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저녁식사 그리고 목욕
命運@_20191001
…일어나야지. 화연이. 만두가 다 쪄졌는데.
花然@_____justdream
으응... 나 안자구 있어요...
(잠에 취해서 당신이 제 곁에서 떠나있었는지도 몰랐으면서 당신이 부드럽게 저를 깨워 부르자 잠들지 않은척 그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 것 뿐이라는 듯이 눈을 느리게 떴다. 물론 이는 의도한 바도 있었지만 수마가 아직 저를 놓아주지 않아서 몽롱한 탓도 있었다.
겨우 당신에게 손을 뻗어 안겨서 상체를 일으키고도 살짝 어지러워 가슴팍에 이마를 기대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시간이 한 시진이나 흐른줄도 모르고 잤으나 밖이 꽤 어두워져서 그제야 제가 잠깐 존 것이 아니라 잠에 들었구나를 깨달았다.
볼에 입을 맞추고는 눈을 느리게 몇번 깜빡이며 정신을 차리고자 했다. 잠시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살짝 내젓고는 당신을 쳐다봤다. 꿈에서 안 깼다고 해도 믿을만큼 잘생긴 이 사내가 제 것이라니, 만족감에 웃음이 배시시 나왔다. 제가 모은 아름다운 것 중 가장 최고되는 것이 당신이리라.
안그래도 하얗게 흰 당신의 얼굴에서 꼭 핏기가 가신 것과 같이 느껴졌다. 어딘가 두려워하는 것만 같은 표정이 의아함을 자아냈다. 제가 할 수 있는 상상이라고는 빈약하여 당신이 저를 앞에 두고 제 죽음을 잠시 느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만두를 사용인들이 잘못 삶았다던가 식었다던가, 아니면 아끼는 다구가 갑자기 깨졌다거나 그런 일이 생긴건가 밖에 떠올리지 못했다. 손을 뻗어서 당신의 뺨을 부드럽게 손으로 어루만지며 웃었다.)
표정이 왜 그래요. 꼭 무슨 일이라두 일어난 것처럼. 혹시 청자 다구가 깨지기라도 했어요? 으음, 다구는 원래 소모품이니까 깨진 건 아깝지만 언젠간 일어날 법한 일이기도 하니까 내가 실망할까봐 그렇게 걱정 안해두 되는데.
(이게 아닌가? 당신의 표정은 그런 일로는 지을 것 같지 않은 표정 같아보였다. 그렇기에 저도 조금은 사뭇 진지해졌다. 당신에게 그런 표정을 짓게한 이가 누구인가, 저를 보면 사랑스럽다는 듯이 웃던 당신이 이런 표정이라니.)
命運@_20191001
안 자고 있었어? 거짓말. 코를 골고 침까지 흘리면서 잤으면서.
(과장된 말을 하며 화연의 머리를 쓸어줬다. 막 잠에서 깬 아내는 죽음과는 정 반대에 있는 존재 같았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아내의 몸에서는 온도가 느껴졌고, 차갑고 무기질적인 거죽을 입은 자신과는 다른 온도였다.
그럼에도 두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이 아득한 두려움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그것은 사랑이다. 결국 사랑만이 우리를 구슬프게 만들리라. 나는 화연을 사랑했기에 화연의 죽음에서 공포를 느꼈다.
화연이 죽은 뒤의 나를 생각하면 아득한 두려움이 몰려오는 것이다. 그것은 뱀이 처음으로 가진 공포심이었다. 어찌나 두렵던지, 팔다리가 벌벌 떨릴 지경이었다. 고개를 숙여 화연에게 입을 맞추고, 제 뺨을 쓰다듬는 화연에게 다시 입을 맞췄다.)
다구는 무사해. 잠깐 졸다가 악몽을 꿨거든. 그 악몽이 현실이 될까 봐 두려웠지 무어야.
(어쩌면 악몽은 지금 제가 화연과 함께 있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이 달콤한 악몽에서 깨어나 눈을 뜨면, 거무죽죽한 나의 요람일지도 모른다. 그 요람에서 나는 눈을 끔뻑인다.
꿈속에서 만난 선녀를 그리워하다 늙어 죽은 어느 나무꾼처럼, 꿈속의 인간을 사랑해 결국에는 죽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 이 순간이 달콤한 악몽이라면, 절대로 깨지 않기를. 화연을 안아들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내 악몽은 화연이를 봐서 깨졌으니 이만 만두나 먹으러 갈까요, 부인? 완탕을 준비했어. 못난 만두들로 만들라고 했으니, 아마 내 만두는 다 완탕에 들어가겠군.
花然@_____justdream
거짓말...!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침을 흘리고 잠에 들었을까봐 황급하게 입가에 손을 대었다. 당신의 말과는 다르게 흐른 침이라고는 없었다. 당신이 이렇게 제 머리를 쓸어 쓰다듬을때면 애완동물이라도 된 느낌이었는데 그것이 꽤 기분 좋았다.
당신같은 이라면 애완동물이 되더라도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러면 나 말고 다른 이를 만나는 꼴을 봐야할 수도 있으니 그건 안될 일이라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당신이 이를 들었다면 꽤나 재밌다는듯이 웃을까.
저는 당신이 잠든 것을 본적이 없었기에 악몽을 꿨다는 말이 신기하였다. 항상 제가 잠들기 전에 잠드는 법이 없었으며 일어나기 전에 깨어있었기에.)
무슨 꿈을 꾸었길래 그래요. 하지만 모두 꿈에 지나지 않을텐데. 게다가 꿈은 반대라는 말도 있잖아요. 안그래요? 내가 악몽을 꾸는 날이면 당신이 항상 최악이었을 꿈보다 더욱 나를 행복하게 해줬잖아요.
(당신에게 안겨서 볼과 입술에 잘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연하늘색 슬립과 실크로 된 로브를 가리키며 저걸로 입는게 시원해보이고 더 나을것 같은데, 입혀줘요. 라며 애교스럽게 말을 했다.
당신은 저를 이다지도 사랑해서 저를 꾸미고 가꿔주는 것을, 입히고 먹여주는 것을 즐겨했다. 그러니 이런 응석은 오히려 당신을 기쁘게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였다.
아직 팔다리에 힘이 다 돌지 않아서 식탁까지 가는것이 귀찮았지만 당신이라면 사용인들 보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안아들고 딱 맞게 조리된 음식이 놓인 식탁까지 안아들고 저를 데려가겠지. 제 응석은 당신을 모두 기쁘게 하기 위함이고 즐겁게 하기 위함이었다.)
어머, 내가 완탕 이야기를 했었나요? 잠들 쯔음에 완탕을 해먹어도 맛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혹시 내가 자면서 잠꼬대라도 한건 아니죠?
(당신의 말에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이는 내 생각을 훤히 꿰고있을까.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말할때면 깜짝 놀라곤 하였다. 정말 생각이라도 읽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을 읽으면 또 어떠한가.
제 머릿 속에서는 당신에게 입맞추고 살을 맞대고 함께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대다수일 것을. 그리고 이어진 말에 장난스럽게 푸스스 웃으며 말을 했다.)
결국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완탕에는 당신이 만든 만두들이 가득 들어서 내 배를 채우겠네요.
(그리고 말이 마치기 무섭게 배에서는 요란한 꼬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와하하, 하고 웃어버렸다.)
命運@_20191001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 그저 내가 울었던 것 같은데, 왜 울었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러나 화연이 얼굴을 보니 꿈에서 깨어난 것 같군.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묻어두기로 한다. 말해봐야 좋을 것도 없었으며, 그걸 말한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것은 뱀의 특징이었는데, 저는 달라지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해 봐야 근심어린 영물 하나에서 근심어린 영물 하나와 인간 하나로 그 수만 늘어나지 않겠는가? 화연의 입맞춤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화연이 얼굴만 봐도 기쁘고 행복하지.
(몸을 일으켜 화연이 가리킨 슬립과 로브를 가지고 왔다. 자, 만세를 하세요, 아가씨. 그런 짓궂은 말과 함께 슬립을 입히고 머리카락을 정돈해주니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진정, 자신의 아내는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가끔은 그것에 취해 정신을 잃고 품에 안기고만 싶었는데, 그런 어리광은 대부분 아내의 몫이었다. 게다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보다는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이 성미에 맞았다.
화연을 품에 안고 어화둥둥 달래주고 입을 맞춰주며 그녀가 품에 안겨 매달리고 입을 맞추는 것에 더욱이 기쁨을 느꼈는데, 그런 것을 위해서라면 응석을 받아주는 것이 좋았다.
어쩌면 화연이 또래의 인간보다 유달리 응석꾸러기인 이유는 자신이 응석을 받아주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나 응석을 받아주는 것이 귀엽지 않은가.
게다가 뱀의 입장에서 볼 때에 아내는 한참이나 어린 개체였으므로 자신이 응석을 받아주는 것이 마땅했으며, 아내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은 모든 어린 개체의 권리이기도 하였다. 로브까지 입힌 뒤에는 품에 안아 번쩍 든 채로 방을 나섰다.)
내 못생긴 만두가 쪄져서 그 끔찍한 몰골로 식탁에 오르는 것은 원하지 않았어. 그래서 고민을 했는데, 화연이 깨어나면 속이 비고 국물도 필요할 테니 뜨끈한 완탕을 준비하라고 했지. 내일 아침엔 남은 완탕에 국수를 조금 넣고 지엔빙을 함께 먹을 생각이야. 괜찮지?
(웃으며 화연을 식탁으로 데리고 왔다. 막 쪄낸 만두와 완탕이 준비되어 있는 식탁에 화연을 먼저 앉혔다.)
花然@_____justdream
괜찮지 않을리가 있나요. 하지만 그렇게 먹다간 금세 살이 붙어버릴지도 몰라요. 집에서 당신이랑 식사를 하면 과식을 해버리고 마니까... 진짜 최근에는 옷이 안맞을까봐 걱정이 된다니까요.
(물론 체질도 그러하고 입이 짧아 당신이 한 입 더 먹으라며 먹여주는 것이 아니면 먹지도 않았으니 살이 쉬이 붙을리는 없었지만 앞으로 며칠간은 바깥 왕래를 줄이고 당신과 붙어있을 예정이니 또 모른다.
자신의 남편은 제 입에 무언가를 넣어주는 것을 즐겨했는데 그것을 받아먹고 있는것이 처음에는 그다지도 어색하더니 지금은 꽤 익숙해졌다. 제 오라비와 아비가 보면 놀랄 일이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게 집의 과보호가 심해서 고국에 있을때면 더욱 독립적으로 살고 싶어하고 행동했으니 어리광이라곤 부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입맛이 없는 사람처럼 굴던 것도 당신과 살면서는 꽤 입맛을 찾았는데 이곳이 타국인 영향도 적잖이 있었다.
매일 먹던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니 그리운 것이었는데, 제 남편은 그럴때면 귀신같이 요리사를 닦달한 것인지 아니면 요리사를 갈아치운 것인지 제 입맛에 맞게 요리를 내오게 하는 것이었다.
요리사를 다그친 것이라면 제 집에서 일하는 요리사는 이젠 조선의 요리보다 중국의 요리를 더 잘하게 됐을테다.)
그래도 그 토끼모양 만두는 꽤나 귀여웠는데요.
(자리에 앉아 다시한번 와하하, 웃었다. 완탕은 원래도 끓이며 제 몰골을 하지 못하는 만두가 더 많지만 오늘의 완탕은 유난히도 터지고 엉망인 것이 꽤 됐다. 아무래도 만두 빚는 재주는 없는 당신의 만두가 다 들어간 모양이지.
그에 반해 쪄진 것들은 제법 모양새가 그럴싸했는데, 찍어먹기 좋도록 종지에 간장과 절인 생강을 썰어넣은 양념이 식탁에는 함께해서 입맛을 돋웠다. 게다가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도 있듯이 체력을 다 써버리고 아무것도 하지않고 두시간을 기절한듯 끔뻑 잠들었으니까 눈 앞의 음식들이 더욱 맛있게만 보였다.
완탕에 넣어먹기 좋게 양념병에 담긴 라유를 내오게 하고 기호에 맞게 부어 국물을 빨갛게 만들었다. 매운것을 잘 먹지 못하지만 산초가 가미된 라유를 넣지 않으면 어쩐지 서운하니까 결국 양념을 조금씩 추가하다보면 많이 넣어서 매워 물을 연거푸 마시며 호호 불어가며 먹게 됐다.)
命運@_20191001
내 만두가 그리 못생겼던가? 나는 만두를 제법 잘 빚었다고 생각했는데.
(뻔뻔스럽게 말했으나 완탕 속 만두가 정답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생강을 올려 만두 하나를 올려 먹었다. 돼지고기와 부추, 새우 같은 것들이 모여 씹는 맛이 꽤 있는 맛이었는데, 별 호오는 없었다.
다만 화연이 맛있게 먹으니 그것을 기분 좋게 바라봤는데, 매운 것을 잘 먹지도 못하면서 언제나 저런 향신료를 좋아하여 마구 뿌려 먹으니 화연이 살이 찌지 않는 이유는 저리 자극적인 것을 먹어 위가 열심히 운동을 하는 탓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천천히 먹어, 화연이. 그렇게 말하며 부지런히 화연의 컵에 물을 따라주고 제 몫으로는 사케를 하나 가지고 오라고 말했다. 중국의 음식이니 중국의 술과 함께 마시면 좋겠지만 저는 중국 술에 그리 익숙하지 못했으며, 맛이 있는 술을 고르는 법도 몰랐다.
그리고 중국보단 일본에 더 익숙한 것은 집사 또한 매한가지인지라 집안에는 결국 일본의 술만 넘쳐나게 되는 것이다. 화연에게는 술을 먹이지 않아야겠노라 다짐을 하며 홀짝홀짝 술을 마셨다.
손은 계속하여 화연의 물을 따라주고, 화연이 너무 매워하면 물에 넣을 얼음을 가지고 오게 했다.)
미국에서 콜라라는 것이 들어왔다는데, 그것을 마시면 복통이나 두통 같은 게 낫는다는 모양이야. 콜라를 몇 박스 시켜야겠어. 화연이 부인회에도 가지고 가게, 응. 내 아부라도 해야지.
花然@_____justdream
어머 신기해라. 부인회에 가지고 가면 아마 다들 호들갑을 떨면서 좋아하겠죠. 그런데 정말 신기하네요. 아편두 아닌데 복통이나 두통이 낫는게 가능한 일이에요?
(입맛이 도는 탓에 으깨진 만두들을 후후 불어 식혀가면서 입에 넣었다가 차가운 물을 연신 들이키다가 자스민 차를 가져오라 이르곤 매운기를 달래고자 했다.
완탕의 만두는 국물을 육즙과 함께 머금고 있다가 입 안에서 터져 뜨거운 육즙 국물이 입안에 가득 새 나오는 것이 별미였는데, 이미 터져버린 만두의 육즙이 국물에 풀어져 뜰때마다 그 향이 나는 것도 괜찮았다.)
이런 완탕을 가게에서 내놓으면 분명 한 달도 채 가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게 될거에요. 모양도 맛만큼 중요하게 여기니까요 다들.
(뻔뻔스러운 제 남편은 엉망이 된 완탕을 보고도 잘 빚었다고 하니 그 모습에 웃음을 안지을래야 안지을 수가 없었다. 사케를 가져오는 것에 문득 제 집에는 일본주만 가득한 것이 떠올랐는데 표부인에게 부탁하여 그 남편에게 이과두주며, 수정방이며, 고량주를 들여다 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술을 물처럼 마시는 뭇 사내들과 같을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본의 술은 향취가 고국의 것과 달라서 영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 쓴 맛에 민감했는데, 중국 음식과는 중국 술이 더 잘 어울리니까.
술을 즐기는 당신에게도 소개를 해주면 좋아할지도 모른다. 다회에 가면 차가 아니라 술을 내오라 할까, 그러면 다회가 아니라 주회가 되버리려나 그런 생각들을 했다.)
命運@_20191001
내 만두는 화연이만 먹을 수 있는데. 다른 사람한테 대접하는 것은 싫어. 터지고 뜯긴 만두라도 내 만두는 화연이랑 나만 먹을 수 있어.
(웃으며 실없는 소리를 했다. 물론 이 말은 반쯤은 거짓이었다. 애초에 사용인을 두고 사는 집이니 식사를 끝내고 남은 몫은 주방 아이들 몫으로 돌아갔다.
물론 내일 국수를 삶아 함께 내어오라 했으니 당장 솥 가득 끓였을 완탕이 다 그들의 뱃속으로 들어갈 일은 없겠지만 오늘 먹고 남은 것들은 주방 아이들이 먹을 테니 제 만두는 그 사용인들의 입으로도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쪽으로 보면 이 집의 주방 하녀들은 꽤 행운인 셈이었다. 이 집의 주인 내외는 온갖 진미를 먹었으나 둘 다 입이 긴 편이 아니었다. 남편은 제 몫을 두고 아내에게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 했고, 아내는 한두 입을 더 먹은 뒤에 이제 괜찮다고 애교를 부렸으니 차린 음식에 비해 먹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그런 말은 하지도 않은 채 화연이 먹는 것에 맞추어 만두를 먹고 사케를 마셨다. 씁쓸한 알코올 맛이 나는 것이 퍽 만족스러웠는데, 만두의 느끼함을 잡아주니 더욱 좋았다.
데운 정종도 좋았지만 사용인들은 인간이었으며, 이 집의 주인도 인간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었다. 인간이 의심할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닌 게 아니라, 한 이 년쯤 전에는 여름에도 데운 사케를 마셨다가 주인어른이 혹시 요괴 아닐까, 하고 추측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요괴인가? 하고 끼어들어 웃겨주었지만, 그때서야 이런 것조차 신경을 써야 인간과 비슷해지누나, 하도 생각을 했더란다. 식사를 마친 뒤엔 냅킨으로 입을 닦고 집사에게 손을 흔들었다.)
셔벗을 준비했으니 입가심이나 하지. 레몬 셔벗인데, 맛있다고 추천을 하더군. 내일은 화연이 깨기 전에 화연이 가게에 가서 잠깐 물건들을 살펴볼 생각이야. 경빈이 그러는데, 요즘 물건이 하나씩 사라진다고 하더군. 그리 말했으니 경빈은 아닐 테고, 혹시 내가 가지고 간 것을 메모하지 않은 것인가, 하여.
(아내에게 내일을 보고하는 것은 몹시 익숙하고 당연한 일이었다. 깨어나 제가 없다고 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끔찍하다.)
花然@_____justdream
뭐예요. 그런 말 한다구 좋아할줄 알구...
(당신의 실없는 소리에 어쩐지 찡해져서는 애교스럽게 당신을 툭 밀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당신이 빚은 것은 저와 당신밖에 못 먹는다는 말은 꽤나 감동적이었다. 세상의 어느 여인이 제 사내가 타인에게도 저와 같이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말뿐이래도 제가 특별하다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응당 연인이고, 부부라면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먹다보니 아무리 생강이며 라유를 부어 먹어도 질리어 이제 그만 음식을 물릴 차에 당신의 말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올 여름도 잔인하게 더울 모양인지 저녁에도 더운 바람이 부는 듯 하였고 따뜻한 요리와 차를 먹은 탓에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렇기에 셔벗 이야기에 표정이 밝아진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신이 제가 좋아하는 것만을 내오는 것인데 그 탓에 매번 표정에 나타나 식탐이 많은 것으로 보일까, 걱정하였다. 물론 당신은 제가 먹는 것을 보는걸 좋아했지만 이 시대에는 여인이 식탐이 있는 것을 싫어하는 남자들이 많았으니까.
뭇 사내들과는 다르다지만 자신은 혹여라도 당신이 싫어할만한 것은 단 하나도 하고싶지 않았다. 셔벗 이야기를 듣고 이 짧은 새에 화색이 돌았다가 끄응하는 소리를 내며 시름에 빠졌다. 그러다가 당신 이야기에 응? 하는 소리를 하며 고개를 들었다.)
물건이 사라졌다고 하던가요?
(저는 그리 성실한 사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물건이 실제로 사라졌어도 몰랐을 것이다. 게다가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가게가 아니니 물건이 사라지는 일이 잦지도 않은데다가 항상 여급인 경빈이 철두철미하게 응대를 하니, 관심을 굳이 둘 필요도 없었다.)
아, 그러고보니까 당신이 아니라 정말로 뭔가 없어졌을 수도 있겠어요. 근처 포목점의 청년이 자꾸 귀한 옷감들이 사라진다고 양장점 아주머니랑 이야기했다고 그랬는데-...
그런 이야기를 경빈이랑 이야기 하면서 뭔가 수상하다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탐정처럼 사건을 파헤쳐보자고 했다가 경빈이 그러다가 정말 괴한이 얽혀있어서 큰 일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냐고 말렸거든요.
命運@_20191001
그런 위험한 짓을 하려고 했어? 화연이, 내가 아무리 화를 내지 않으려 해도 이것은 화가 나는데. 응? 어찌 그리 무모한 짓을 하려 했어. 경빈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나는 괴한에게 인질로 잡힌 아내를 위해 집을 팔고 아내만 돌려달라 애걸을 하고 있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물론 뱀들이 냄새를 맡고 제게 먼저 보고했을 테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서두 화연은 가끔 무모한 구석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아무것도 모르는 부잣집 아가씨의 현실감각 없는 행위라고 표하곤 하였다.
딱히 그것이 밉거나 한심한 것은 아니었다. 부잣집 아가씨가 세간 살림에 눈이 밝아 무엇을 할까? 화연은 그저 제 품에서 수집품을 모으면 되는 것이다. 경빈에게는 칭찬을 하고, 월급을 올려야겠군. 고맙게 생각하면 대가를 주는 것이 합당한 일이었다.
경빈은 워낙 철두철미하고 냉정하고 셈에도 밝아 봉급을 조금 올려준다 하더라도 화연은 별다른 관심이 없을 것이다. 기실 봉급을 올린다 하더라도 화연이 모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집안의 가계를 책임지는 것은 자신이었으며, 화연의 몫은 예쁜 박래품이 있으면 그걸 모아 수집하는 것이었다. 콜라나 셔벗도 그런 종류였고, 만두를 빚는 것도 그 종류 중 하나였다.
집사는 직접 셔벗을 가지고 왔는데, 레몬 셔벗 위에는 레몬 껍질이 얇게 올라가고 그 위에는 금박이 장식되어 있었다. 가히 사치품 중 사치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무겁고 기름진 것을 먹었으니 새콤한 것으로 기름기를 내려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나저나 경빈이 그리 걱정을 하고, 양장점 주인이나 포목점 주인이 그리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좀도둑이 있는 것이 확실한 모양이다. 집이 거리에 있으니 밤중에 조금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도 바깥에서 신문팔이가 다니누나, 하고 지나쳤는데 혹시 좀도둑이 드나든 것일 수도 있지. 셔벗을 떠 입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
이건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화연인 정 궁금하거든 내가 보는 것 옆에 있어. 어차피 집에만 있으라고 해두 요 며칠은 집에만 있어야 한다구 심심해서 나올 테지?
花然@_____justdream
하지만 운이 좋은 편이니까 정말로 사건의 실마리를 붙잡아 해결했을지도 모르는데두요. 경성의 명탐정이 되는거죠! 게다가 ...
(곰곰히 생각해보니 괴한이 칼을 들고 저를 위협하면 그때는 정말 꼼짝없이 당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빈이 있는만큼 무모한 짓까지는 하지 않았을테지만, 운이 워낙 좋은 편이라 운에 기대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잠시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다가 결국 미안해요. 라고 말을 꺼냈다. 당신이 저 때문에 누군가에게 애걸을 하거나 슬퍼하는 모습은 죽어도 보기 싫었으니,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당신이 자신의 행동때문에 그런 아쉬운 소릴 해야하는 것이 싫었다.
언젠가 찾아올 필연적인 죽음탓에 당신은 못내 슬퍼하게 될텐데 그 날을 생각하면 영원히 시간을 멈추어 박제를 하고 싶건만 제 손으로 굳이 죽음을 당길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아쉽긴 했기때문에 힝.하는 소리를 내었는데, 이내 당신이 함께 해준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웃음을 숨기지도 못하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말이지요? 아이참... 내가 언제 그랬다구.
(물론 몰래 나간다거나 그런 행동은 하지 않겠지만 심심하다며 가게를 보러 나갔다가 저도 모르게 바깥으로 나가다가 시내로 나가게 될 지는 모르는 일이다. 당신 말에 내심 들킨 것 같아 찔리어 큼큼, 헛기침을 하고는 셔벗을 입에 넣었다. 입 안에 퍼지는 새콤달콤한 셔벗이 혀를 달래주는 듯 했다. 맛있어.)
命運@_20191001
그 운에 운명을 맡기겠다고 지금 명운의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거야?
(조금 얼척이 없다는 듯 화연을 바라보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아내는 엉성한 구석이 있었다. 한 번도 또랑또랑한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제가 어리광을 받아주고, 어여뻐라 생각하니 화연이 제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어리광을 부리는 건 제 품 하나로 만족해야만 한다. 특히나 화연이 인질로 잡히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으므로, 셔벗을 다 먹은 뒤로도 잔소리를 했다.
주로 내일 박래품점에 가서도 내 옆에 잘 붙어 있어라, 힝이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화연이가 그렇게 구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하는 둥의 소리였다. 결국에는 쓸모가 없는 말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뱀은 언제나 아내에게 약했다. 화연이 정말 밖에 나가고 싶어한다면 마음껏 바깥을 보여줄 것이며, 화연이 몰래 나간다면 그 뒤를 조용히 밟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 묻는다면 별 의미는 없었다.
다만, 아내가 원하는 것을 다 해주고 싶은 것이 뱀의 마음이었다. 게다가 엉뚱한 구석이 있는 아내가 홀로 나갔다가 정말 봉변을 당한다면 인간의 명운을 바꿔버릴 테고, 그걸 안 화연은 죄책감에 시달릴 테니까.)
이제 일어날까. 씻고 싶은데.
花然@_____justdream
(제 집에서는 잔소리를 하면 집을 나가버릴테다고 미운소릴하고 결국엔 제 뜻대로 해버리고 말았는데 당신 앞에서는 자꾸만 약해진다. 물론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의 약점이 되고싶지 않은 것이다.
그랬기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반쯤은 짐짓 반성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항상 당신 옆에만 붙어있었는데도, 라고 말을 덧붙였다가 잔소리가 두배로 늘어날 것임을 예상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며 대답했다.
불필요한 대꾸를 하지 않았는데도 잔소리는 한참을 이어졌는데 점점 집중력이 떨어져 갈 쯤에야 당신은 제가 듣고싶던 소릴 해줬다.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당신의 손을 잡고 잔소리를 듣고싶지 않아서 이 자리를 피하고 싶은 기색을 숨기지도 못하고 채근을 했다.)
장미 향유를 물에 풀어서 씻으면 좋겠어요. 피곤하기두 하고-…
(피곤하다는 말은 반쯤은 사실이었고 반쯤은 거짓이었다. 졸리거나 하진 않았으나 잔소리를 한참을 들은 탓에 피곤하였고 까무룩 잠에 들정도로 교접을 한탓에 피곤하였다.
하지만 피곤보다는 잔소리가 그만 듣고싶은 이유가 더 컸다. 이런 것을 당신이 알아챌까 뭔가 잘못한 강아지처럼 힐끔거리면서 당신의 표정을 살피었다.)
命運@_20191001
(꼭 강아지 같군. 심지어 죄를 지은 강아지 같다. 그것도 태어난 지 삼 개월쯤 된 새끼 강생이. 가만히 화연을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뺨을 만져줬다.)
그래. 씻으러 일어나지.
(몸을 일으켜 화연의 허리를 감싼 채 계단을 올랐다. 주인마님의 욕조를 준비하는 것은 보통 하녀들의 몫이었지만, 뱀은 아내의 모든 것을 자신이 준비하기를 원했다. 이것은 뱀이 화연과 함께 살아가는 내내 붙인 취미였다.
화연의 물건을 하나하나 정해주고, 직접 시중을 들기를 반겼는데, 나는 그것들을 무척 좋아했다.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화연을 침대에 앉히고 욕조로 갔다.
작금의 조선이라 하면 아직도 가마솥에 불을 붙여 물을 데우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었으나 상류층의 문화로 따지면 수도의 손잡이를 돌리는 것으로 뜨거운 물이 나오곤 했다.
이 건물을 사고 수도관을 뜯어고치는 것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다음으로 노력을 기울인 것은 화연이 살기에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기 위한 외관 단장이었다.
이제 날이 더우니 미지근한 물을 받고 그곳에 목욕 소금을 넣었다. 그 뒤에는 장미 향유 중에서도 색과 향기를 비교하며 양치질을 했다. 결국 고른 것은 색이 진하고 향은 풀 향기가 조금 짙은 향유였다.)
화연이, 이제 들어와도 돼. 나는 뱀의 형상으로 돌아갈까. 씻겨줄 테야?
花然@_____justdream
당신이 원한다면요.
(뱀의 형상인 남편은 제법 자신의 애완 뱀이던 해수를 떠올리게 하곤했는데 기실 뱀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없고 해수는 흰 뱀이었다. 그러니 뱀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떠올랐다고 하면 당신이 기분이 나쁘다고 할까.
욕조 근처 협탁에 옷가지를 가지런히 벗어 얹어두었다. 그러나 역시 나신을 보이는 것은 조금 민망하였다. 부부의 정을 통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부끄럽다고 하면 뭇 사람들은 우습다고 할까.
따뜻하게 온도가 맞게 설정된 욕조 안의 물은 장미 향유가 풀어져서 몸의 긴장이 풀릴것이다. 손으로 물 온도를 확인하고는 양치질을 하고나서 넥타이를 풀고 셔츠를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단추를 풀어냈다.
언제봐도 탄탄하고 이상적인 몸, 나만 음식을 먹이니 살은 안붙는다손 치지만 근육은 도대체 어떻게 유지를 하는 것인가 그런 상념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당신의 가슴부터 배까지 손 끝으로 쓸며 매만졌다.)
命運@_20191001
(웃으며 화연이 제 몸을 마음껏 매만질 수 있도록 내버려뒀다. 아내가 남편을 만지는 것이 무어 이상한 것이겠는가? 기실 화연이 정말 이상한 것을 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렇구나, 하고는 화연에게 맞춰줄 것이다.
애초에 뱀은 그런 기준이 모호했다. 확실히 말하자면, 뱀은 그런 것에 약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자세히 아는 것도 아니었으며, 인간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에도 화연이 좋으면 그것이 좋은 것이요, 싫으면 그것이 싫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옷을 탈의한 뒤에는 화연을 욕조에 앉히고 뱀의 형상으로 돌아갔다. 새카맣고 윤기가 나는 몸뚱이를 부러 몹시 작게 만들었는데, 작은 몸으로 물을 헤엄치는 것이 조금 우습게 보이기도 할까, 하고 생각했더란다.
그러나 화연이 기쁘다면 그것 또한 기쁘리라 생각하며 화연의 팔뚝에 제 꼬리를 휘어 감고는 애교를 부리듯 움직였다.)
花然@_____justdream
(인간의 형상을 하여도 귀엽다고 종종 느끼었으니 제게 맞추어 작은 몸으로 만들어도 그것이 우습다거나 하지 않았다. 당신은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당신이었고 당신은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이었으니 모습에는 중함이 없었다.
그리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꽤나 사랑스럽기도 하였다. 당신의 콧잔등에 입을 맞추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이가 내 인생에 또 없을텐데. 당신이 도망간다고 하면 어쩌지 놓아줄 수 없을것 같은데 난.
중얼거리듯 속삭이며 손으로 턱 아래를 간질였다. 물론 이 말은 진심이었고 절대 한치의 거짓도 없었다. 정말로 이런 모습까지도 사랑스러우면 어쩌란 것인지.
그리스 신화에서 프시케에게 그녀의 자매들이 네 신랑의 얼굴은 보았냐며 괴물이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자 그 신랑의 얼굴을 보고자 등불을 들어 확인했다는데 그 이야기를 근래에는 바보같은 여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사랑에 그정도 확신도 없다는 말인가.
내 님이 뱀이면 어떠하고 괴물이면, 혹은 악신이라 불리면 또 어떠한가. 그저 내 귀에 다정한 말을 속삭여주고 내 귀에 꿀을 넣어주며 나를 사랑한다 하면 되는 것을. 그저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을.)
命運@_20191001
(섬세한 손끝에 얼굴을 비비듯 움직이다 욕조를 유영하며 헤엄을 치기도 했다. 화연과 함께 있을 때면 언제든 즐거웠지만, 간혹 이리 뱀이 되어 장난질을 치는 것은 각별한 즐거움을 불러왔다.
화연이 원하는 완벽한 짝이 되지는 못할지언정 그녀가 안심할 수 있는 작은 뱀이 되어 함께할 수 있으니 그것이 기쁘기 짝이 없었다. 검은 뱀은 옛부터 불길함의 징조로 여겨졌으나 화연의 고향에서는 그러하지 않은 것인지, 아내는 자신을 단 한 번도 두려이 생각하지 않았다.
달콤하게 저를 끌어안고 뺨을 비벼댔다. 그것은 처음 저가 뱀으로 화했을 때도 똑같았는데, 화연은 놀라긴 했으나 저를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좋았기에 간혹 이리 작은 뱀이 되곤 했다.
물론 본체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화연의 반응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화연은 뱀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사랑할 것이다. 그러니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그 몸을 드러낸다면 이 건물이 부수어지고 말 것이다. 기껏 어여쁘게 가꾼 집이 망가지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아니했다.
거대한 육체는 언제나 산의 아래에 누워 있었고, 그 덩치가 남들과는 다르니 화연에게 보여주고 싶더라도 보여줄 자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리 작은 뱀으로 돌아다니는 수밖에.)
花然@_____justdream
(손으로 그 몸체를 쓸고 턱 아래를 쓸고 당신과 장난을 치는것은 제게도 특별히 즐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이 모습은 저밖에 모르는 모습일 것이 아닌가. 아, 나의 운명을 쥐어주고싶은 사랑스러운 아윈. 나의 사랑.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당신의 모습을 저만 안다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물론 아내이니 당연히 툭별한 것은 맞으나 이렇게 저만 아는 당신의 모습이 있다는 것은 더욱 더 제가 특별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서 좋았다.
욕조에 몸을 기대어 얼굴 아래까지 푹 담그고 손으로 당신과 작게 물장난을 치니 몸에 쌓인 피로가 나른하게 풀리는 것 같았다. 당신과 있는 순간은 왜 이리 매일이 달콤하여서 매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고 싶게끔 하는걸까.
누가 듣는 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누가 들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작게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다시금 고백을 하고 입을 맞췄다. 손으로는 살살 쓰다듬듯 어루만지면서 씻겨주는 시간도 좋았다.)
命運@_20191001
(한참이나 뱀의 형태로 헤엄을 치고 물뱀이라도 되는 양 놀다가 몸이 뜨겁다고 생각한 순간에 인간의 육신으로 화했다. 본디 뱀이란 것은 냉혈 동물인지라 온도가 중요했으며,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했다.
그러니 간혹 이리 미지근한 물에도 몸이 달았는데, 인간으로 화했을 적에는 답지 않게 얼굴에 홍조가 돌아 마치 살아 숨을 쉬는 인간 같았다. 커다란 욕조 반대편에 앉아 후, 소리를 내며 젖은 머리를 털고는 화연을 끌어다 제 품에 앉혔다. 온 얼굴에 쪽쪽 입을 맞추고 손을 붙잡은 채로 손등에도 입을 맞췄다.)
나도 사랑해. 아주 많이 사랑하지.
(결국에는 그런 고백을 하고 마는 것이다. 뱀이 성대가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만약 성대가 있는 개나 고양이었다면 멍멍, 혹은 야옹, 하고 화연의 말에 대꾸를 해줄 수 있을 게 아니던가? 그러나 뱀은 그러하지 못했다. 화연의 허리를 끌어안고 목덜미에 쪽쪽거리며 입을 맞췄다.)
피로가 풀렸어?
花然@_____justdream
으응. 딱 좋게요. 지금 잠들면 마치 영원히 깨지못할 꿈에 들것만 같이 엄청 나른하고 좋은걸요.
(당신에게 기대어 입맞춤을 누리었다. 목덜미의 입맞춤에는 잠깐 움찔거렸다가 간지럽다며 웃음을 지었다. 뱀인 당신의 눈빛만 보아도 그 안에서 애정을 읽을수 있었지만 이리 인간의 모습으로 사랑을 말해주는 것도 좋았다.
가장 직관적인 애정의 표현방법이니. 얼굴을 보곤 걱정스럽게 말하며 손을 들어 손끝으로 얼굴을 매만졌다.)
당신 얼굴이 붉어졌어요. 물 온도가 많이 더웠어요?
命運@_20191001
그건 안 될 일이지.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백 년간 잠이 들면 나는 화연이가 조잘거리기까지 백 년간 기다려야 하는데.
(웃으며 끌어안고 목덜미에 다시 입을 맞췄다. 백 년이란 시간, 화연을 기다리며 그 얼굴을 봐야 한다면 나는 백 년, 천 년, 만 년, 또 억 년의 시간을 기다리며 화연을 볼 테다.
하나 화연의 웃는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며, 잠이 든 화연보단 깨어나 제게 종알거리는 화연이 더 사랑스러운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화연을 끌어안고 고개를 저었다.)
뱀은 온도를 조절하지 못해. 그러니 얼굴이 붉어진 거지. 다시 식을 거야.
(기실 온도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몸이라 하여 다르지 않았다. 냉혈 동물이 인간의 거죽을 쓴 채로 화연과 살아가는지라 인간과는 다른 점이 많았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을 꼽으라면 바로 체온 조절이 되지 않아 겨울에는 추위를 많이 탄다는 것이었다.
그조차 화연의 걱정을 끼치기는 싫어 그저 모른 체 코-트만 입고 살았는데, 언젠가 화연이 감기에 걸렸을 때에 부른 의사가 감기는 전염이 된다며 화연의 곁에 있던 제 온도도 쟀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화연이. 그때 기억이 나? 화연이 열이 나서 내 의사를 불렀는데, 의사가 감기가 옮는다며 내 체온도 쟀잖아. 내 체온이 31도가 나오자 의사가 시체요? 하고 놀랐던 것.
花然@_____justdream
(그 날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 의사의 황당한 시선과 말투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듯 했다. 저는 간혹 일년중 한 두번은 심하게 앓았는데 그 해는 겨울이 그러했다.
처음에는 감기에 걸린듯하였으나 나중에는 그것이 열감기가 돼서는 기침을 한 두번을 했을까 열이 좀 나다 말 것이라는 제 말을 의심스럽게 보던 당신은 의사를 채근해서 병을 살피게 했었다.
그러면서 당신의 체온을 재야한다며 사양하던 당신을 극구 붙잡아 열을 재고는 한 첫 마디가 황당해하며 시체냐고 묻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나선 체온계가 고장났나. 이런 소릴 하더니 본인의 체온이 정상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체온계는 멀쩡하단 것을 보고 안심을 하다가 또다시 당신을 보고 이상하다며 고개를 기우뚱 거렸었다.)
그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의사가 위중한게 내가 아니라 당신이라고 후에 호들갑을 떠는걸 당신이 괜찮다고 넘어가려고 해도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가 내가 어지러워서 쓰러질것 같다고 하고 정말 침대에서 풀썩 쓰러지고서야 상황이 마무리 됐었죠.
命運@_20191001
그래. 정말 나는 그때 인간이 무섭다는 걸 알았지 뭐야. 내 체온을 잴 인간이 감히 나오다니. 화연이 말고 누가 내 온도를 잴 수 있겠어.
(미지근한 물에 있으니 그래도 몸에 온기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여름에는 아내의 더위를 삭여줄 수 있는 이 체온이 싫지 않았지만, 가느다랗고 말라 추위를 잘 타는 아내가 겨울이 되면 꽁꽁 싸매지도 않고 맵시를 챙기는 탓에 끌어안고 있기란 여간 힘이 든 것이 아니었다.
품에 안고 어르고 싶기도 했고, 제 온도를 높이고 싶기도 했고. 간혹 뜨거운 물에 몸을 한참이나 적신 뒤에야 슬립을 입은 아내의 몸을 끌어안을 수 있었다. 온도가 있었다면 조금 더 인간다웠을까? 문득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했다.
이 세상 속 인간은 수탈하는 자와 수탈당하는 자로 나뉜다. 그리고 우리로 따지면 수탈하는 자에 가까웠다. 나는 어린 것들이나 약한 것들에게 동정심도 자비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한 삶이 너희의 운명이노라, 하고 지나가곤 했다.
운명이 형상화가 되었으니 인간의 운명에 망설임이나 동정심을 느끼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악신인가? 짧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물이 더 식으면 또 화연이 감기에 걸릴 것이다. 커다란 수건을 꺼내 화연을 감싸주곤 욕실 밖으로 내보내고 욕조의 마개를 빼냈다.)
머리 내가 말려줄 테니 기다려.
花然@_____justdream
(겨울에는 그래도 솜을 틀어 만든 원피스같은 잠옷을 만들어 입는다지만 바깥에서는 간혹 제 오라비가 사냥을 하였다며 보내온 모피코트를 입는 것을 제외하고는 싸매지도 않고 다니니 당신은 제가 당신의 손길에 추워할까 항상 장갑을 끼고서나 제게 닿아주었다.
늘 괜찮다고 하여도 감기라도 걸리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고,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가 닿은 맨살에 파득거리며 깜짝 놀라 떨면 형언할 수 없는 미안한 표정을 짓는데 그것이 오히려 추위를 많이 타는 제가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겨울에도 몸에 열기가 많았다면, 추위를 타지 않았다면. 물이 식어가는 탓이 살짝 한기가 들 것 같은 찰나에 당신은 또 저를 큰 수건으로 감싸 욕실 밖으로 보낸다. 본가에서는 목욕 시중을 드는 것은 필시 하녀나 유모의 몫이었으나 당신과 같이 산 이후론 당신은 굳이 사람을 물려 이런 간단한 시중까지도 극구 직접 들어주는 것이다.
물론 당신이 저를 단장해 주는 것은 언제고 기꺼웠으며 당신의 손길이 좋았기 때문에 거절은 하지 않았다. 머리를 말려주는 것도, 당신 손가락 사이를 머리카락이 지나가고 손 끝이 머리를 쓰다듬는 듯한 조심스러움이 좋았다. 쥐면 부서질까, 불면 날아갈까 애지중지 하는 것이 좋았다.
소중하게 대해지는 감각은 몇번이나 느껴도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거울 앞에 앉아서 화장수를 얼굴에 바르곤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폈다. 늙지 않고 영생을 살 당신과 함께 살게 된 이후로 생긴 저도 모르는 습관이었다.)
命運@_20191001
(물기를 빼내곤 잠깐 샤워를 한 뒤에 나왔다. 여전히 후끈거리는 몸이었으나 장미 향유가 몸을 미끌거리게 하는 것은 영 꺼려지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화연이 선호하니 향유를 넣어 목욕을 하는 것에 거부감은 없었으나, 동시에 화연이 선호하니 무엇이든 허락하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미끌거리는 몸뚱어리는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원래도 짐승의 육체를 가진 터라 인간과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조차 화연에게 맞춰주지 못하는 것이 조금은 미안했다. 천천히 가운을 걸치고 나와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화연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장미 향기가 가득한 화연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화장수를 발랐는지 얼굴이 매끄러웠다. 일본에서 가지고 온 로션을 덜어 화연의 얼굴에 부드럽게 문질러 닦아주고,수건으로 머리를 닦아주기 시작했다. 물기를 적당히 턴 뒤에는 드라이기를 꺼내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온도가 뜨거워 몹시 조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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