 번 구경을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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