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어떤 평온한 밤
花然@_____justdream
(머리를 매만지며 머리를 털어주자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이 얼굴을 스치우는 것이 간지러워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이런것 까지 해줄 필요가 없는데. 자신이 어리광쟁이가 되는 것은 어느정도 당신이 이렇게 하나하나 손수 다 돌보아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정반대로 화연은 몸이 미끌거리다가 이내 피부에 향유가 다 흡수 돼서 촉촉한 상태를 꽤 좋아했다. 손이며 살결이 부드러워 전혀 거칠지 않는 것이 상류층 특유의 특징이자 일과는 상관 없단 부의 상징이기도 하였으니 상류층 여인들이라면 모두 그런 피부를 갖고싶어했다.
하지만 화연에게 그런 상태는 아주 당연한 것이자 원래부터 그랬던 기본의 상태였는데 누가 제게 손으로 험한 일을 하라고 하며 피부가 거칠어지도록 집안의 하인이 가만 뒀겠는가. 머리를 조심스레 말리는 당신의 손길을 받으며 제 팔을 쓸어 만져봤다. 여전히 부드럽고 당신이 고른 장미향이 풍긴다. 만족스럽기 그지없었다.)
命運@_20191001
(머리를 적당히 말려주고, 중간에 장미 향유를 발랐다. 향유는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만든다. 향유를 사용하는 것이 화연을 즐겁게 한다면 응당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온몸에 장미향이 나는군. 내 아내가 여름날 장미 중 가장인 화중지왕이니, 꽃들이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몰라 이르게 저물지도 몰라.
(남이 들으면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퍽 진지하게 늘어놓았다. 그리고 뱀의 사유로 따지자면, 뱀은 농을 할 때에 티가 났다. 초반에는 진지한 얼굴로 농을 했는데, 화연이 모호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내가 농을 치려거든 웃기라도 해야 하누나, 깨달았더란다.
그러니 지금 이 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말은 모든 것이 진담이었다. 퍽 진지한 표정으로, 마치 진귀한 보물을 손에 넣은 인간이 그를 검사하듯 화연의 머리를 세심히 손질하고 또 빗기길 반복했다. 결국 결 좋은 머리카락이 번들거리며 뭉치는 대신 윤기를 내며 보드라운 장미 향에 적시는 것에 성공하고 뿌듯하게 웃었다.)
花然@_____justdream
이이도 참... 누가 듣기라도 하면 팔볼출인줄 알고 흉을 볼 텐데요.
(이렇게 대놓고 하는 말에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특히나 당신은 자신을 추켜세우는데에 망설이는 법이 없었고 이는 제가 오히려 부끄러운 결과가 됐으니 다시금 얼굴이 붉어졌다.
당신의 말엔 농담이 아니라 진지함만이 느껴졌으니까. 농담에는 얼마고 너스레를 떨 수 있었지만 이런 진담에는 어째서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걸까. 아무리 인간인 제가 아름다워봤자 장미만 할 것이며, 어떻게 꽃들이 이르게 저물겠는가. 얼굴에 홧홧함을 느껴 손 부채질을 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렇게 말하면 안돼요. 절대루. 그정도는 아니니까- 게다가 누가 장난으로라도 그 말에 동의를 하고 함께 동조라도하면 부끄러워 숨어버릴거에요.
(거울을 통해서 당신을 바라보며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보았지만, 얼굴이 분홍색으로 물들어 전혀 먹히지 않을 것이 자명했다. 당신이 뿌듯한 표정으로 제 머리의 윤기를 확인하고 웃는 것을 보곤 저도 따라서 웃음이 나왔다.)
정말 사랑스러운 나의 아윈. 이게 뭐라고 매번 사용인들이 아니라 당신이 직접해요. 게다가 뜨거운 바람에 살이 데기라도 하면 어쩌려구요.
命運@_20191001
하지만 화연이는 그만큼 아름다운걸. 내가 모든 걸 줘도 아깝지가 않아. 금을 준들 화연이와 바꿀까, 은을 준들 화연이와 바꿀까. 내 님이 이토록 고우니 내가 꾸미는 맛을 알아버린 게 아니겠어? 그게 아니면 내 어찌 이리 고운 님과 함께 있을 수 있겠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그리 말하며 화연의 정수리에 입술을 찍었다. 화연은 아름다웠고, 그만큼 사랑스러웠다. 그게 중요한 것이다. 화연은 사랑스러웠다.
무엇이든 화연만큼 사랑스러운 자는 없으리라 자부할 수 있었는데, 남편의 눈에는 아내가 가장 아리땁게 보이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욱 사랑스러운 것은 제가 애정을 말할 때마다 화연의 얼굴이 샛붉어지며 무어라 종알거리는 것이었다.)
알았어. 남들 앞에서는 딱 체면치레를 할 정도로만 굴지.
(물론 그 체면이라는 것은 온전히 뱀의 시선이었다. 그 어떤 찬미로도 아내를 다 서술할 수 없으니, 무얼 말하든 제 뜻대로 될 것이었으나 화연이 부끄럽다면 줄여는 봐야지.
화연의 슬립을 입혀준 뒤에는 뺨에 쪽쪽 입을 맞추고 침대로 데리고 갔다. 침대에 화연을 눕히고 곁에 누워 머리카락이며 뺨을 만져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시 한번 입을 맞추기 시작했는데, 문득 세상이 악신의 사랑에 질투가 나 악신의 아내를 데리고 가면 어쩌는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가닿았다.)
누가 함께 가자고 하거들랑 임자가 있는 몸이요, 하고 내게 도망을 와야 해. 알았지?
花然@_____justdream
누가 감히 그런 말을 하겠어요. 조선의 상황을 모르는 이제 막 건너온 화교들이나... 뭐 총칼을 차고 어수선하게 돌아다니는 색목인 군인이 아니면 나한테 작업을 걸 생각을 못할텐데.
(그도 그럴것이 마작을 치러 가는 것이 아니면 혼자서 떠날 일은 없었고 호텔에 놀러 다니는 한량인 화교들 중에서 제 오라비와 아비를 모르는 자가 없었고 경성 시내에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를 여인과 혼자 다닐때면 놀라울만치 싸늘해지는 사내가 부부인데 이 부부는 돈을 물 쓰듯 쓰더라.
일본인과 연이 있어 사업을 크게 성공한 것도 아니라던데 항상 호화로운 물건을 사고, 입고, 쓰고, 그 부인의 기분이 내키면 남편이 호의를 베풀더라는 풍문이 자자 했기 때문에 정말로 감히 제게 그럴 목적으로 다가올 이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당신이 불안해한다면 그렇게 하겠노라고 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제가 할 수 있는 힘껏 당신을 끌어안고 한참을 있더니 고개를 빼꼼 들고 말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더라도, 들은채도 안하고 당신에게로 도망쳐올게요.
命運@_20191001
(상황을 모르는 화교나 색목인 군인들 따위는 알 바가 아니었다. 그들은 화연의 곁에도 가지 못하고 명을 달리 할 테니까. 그러나 제가 걱정하는 것은 고작 그런 인간이 아니었다. 자고로 악신이 인간의 탈을 쓸 수 있다면 선한 신이며 영물도 천 년이 넘어 자라난 뒤에는 인간의 탈을 쓸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걱정이 될 수밖에.
악신의 처라고 하더라도 화연은 인간이었다. 이 작고 어여쁜 인간에게 접근하는 신수나 영물이 있다고 생각하면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애초에 영물이든 신수든 신선이든 인간 세계에 연이 없으며 그들은 결코 인간들과 어울리지 아니하나 그것을 어찌 계속하여 장담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 무엇도 완벽하게 장담할 수 없는 게 세상이다.
애초에 자신 또한 비극을 먹기 위해 잠시 인간으로 화했다가 화연을 만나 부부지연을 맺지 않았는가.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자는 그 연을 맺어 화연을 아내로 맞을 때도 이런 불안은 있었다. 다른 영물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것이다.
아마 신선이 들으면 분노를 토할 것이다. 어디 자신을 인간이나 탐내는 것으로 보냐면서. 하나 화연이 이토록 아름다운데 어찌 그들을 경계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말인가? 화연은 세상에서 제일 고왔다.)
그래. 나한테 달려 와. 얼굴도 보지 말고.
(얼굴을 보았다가 내 님이 그이에게 눈이 멀면 이 뱀은 피눈물을 흘릴 것이나 화연이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면 어쩌면 포기할 수도 있었다. 하나 장담할 수 있는 것은, 화연이 자신 외의 다른 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마음은 영물들을 경계하는 것으로 갔다.)
花然@_____justdream
이미 난 당신만의 것이고 당신만 볼 텐데...
(사랑은 참 잔인했다. 이 사랑이라는 것은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적 없는 뱀과 인간을 슬프게 하였고, 사랑은 추해짐을 두려워하게 했다. 사랑은 혹여 다른 여인이 눈에 차기라도 할까 두려워하게 했고 제가 죽고나서도 아무도 곁에 두지 못하길, 제가 아니라면 차라리 당신이 영원히 저만을 그리워하며 괴로워하길 빌게 하는 추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사랑이었다.
분명 사랑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것이라고 가슴이 벅차오르고 애틋해지는 것이라 배웠거늘, 사랑을 하면 할 수록 저 자신의 사랑은 추악하고 잔인했으며 집착적이고 편집적임을 깨달았다. 이렇게 새카만 어두운 마음을 가지고도 당신 앞에서는 못내 그런 어둡고 질척이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마냥 굴었는데 알고도 알은체도 하지 말아주길 바랬다.
제가 보여주고 싶은대로만 보아주길, 어리광쟁이에 가녀리고 연약하며 사랑스러운 이로만 보이길 바랬다. 내가 당신에게 집착하는 만큼 당신도 내게 집착하여주길. 내가 숨긴 추악한 마음만큼 당신도 저를 놓지 않겠다 다짐하길.
당신이 불행해진다 하여도 나만을 사랑하길 간절히 바랬으니 제 눈에 다른 이가 들어올리가. 당신이 이젠 제가 싫어진다 하여도 저는 차라리 극약을 먹고 죽겠다 할만큼 떠날수 없이 사랑하게 됐는데. 당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치. 바보같은 아윈. 하는 소릴 내고 가슴팍에 고개를 묻어 얼굴을 가려버렸다.)
命運@_20191001
그래. 나는 바보 같은 화연의 아윈이지. 그래서 두려운 거야. 혹여 화연을 다른 이들이 볼까 봐. 그 눈이 멀어 너를 보지 못하고, 너를 꽃과 착각해 그저 지나가면 얼마나 기쁠까. 너를 품에 안고 네 행복을 바라는 게 오직 나 하나뿐이면 어찌나 좋을까.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해. 그런데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누가 화연일 사랑하게 된다면 나는 화연이가 그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화연이 앞에서 못된 짓을 하게 될 테니까.
(인간과 뱀의 사랑이 안타깝다. 우리는 영원히 함께하지 못할 존재이다. 사랑은 그리움이요, 안타까움에 이겨내지 못한 애정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사랑을 조금 더 깊게 침몰될 수 있었다. 문득 화연이 죽은 뒤에 내가 어찌 될까 생각을 해 보았다.
아마도 너는 영원히 나의 환상 속에 존재할 것이다. 아윈! 그렇게 부르는 목소리는 천 년이고 만 년이고 나를 지배할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화연이 존재할 것이다. 내가 누군가와 포커나 마작을 한다면, 화연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바보 같은 나의 아윈. 이걸 내면 돼요. 하는 목소리가 존재할 것이다.
어느 순간에는 내가 눈을 뜰 것이다. 그건 뱀의 육신일 텐데, 나는 뱀의 모습을 하고도 처를 찾아다닐 것이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그리 노래를 부르며 아내를 찾아다니면, 어디선가 낭랑한 웃음이 들리겠지. 바보 같은 아윈, 찾아 봐요.
그럼 나는 한참을 걸을 테고, 더운 바람이 내 마음을 삭여주며 말할 것이다. 그이는 죽었노라. 그럼 나는 그저 말할 것이다. 그렇군. 그게 끝일 것이다. 그러니 너를 더 어여삐 여길 것이다. 너를 더 사랑할 것이다. 그 누구도 내게서 너를 가져가지 못할 정도로 애틋하게 여길 것이고, 네 죽는 순간마저 내 곁일 수 있도록 너를 어여삐 여길 것이다. 화연을 끌어안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너의 바보 같은 아윈은 언제나 걱정이 많아.
花然@_____justdream
누가 나를 사랑하겠어요. 내 옆엔 완벽한 당신이 있고, 그리고 내 시선 끝엔 당신이 있을것인데. 혹여 얼굴만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하여도 당신을 사랑하는게 내 태도와 말투, 행동에서 다 드러날텐데. 어느 이가 감히 당신을 사랑하는 날 쉬이 사랑하겠다고 할 수 있겠어요.
(당신의 등을 손으로 쓸듯 토닥이면서 말했다. 당신은 제가 가진 보배 중의 보배요 사랑 중의 사랑이었으니 이리 걱정을 하는 것도 기쁘다 하면 사랑들은 악처가 따로 없다며 고개를 내저을까.)
혹여 누군가 나를 지나치지 못하고 가지려들면 나는 놀라 당신께로 도망치고 당신 품 안에 숨어버릴텐데. 당신이 그 치의 눈을 멀게하더라도 그 치가 분수에 넘치는 행동을 하였다, 나를 당신이 구해줬다고 기꺼이 입을 맞출텐데요.
나는 나를 달래어주는 당신이 좋아서 눈물 한두방울 흘리는 시늉은 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당신은 근심어린 얼굴로 내 시름을 풀어주고자 우왕좌왕하여 나를 기쁘게 해줄거잖아요. 그러면 금새 나는 웃어버릴텐데.
(저는 죽어서도 죽지 못할 것이다. 바람결에 당신에게 속삭이고 망령으로 당신 옆에 남아 다시금 태어날때까지, 그리고 당신이 나를 찾아낼때까지 당신을 그리워하며 사랑할 것이다.
영혼에 새기어진 사랑은 영원불멸하고 혼이 닳아 사라질때까지 당신을 찾아 헤맬테니까. 하지만 언제 올 지 모르는 죽음으로 전전긍긍하며 슬퍼한다면 당신이 좋아하는 내 웃음을 보여주지 못할테니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이 생이 다하도록 나만을 사랑하길 바라며 당신에게 입을 맞추고 당신을 옭아매야지.)
그럼 아윈이 걱정하지 않도록 나는 당신만을 사랑하겠다고 맹세를 하고 입을 맞추고 잔뜩 사랑을 고백해야겠어요. 이렇게요, 당신만을 가슴 깊이 은애하며 사랑해요.
命運@_20191001
나 또한 화연이를 가슴 깊게 사랑하고 은애해.
(사랑스러운 나의 화연은 내가 불안해지지 않도록 약속을 한다. 이 불멸의 몸뚱어리가 가끔씩은 원망스러워진다. 네가 죽고 내가 살아 세상이 어둠 뿐일 적에, 나는 윤회를 믿을 것이다.
어쩌면 세상을 달관한 악신이 싯다르타의 가르침을 받아 그를 지키는 수문장이 된 것처럼 불교에 몸을 의탁할지도 모르지. 화연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가정은 의미가 없다.
지금 화연은 제 곁에 있었으며, 나는 화연의 영혼이 소멸할 때까지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뱉어내며 노래를 부르는 나의 작은 새를 위하여 이 몸을 다 바칠 것이다. 그러니 모두 괜찮다. 화연의 뺨에 입을 맞추며 그녀를 끌어안고 웃음을 지었다.
죽음으로 나에게서 빠져나갈 생각은 하지 말아, 화연이. 죽음은 본디 운명의 소유이니 그 죽음에서 화연을 건져내지는 못하겠지만, 화연을 품에 안고 홀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말할 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생이 아닌가.
다시 만날 화연이 저를 기억하지 못한다 한들 그게 정녕 어떤 소용이 있으랴? 제가 화연을 기억할 것이다. 화연은 제 품에 안긴 채 노래를 부를 것이다. 그때에는 화연이 색목인의 모습을 할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담 제가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래. 너는 나의 신전. 너는 나의 사과나무. 내 모든 것이매, 악신이 네게 말한다. 너는 나의 영원한 신부이니라.)
잘까?
花然@_____justdream
잠들기 아쉬워요. 오늘 또 바깥에 다녀올 생각이에요?
(기억을 하지 못하는 악몽이라 하여도 악몽을 꾸는 것은 늘 자신이 잠들기를 두려워하게 했다. 당신을 놓지 않겠다는 듯이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당신을 올려다봤다.
당신이 곁에 있으면 잠에 드는 것도 안심이 됐고 악몽을 꾸지 않았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는 그런 편안한 밤이 이어졌다. 물론 당신이 오늘 밤 잠시 자리를 비운다손 치더라도 저는 모를것이다. 당신이 곁에 있음에도 악몽을 꾼 줄 알지도 모른다.
하지만 곁에 있겠다 약속을 들으면 잠에 편안히 들지도 모르니까. 거짓말이라도 제게 밤새 같이 곁에서 잠들겠노라고 함께 있어주겠다며 이야기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좀도둑을 찾는 일은 내일 나랑 같이 하기루 했잖아요. ... 나갈 것이라도 아무데도 가지 않겠다고 말해줘요. 그래야 잠들 수 있을것 같으니까. 응?
命運@_20191001
오늘은 나가지 않을 거야. 연이 네 곁에 있을 테니 마음을 놓고 자.
(비극을 먹었으니 배가 불렀다. 한동안은 나가지 않고 인간의 음식으로 때울 수 있었다. 게다가 뒤숭숭한 사건 이후에 화연 없이 홀로 밤거리를 헤매면 상류층 화교들 사이에 어떤 소문이 날지 모른다.
저는 소문에 능한 자가 아니었으매 소문이 들려도 무시할 수 있는 남자였지만, 화연에게 소문의 꼬리표가 달리는 건 싫었다. 저 집의 남편은 이 시기에, 하고 시작되는 말은 결국 화연을 '불쌍한 여인'이라고 만들 것이다. 인간들은 그렇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돈을 흥청망청 쓰며 남편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애교와 아양으로 모든 것을 무마하며 남편에게 맞고 살지도 않는 여인을 향해 운 좋은 여편네라고 말함과 동시에 그녀의 흠집을 잡으려 눈이 벌게져 있다. 내가 어찌 그런 모습을 볼 수 있겠는가.
나는 그런 꼴을 보지 못한다. 화연은 의외의 곳에서 냉담하고 냉소적인지라 그러한 소문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아니할 것이며, 그런 소문이 돈다면 오히려 즐거워하며 제게 종알종알 떠들어줄 것이다. 그러나 싫은 건 싫은 것이다.)
당연히 화연이 곁에 있을 테니 마음 놓고 자. 내일은 좀도둑도 찾아야 하고, 화연이 머리도 예쁘게 가꾸어줄 테니까. 밤이 새도록 자장가를 불러줘야 내 어리광쟁이가 푹 잘 수 있을까?
花然@_____justdream
당신만 곁에 있다면, 잘 수 있을테지만... 자장가도 불러줘요.
(당신의 말에 그제야 당신이 떠날까 긴장했던 몸에 힘이 풀리고 편하게 꿈틀거리며 품을 파고든다. 이것이 거짓이든 거짓이 아니든 당신이 뱉은 말이 제게는 사실이었으며 진실이었다. 그것만이 중요했다.
하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어리광을 부리느라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자장가를 불러달라 청한다. 당신은 기꺼이 제게 자장가를 불러주겠지. 그 사실이 중요했기 때문에 노래는 시작도 하지 않았건만 잠에 들 것 같은 의식이 가라앉는 느낌과 함께 이런저런 생각을 하였다.
내일이면 당신에게 마작을 알려줘야지. 아무래도 마작은 처음이니 조금 오래걸리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럼 좀도둑을 먼저 찾으러 나서자고 해야할까. 경빈에게는 좀도둑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좀도둑이면 어떻게 하지. 그깟 물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경빈이 오가는 골목이 꽤나 위험해보이던데, 사용인들 방 하나를 내줄테니 기거하라고 하여도 늘 거절을 하니 걱정을 사서 하는 수 밖에 없겠구나.
정사장 내외의 일도 있지만 요즘의 경성은 꽤나 흉흉한 것이 조금 불안한데, 당분간이 아니라도 바깥 출입을 정말 줄여야할까. 하지만 그랬다가 당신이 나를 질려하면 어쩌지.
내일은 미츠코시 옥상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할까. 아, 그러고보니 표부인의 오라비가 잘 안다던 파티셰를 불러 다과를 배워서 당신에게 해주면 좋아하려나. 적어도 우리 사용인들은 좋아하겠지.
이런 생각들이 산발적으로 머릿속을 느리게 채워갔다.)
命運@_20191001
그래. 자장가를 불러주지.
(화연을 끌어안고 부드럽게 토닥였다. 노래는 익숙한 조선어로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중국어로 변하였는데, 자장가를 비롯한 노래를 산발적으로만 알고 있는 탓이었다.
부드럽게 화연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봄의 꽃향기는 정말 사람을 매혹시킨단다. 미지근한 바람이 몸을 스치고 태양이 얼마나 느리게 움직이는지 보너라. 창밖에서 꿀벌이 흥얼거리는 것을 들어보렴.
자, 아가야. 꿀벌은 정말 가볍게 난단다. 가볍게 속삭이며 노래를 부르다가 화연이 잠에 든 이후로 눈을 감았다. 꿈은 꾸지 않았다. 원래 뱀의 잠은 무척 얕았다.
눈을 감은 채로 숨을 내쉬고 뇌의 활동을 정지시키며 동면과도 같은 잠에 빠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잘 되지는 않았으며, 숨을 내쉬는 것에 집중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아침이었다. 화연에게 입을 맞췄다.)
花然@_____justdream
(꿈은 꾸지 않았다. 당신이 옆에서 지키고 있는데 감히 악몽을 꾸게할 존재들도 없었거니와 무엇보다 곁에 당신이 있다는 것을 체온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더욱 안심이 됐다. 마음껏 잠에 들어도 된다는 허락 같았다.
그러니 아침이 돼서도 쉽사리 눈을 뜨지 못했다. 입을 맞추자 눈을 뜨지도 않고 또다시 품에 파고들며 5분만 더요, 이런 말을 했다.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라 5분이 아니라 10분이라도 더 자도 된다고 하겠지만 이것은 일종의 애교였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다가 끌어안은 손을 옷 아래로 넣어 맨 등을 손으로 만지며 초여름의 열기를 식히었다.)
命運@_20191001
오 분만 더? 오 분 더 재우면 또 십 분을 잘 참이지?
(웃음기 어린 목소리를 지으며 뺨에 입을 맞추고 머리카락을 쓸어줬다. 사랑스러운 임이 조금 더 자고 싶다고 말하는데 허락하지 않을 사내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화연은 바쁜 일이 없는 여인이었다. 혹여 부인회와의 약속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화연을 더 재울 것이 분명했다.
차가운 살결에 닿는 온기가 저온화상을 입혔고, 다시 회복하길 반복했다. 그러나 화연의 탓을 하는 일은 없었다. 화연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 가슴팍에 화연을 더욱 끌어안는 것이 전부였다.
사랑스러운 나의 잠꾸러기 아가씨. 화연은 혼인을 하여 마땅한 귀부인임에도 소녀와 같은 풍모가 있었다. 그리고 뱀은 화연의 이런 모습을 마음 깊게 사랑했다.
화연의 머리카락을 쓸어주고 부드럽게 매만져주며 입을 맞췄다. 그러다 이내 화연을 제 위에 태우고는 본격적으로 온 얼굴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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